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결국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 위성이 탑재됐다고 하지만 대륙 간 탄도 미사일과 기술이 같고 4차 핵실험을 한지 불과 한 달여 만이라,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시선이 곱지 않다. 어찌됐든 북한은 로켓을 쐈고, 북한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움직임은 더 빨라질 것이다.

그런데 이에 앞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몇 가지 점이 있다. 첫 번째,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이든,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든, 민주당 정부의 햇볕정책으로 북한의 변화를 끌어내는데 실패했다고 주장한 세력들의 대북정책 역시,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실험으로 사실상 실패했다는 점이다.

북한의 핵무장은 오래된 문제다. 지난 199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며 사실상 핵무장을 선언하자 한반도에 전쟁위기가 고조되기도 했다. 그러다 1994년 미국과 북한이 제네바 합의를 이루면서 위기를 넘겼지만 2002년에 북한이 NPT를 탈퇴하고 핵시설을 가동하면서 합의는 무력화됐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6일 오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상황실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당시 한나라당 등 보수세력들은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북한과 정상회담과 평화교류를 이어나간 것이 결국 북한에 돈을 대 준 셈이고, 그것이 김정일 체제를 유지시키고 북한의 핵무장을 이끌어냈다며 강력하게 비난해왔다. 심지어 민주당 정권이 끝난지 10년 가까이 되어감에도 새누리당과 일부 언론에는 두 전 정권의 탓을 한다.

그러나 북한은 1990년 대 전후로 지속적으로 핵무장을 준비해왔다. 북한으로서는 핵무장이 일종의 협상카드였는데, 스스로 핵 무장을 포기하는 대신 북한을 타격대상으로 삼는 한‧미합동전략과 미국의 핵우산을 철회하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해왔다. 결국 북한이 원한 것은 체제 유지였는데 이후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하는 등 대결분위기를 조성해 온 면이 있다. 제네바 합의 파기는 북한의 몽니도 있지만 미국의 합의 불이행도 한 몫 했다.

즉, 현재 북한의 행위는 1994년 이후의 국제정세의 틀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과 일부 언론은 민주당 정권의 북한의 ‘퍼주기’가 북의 핵무장 사태를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남북교류를 끊고 북한의 선제변화에 보상을 하는 방식의 정책(비핵‧개방3000, 한반도신뢰프로세스)을 주장했다. 하지만, 원인에 대한 진단이 잘못됐으니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라는 도발의 방식도 전혀 변하지 않는다.

두 번째, 위기대응의 실패다. 이번에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쏠 경우, 군은 그 로켓이 우리 영공을 통과할 때 요격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하지만, 당국은 이번 발사가 성공인지 실패인지, 궤도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명확한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로켓의 궤도는 일본에서 더 빠르게 추적‧발표했다.

군은 이명박 정부 이후 대남도발에 취약했다. 노크귀순 사태가 있었고, 연평도는 포격을 당했다. 북핵 실험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 발표가 사실이라면, 경계에 실패했다. 그 사이, 우리 군이 한 것이라곤 대북확성기 방송뿐이고, 대통령은 매번 으름장만 놓을 뿐이다.

▲ 지난 2014년 11월,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 옌치후 국제회의센터(ICC)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 참석, 시진핑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세 번째, 외교력의 부재다. UN에서 대북제재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핵심은 중국이 얼만큼 적극적으로 움직이느냐다. 중국의 경우 그동안 한국에 우호적인 태도를 취했다. 지난해 정부는 수교 이래 가장 한중관계가 좋다고 말할 정도로 양국의 관계는 좋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전승기념식에 참석했고, 시진핑은 박 대통령을 극진히 대했다.

그런데 대중관계가 어긋났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때문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작 미국은 한국에 사드 배치를 요구하지 않았다. 현재 한국정부에 사드 배치를 요구한 쪽은 미국의 방위산업업체와 로비스트들이다. 미국 정부는 사드 배치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무성 대표와 여당 일각에서, 언론에서 스스로 사드 배치를 강하게 요구하는 상황이다. 혹시나 사드를 도입하더라도 최대한 구매 가격을 떨어뜨려야 하는데, 미국이 가만있어도 한국 여당에서 값을 올리는 꼴이다. 그리고 이것이 중국의 신경을 건드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 이후 30일이 지나서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그나마 ‘통화’라도 할 수 있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대북 제재를 요청했는데, 시진핑 국가주석이 확답은 들려오지 않는다. 만약 한중관계가 지난해만 같았어도, 얘기는 달라질 수 있었다.

북한이 핵 실험에 이어 로켓까지 발사했지만 한국정부는 마땅히 할 것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도 7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용납할 수 없다”거나 “안보리에서 하루속히 강력한 제재조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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