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TV 방석호 사장이 지난해 9월 미국 출장에 가족을 동반하고 거액의 경비를 지출했다고 보도가 나온지 하루 만에 방 사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 방송영상광고과 관계자는 출장비 유용 의혹 보도가 나온 뒤 문화체육관광부 차원에서 특별조사에 돌입했으며 1일 밤~2일 새벽 사이 방 사장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사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특별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방 사장은 지난해 9월, 박근혜 대통령이 유엔에서 기조연설을 할 때 아리랑TV가 이를 생중계하기로 해 중계를 챙긴다는 명목으로 미국에 출장을 갔다. 하지만 정작 미국 현지에서 가족여행과 쇼핑을 즐기는 한편 호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최고급 차량을 렌트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방 사장은 뉴욕 최고급 캐비어 전문점에서 113만원의 식대를 결제하면서도 동석자를 허위기재했다. 그는 뉴욕의 한국 문화원 직원 5명과 식사를 했다고 밝혔지만, 뉴스타파 확인결과 그 중 방 사장과 함께 밥을 먹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또한 뉴욕 최고급 스테이크 음식점에서 516달러의 식사비를 지출하면서 UN한국대표부 오준 대사와 먹었다고 기재했지만, 당시 방 사장이 가족과 함께 식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여기에 방 사장의 딸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방 사장과 당시 뉴욕 현지에서 관광을 다녔다고 밝혀 외유출장 논란에 쐐기를 박았다. 방 사장의 딸은 뉴욕의 사진을 올리며 “우리 가족의 추석 나들이”라고 설명했고, 방 사장과 함께 찍은 사진에는 “아빠 출장 따라온 껌딱지 민폐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해당 포스팅은 삭제된 상태다.

방 사장은 아울러 뉴욕에서 2시간 떨어진 명품쇼핑몰 우드베리를 방문해 장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방 사장 측은 “일요일 공식 일정이 끝나고 간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이날 밥값과 커피값 까지 7차례나 공식출장비처럼 법인카드를 사용했다.

문제는 방 사장의 이와 같은 행동이 처음이 아니라는데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유엔총회 방송 준비를 위해 750만원 상당의 1등석을 타고 단독출장을 가 뉴욕에서 비행기로 2시간 떨어진 노스캐롤라이나주 듀크대 근처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식대로 1035달러를 지불했다. 방 사장의 아들은 듀크대를 졸업했다. 또한 방 사장은 지난 2014년 12월 취임 후 격월로 해외출장을 다니며 한번에 1000만~3000만원의 여행경비를 지출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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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석호 아리랑TV 사장의 외유성 출장 논란을 보도한 뉴스타파 화면 갈무리.

아리랑TV 측은 1일 공식 해명자료를 통해 반박했다. 우선 가족 동반 여부에 대해 추석 연휴를 맞아 방 사장의 딸이 스스로 뉴욕에 간 것이며, 방 사장의 일정이 빈 시간대에 함께 그라운드 제로에서 사진을 찍은 것이라고 밝혔다.

식대 지출 허위기재 논란에 대해서는 “참석자 명단을 사후 확인하지 않아 혼선이 생겼을 뿐”이라고 밝혔다. 동석자 기재가 잘못된 것은 맞지만 “UN총회 수중계와 쌍방향 방송을 잘 진행하기 위한 정당한 집행이었다”는 것이 아리랑TV 측의 해명이다.

하지만 언론계 안팎에서는 위와 같은 해명을 믿지 않는 분위기다. 아리랑TV 측의 해명을 어느 정도 믿더라도 지출내역 허위기재나 고가의 식대, 출장 중 가족과 외유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아리랑TV는 1997년 설립 이후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발전기금과 재단설립 기금으로 운영됐으나 적자가 이어지면서 기금이 고갈될 상황이었다. 이에 국회에서 아리랑TV를 지원하는 법안이 논의 중인데 이런 상황에서 방 사장이 해외출장으로 세금으로 이루어진 공금을 남용한 셈이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 아리랑TV 지부 김훈 지부장은 “업무 차 (지출된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라며 “이 보도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사장이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 상식이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의 도덕적 해이로 범죄에 가깝다”며 “이처럼 재원구조가 열악한 상황임에도 그 수장이 회삿돈을 흥청망청 쓴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방 사장은 지난 2008년 KBS이사로서 이명박 정권 언론장악의 상징이 된 정연주 사장 해임에 찬성표를 던졌다. 또한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원장 재직시 종편 허용의 기초가 된 보고서를 발간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는 2014년 아리랑TV 사장 임명 당시에도 낙하산 논란에 휩싸였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감사원은 방 사장의 비리에 대해 감사에 착수하고 검찰은 수사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 낙하산 인사인 방 사장의 도덕적 해이는 현 정부의 도덕적 해이와 직결되며 방 사장 인사에 책임이 있는 청와대는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연주 사장 몰아내기에 앞장섰던 대가로 아리랑TV 사장에 임명된 것은 아닌지 배경을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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