2015년 10월9일자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 방송된 ‘노원구 살인사건, 군인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이 가리키는 것은’편에 등장한 양아무개씨(36)가 자신을 살인자로 묘사했다며 SBS를 상대로 민·형사상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난 1월 말 언론중재위원회 서울6중재부가 이 사건의 조정불성립을 선언함에 따라 양씨는 검찰의 수사결과발표를 기다렸다 소송에 나설 예정이다. 양씨는 “방송사가 수사권을 침해하고 특정인을 범죄자로 지목했다”며 “이 사건은 단순한 오보가 아니라 시청률을 위해 저지른 범죄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릉동살인사건’으로 유명한 이 사건은 2015년 9월24일 새벽 5시30분경 휴가를 나온 군인 장아무개씨(20)가 가정집에 침입해 예비신부 박아무개씨(33)를 여러 차례 무참히 칼로 찔러 죽이고 예비신랑 양씨에게 살해당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경찰이 양씨의 살인을 정당방위로 인정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며 ‘25년만의 정당방위 살인’으로 사회적 관심을 모았다. 논란은 경찰의 수사도중 방송 된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 비롯됐다.

▲ 공릉동 살인사건 현장. ⓒ 연합뉴스
SBS는 이날 방송에서 “여성의 비명소리를 들을 당시 시간이 5시27분”이라는 이웃 주민 A씨 증언을 내보내며 피해자의 비명소리가 5시30분에 났다고 밝힌 노원경찰서의 내용과 배치된다고 설명했으며, CCTV에 따르면 장 상병이 박씨의 가정집에 침입한 시각이 5시28분이라고 밝혔다. SBS는 “27분에 비명소리가 들렸다면 장 상병이 사고 장소에 침입하기 전 이미 피해자 박씨의 신변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양씨는 기자와 만나 “A씨와 직접 통화해보니 27분부터 30분 사이 비명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방송에서 27분으로 조작됐다. 27분이라고 말하는 모습에선 방송사가 대역을 썼다”고 주장했다. 양씨는 “제작진이 A씨를 4번이나 찾아간 것도 유도심문을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SBS <궁금한 이야기 Y> 제작진은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A씨가 수차례에 걸쳐 27분 피해자의 비명을 들었다고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진술했다”고 밝혔으며 “길이를 줄이는 차원의 편집만 있었고 내용을 바꾸기 위한 편집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양씨는 “나를 범인으로 몰기 위해 SBS는 장 상병을 착한 사람으로 몰았다”며 “새벽 4시~5시 민가 다섯 곳을 침투한 사람을 두고 신발을 벗고 들어가 예의가 발랐다고 묘사하는 식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양씨는 장 상병이 사건 당일 새벽 술에 취해 들렀던 주변 집 네 곳과 달리 유독 한 곳에서만 잔혹한 폭력성이 드러난 부분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방송내용에 대해 “앞의 집 네 곳에선 사람들이 깨어있었고, 우리는 모두 자고 있었다는 점이 가장 큰 조건 값의 차이”라고 강조했다.

▲ SBS '궁금한 이야기 Y'의 한 장면.
양씨는 “방송을 본 시청자의 99%가 날 범인으로 지목했다”며 SBS가 자신을 범인으로 특정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SBS 제작진은 “이 방송은 사망한 장 상병이 살인했다고 단정하고 서둘러 종결하려는 수사기관의 안이함을 고발하고 다양한 각도에서 심도 있는 수사를 촉구하고자 기획한 것으로,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대한 결론부터 내린 적이 없다”며 양씨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SBS <궁금한 이야기 Y> 관계자는 “경찰은 초동수사부터 양씨의 정당방위가 틀림없다고 했다. 우리 입장에선 경찰수사에 허점이 보였다”고 설명했다.

SBS 제작진은 “연인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는 양씨의 태도와 정당방위만을 주장하는 공격성에 다소 놀랐던 것이 사실”이라며 “피해자의 유족의 감정이라기엔 너무나 냉소적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실제 방송을 본 시청자들이 경찰의 수사결과를 불신하게 만든 방송의 주요 장면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양씨는 충격적인 사건 직후 제작진이 장례식장 등을 찾아오며 취재하는 방식이 비인간적으로 느껴져 불쾌했다고 밝혔다. 양씨는 “(제작진과) 30분가량 대화를 나눴는데 정당방위를 강조하는 부분만 편집해 내보냈다. 여자친구 유가족에게 어떻게 낯을 들고 다니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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