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과잉시대입니다. 뉴스는 넘쳐나지만 이를 소화할 방법은 알려주지 않습니다. 미디어오늘이 넘쳐나는 뉴스에 체하지 않고 뉴스를 꼭꼭 씹어 소화시킬 수 있도록 뉴스 읽는 방법에 대한 연재를 시작합니다. 뉴스 파파라치는 전체 6부, 총 24회로 구성됩니다. 5부 ‘How to read 뉴스 고급편’에서 소개할 5개의 글에서는 언론산업을 통해 뉴스를 읽는 방법에 대해 소개합니다.

‘조중동 프레임’ 균열 일으킨 손석희 뉴스

‘조중동’. 신문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를 일컫는 말이다. 이 말의 기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KBS 사장을 지낸 정연주 한겨레 논설주간의 2000년 10월 24일 칼럼으로 알려져 있다.

정연주 논설주간은 당시 칼럼에서 “한국 신문시장의 6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조중동’(조선, 중앙, 동아)은 모두 이런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는 세습사주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조중동’이라는 단어는 권력과 결탁한 언론, 보수에 기울어진 언론의 운동장 등을 상징하는 단어가 됐다.

이 조중동 프레임에 균열이 벌어지고 있다. JTBC의 ‘손석희 뉴스’ 때문이다. 지난 2013년 5월 손석희 MBC 아나운서가 JTBC 보도부문 사장으로 영입되고 난 뒤 언론계의 최대 관심사는 ‘종편이 변하냐 손석희가 변하냐’였다. 결과적으로는 종편이 변했다.

‘조중동’ 프레임을 밀어붙이는 이들은 조중동이 정권과 결탁해 각종 특혜를 받아 종합편성채널을 만들었다며 종편을 ‘조중동 종편’이라 불렀다. 하지만 손석희 사장이 투입돼 JTBC 메인뉴스를 진행하면서부터 ‘조중동 종편’ 프레임은 사실상 깨졌다.

언론시민단체들은 늘 종편이 편파적이고 자극적인 보도를 할 때마다 “조중동 종편 물러나라”고 했지만, 어느새 ‘조중동 종편’은 ‘TV조선·채널A’라는 표현으로 대체됐다. 조중동 종편을 가장 적극적으로 거부하던 이들은 노동자단체 민주노총이었다.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왜곡보도를 한다는 이유로 민주노총은 공식적으로 종편의 취재를 거부했으나 2014년 7월부터 JTBC에 한해 취재와 출연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으로서는 뉴스의 공정성이 가장 높다”는 것이 이유다.

▲ 2013년 12월 26일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과 인터뷰한 JTBC 뉴스9.

경찰이 철도노조 위원장을 잡기 위해 민주노총을 압수수색했을 때도 JTBC 카메라는 민주노총 사무실에 있었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불법시위와 파업을 주도했다는 혐의로 경찰에 쫓길 때도 JTBC 카메라에는 한상균 위원장의 인터뷰가 담겼다. 손석희 뉴스의 등장 이후 가능해진 일이다. 공영방송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정권에 민감한 이슈들을 피하지 않는다. 방송3사가 청와대의 규제개혁회의를 생방송하고 메인뉴스에서 이를 재방송했을 때 JTBC는 규제개혁회의를 비판적 시각에서 보도했다.

JTBC 내부에서도 JTBC가 ‘진보언론’으로 취급받는 현실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가 있다. JTBC의 한 기자는 “(손석희 뉴스) 이전에는 야당에서 취재에도 잘 응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야당 의원들이 환영하는 분위기다. 보도해달라고 이것저것 자료를 건네주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고, 또 다른 기자는 “민주당 지지율과 JTBC 지지율이 같이 가는 것 아니냐는 부담감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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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상업주의, “JTBC 손석희 뉴스는 자본주의가 만든 것”

사실 JTBC의 변화가 전혀 예측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종편이 처음 등장할 때부터 언론계에서는 ‘최소한 한 곳은 왼쪽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보는 이들이 있었다. 종합편성채널은 그 특성상 보수성향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당초 보수성향의 신문에서 만들었기도 했고 종편을 승인해준 주체가 보수정권이기 때문이다.

방송3사, 특히 KBS와 MBC가 정부는 영향력을 미치는 지배구조 탓에 정권과 발을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게 될 경우 방송3사와 종편 4사가 모두 보수성향의 메시지를 던지는 위치에 서게 된다. 그러나 지난 2012년 대선 투표 결과에서 나타난 한국사회 범보수와 범진보의 비율은 51대 49다. 뉴스 소비자의 49%는 진보성향이란 뜻이다. 방송3사와 종편은 51%의 시장에서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된다. 49%는 무주공산이다.

따라서 시장 논리로 보면 이 무주공산의 49%를 점유하면 시장 경쟁력을 급격히 높일 수 있다. 따라서 방송사 입장에서는 진보 색채를 강화하면서 나머지 6~7개 방송사와 다른 색깔을 보여주면 영향력도 확대하고 돈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이를 ‘진보상업주의’라 부른다.

중앙일보의 한 기자는 “중앙일보 윗선들은 보수 성향이 강하다. 그런데 왜 JTBC가 진보색깔을 내는 것을 그냥 두겠는가. JTBC의 보도가 돈이 되기 때문 아니겠나”라며 “JTBC 손석희 뉴스는 자본주의가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진보상업주의 입장을 취하기에 JTBC가 가장 적합한 조건이었을지 모른다. 정권으로부터 독립적이지 않은 KBS나 MBC가 갑자기 왼쪽으로 갈 수는 없는 일이다. 단단한 보수층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방송 경험이 미천했던 TV조선과 채널A가 갑자기 왼쪽으로 향하는 모험을 택하기도 어렵다.

JTBC 역시 중앙일보를 보던 보수층이 주 시청자 층이었겠지만, 범삼성일가라는 튼튼한 자본이 있다. TV조선과 채널A가 제작비가 많이 안 드는 정치토크쇼를 전면에 내세우는 반면 JTBC가 제작비가 많이 드는 드라마나 예능에 투자하는 모습은 JTBC가 갖춘 자본력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 2013년 5월 16일 JTBC 썰전 갈무리

말하자면 JTBC의 성역은 정권이 아닌 셈이다. 종편 반대투쟁에 앞장섰던 최상재 전 언론노조 위원장은 지난 2014년 8월 2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오너가 있는 방송사들은 정치권력을 비판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대주주, 대형 광고주들을 비판할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JTBC가 삼성, 보광그룹 등 재벌 문제를 짚어야 바른 언론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JTBC 손석희 뉴스가 등장할 때부터 ‘삼성이 기준’이라는 말이 나왔다. 중앙일보에 삼성그룹을 옹호하는 기사가 실릴 때마다 중앙일보는 ‘역시 삼성 언론’이라는 눈총을 받곤 한다. 마찬가지로 JTBC가 특수관계라 할 수 있는 삼성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해야 인정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은 자형-처남 관계인데다, JTBC는 중앙일보가 최대주주인 방송사다.

2013년 5월 16일 JTBC ‘썰전’의 주제는 ‘손석희, JTBC에 새둥지를 틀다’였다. 문화평론가 허지웅은 “(손석희 실험이) 먹히려면 보도국에 대한 완전한 독립과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며 “그 척도는 JTBC에서 삼성을 깔 수 있느냐 없느냐다. 깔 수 있으면 되는 거다”라고 말했다.

JTBC의 성역은 삼성이 아니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듯 ‘손석희 뉴스’는 삼성을 비판했다. 지난 2013년 10월 14일 ‘JTBC 뉴스9’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이 입수한 삼성의 노조 무력화 문건을 보도했다. 총 다섯 꼭지에 걸쳐 삼성의 노조파괴 문건을 다뤘고, 심상정 의원이 직접 뉴스9에 출연해 손석희 앵커와 인터뷰를 했다. 심 의원은 이 자리에서 “(문건을 보면) 초일류 삼성을 이끄는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삼성반도체노동자들의 피해에 대해 다룬 영화 ‘또 하나의 약속’도 JTBC 뉴스에 등장했다. 2014년 2월 12일 JTBC 뉴스9는 ‘영화 또 하나의 약속 선전’이라는 리포트를 통해 이 영화의 의미를 짚었고, 외압 논란까지 다뤘다. 지상파 방송3사에도 나오지 않은 ‘또 하나의 약속’까지 다루면서 어느새 JTBC 뉴스는 ‘삼성의 언론’이라는 비판에 대한 ‘까방권’(까임방지권)까지 획득했다.

특수관계에 있는 삼성까지 성역 없이 비판할 수 있는 이유는 손석희 사장과 JTBC 기자들의 의지 덕분일까. 분명 영향을 미쳤겠지만, 지배구조를 볼 때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을 빼놓고 JTBC의 행보를 이해할 수는 없다. 당시 홍 회장이 손 사장을 영입했을 때도 언론계에는 전권을 위임받았을 것이라는 각종 관측이 나돌았다. 홍 회장이 손 사장을 영입할 때 애초에 조중동 신문처럼 만들지 말라며 JTBC 뉴스룸의 전권을 맡겼다는 것.

JTBC의 한 관계자는 “홍 회장의 손 사장에 대한 신뢰가 상상을 초월한다”며 “홍 회장이 제일 좋아하는 필진이 송호근 교수”라고 말했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는 중앙일보의 다양한 칼럼진 중에 ‘중도성향’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송 교수는 칼럼에서 김진 논설위원으로 대표되는 중앙일보 내 보수성향 필진들과 대조되는 주장을 다룬다.

이 관계자는 “홍 회장은 중도 스탠스의 글을 더 즐겨본다. 홍 회장이 사원들에게 읽어보라고 추천하는 책들도 있는데, 다 비슷한 스탠스의 책들”이라고 밝혔다. 홍 회장은 2014년 9월 22일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통일 한국의 출발점은 개성공단의 성공이다’라는 글을 기고했다. 박근혜 정부를 비롯한 보수정권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홍 회장은 기존 보수층과는 다른 위치에 서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손석희 사장 영입도 이러한 흐름에서 이해할 수 있다.

두 가지 지배구조를 보면 JTBC의 성역이 무엇인지 예측할 수 있다. 2015년 미디어오늘 분석에 따르면 JTBC의 제1주주는 홍석현 회장이 지분 100%를 차지하고 있는 중앙미디어네트워크로, 지분 25%를 차지하고 있다. 중앙일보도 JTBC 지분 5%를 차지하고 있다. 중앙일보의 주식은 홍석현 회장이 29.75%, 중앙미디어네트워크가 32.86%를 갖고 있다. JTBC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은 단연 홍석현 회장이다. 노종면 전 국민TV 개국단장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JTBC 9시 뉴스는 손석희 뉴스지만, JTBC는 홍석현 방송”이라고 말했다.

▲ JTBC 지배구조. ⓒ미디어오늘

또 한 번의 주목할 만한 지배구조 변화가 있었다. 홍 회장은 2013년 10월 갖고 있던 삼성코닝 지분 7.32%를 팔았다. 1999년 삼성과 중앙일보가 분리된 이후에도 여전히 중앙일보가 삼성 일가라고 여겨지던 대표적인 이유가 삼성코닝 지분이었다. 삼성이 삼성코닝 배당금을 통해 중앙일보를 지원한다는 시각도 많았고, 따라서 당시 지분 매각으로 홍 회장이 JTBC에 투자할 자금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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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삼성코닝 지분 매각으로 삼성과 홍석현 회장 사이에 남아 있는 주식 소유 차원의 연결고리가 끊어졌다. 물론 기업의 지배구조가 워낙 복잡하기에 모르는 사이 언론과 전문가들이 파악하지 못한 삼성과 중앙일보의 연결고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지분이 없이도 삼성은 언론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JTBC 보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진짜 주인이 삼성이 아니라 홍석현 회장이 됐다는 것이다.

문화일보의 과거, JTBC의 현재일까

재벌이 소유한 언론이 오히려 더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언론이 초창기 문화일보였다. 정주영 회장이 만든 문화일보는 창간 이후 한동안 정치권력에도 칼날을 들이댔다. 정주영 회장이 정치권에 칼날을 들이대던 행보와 유사하다. 한 때 정주영 회장 일가가 소유한 문화일보 지분은 99.6%에 달했다. 문화일보의 성역은 정주영 회장 일가 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당시 문화일보에 근무했던 한 기자는 “현대라는 든든한 자본이 있으니 오히려 다른 기업으로부터도 자유로웠다. 정주영 회장 일가와 현대만 빼고 모든 것을 건드릴 수 있었다”며 “오히려 현대가 직접적으로 손을 떼고 나서 눈치를 봐야 할 대상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1992년 9월 13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JTBC의 성역은 삼성이 아니라 홍석현 회장 일가일 수 있다는 뜻이다. JTBC 손석희 뉴스의 등장 이후 많은 뉴스 소비자들이 혼란스러워한다. “재벌 언론이 공영방송보다 더 적극적으로 권력을 비판하는 걸 어떻게 봐야하냐고” 말이다. “믿을 수 있을까”라는 말도 한다. 일단 JTBC 뉴스는 뉴스 그대로 보면 된다. 잘하는 건 잘하는 대로 칭찬하고 못하는 건 못하는 대로 비판하면 된다. 다만 모든 미디어가 그렇듯 JTBC에도 ‘진짜 주인’이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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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람들은 왜 뉴스 대신 찌라시와 음모론을 믿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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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같은 뉴스 다른 판단 : SBS는 왜 문창극 친일발언을 보도하지 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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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뉴스를 읽는 두 가지 키워드 : 의제설정과 프레임

(10) 뉴스 읽기의 기본 : 원인과 결과 그리고 전제조건을 보라

(11) 언론의 권력, 보도하지 않는 힘 : 언론이 숨기는 것

4. How to read 뉴스, 중급편 : 컨텍스트 읽기

(12) 행간 속에 숨겨진 의도 : 대선개입은 왜 대선불복에 먹혔을까

(13) 뉴스의 흥행법칙 : 편견에 기대고 편견을 강화하라

(14) 실전! 종북 빨갱이 언제 먹히고 언제 안 먹히나

5. How to read 뉴스, 고급편 : 언론산업 읽기

(15) 언론도 기업이다 : 지배구조를 보면 언론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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