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완결실적이 60건 이하의 직원에게는 서면 경고장을 발부한다. 경고장이 3회일 경우에는 저성과자로 분류한다. 각종 관리지표를 월간 관리하여 게시하고 하위 10% 인원에 대해 경고장을 발부한다. 3회 이상 하위 그룹에 포함될 경우 저성과자에 분류한다. 저성과자는 각종 시상에서 제외한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인 삼성영등포지피에이가 지난달 7일 직원들에게 공고한 업무전달내용이다. 당시 사측은 이와 관련해 직원에게 설명을 하지 않았고 직원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 노동자 입장에선 저성과에 따른 징계의 사유와 종류가 일방적으로 개정되고 통보된 셈이다.

삼성전자 제품 수리를 맡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에 ‘저성과자 일반해고 지침’이 도입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적부진에 따른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사항이 일방적으로 공고되는가 하면 노측의 동의를 받지 않고 도입이 추진되는 정황이 확인됐다. 

aaaa.jpg
▲ 삼성영등포지피에이가 1월7일 직원들에게 공고한 업무전달 문건에 저성과에 따른 징계 기준 및 사유 변경 사항이 명시돼있다. 사진=금속노조 제공

삼성동대문서비스의 경우 지난달 1일 내부 자체평가 항목에서 분야별 하위 10%에 속했을 때 개선명령서를 받으며 개선명령서를 3회 받을 시 경고장을 받는다는 ‘징계 기준 보완’이 공고됐다. 경고장을 2회 이상 받을 시 정직 1주 징계를 받고 정직을 2회 이상 받을 시 징계위원회 회부된다는 내용도 명시돼있다.

박성주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부지회장은 “이전에는 실적이 부진해도 이런 식으로 징계가 행해지진 않았다”며 “어떤 사전통보나 동의 없이 갑자기 공고됐다”고 밝혔다. 

두 경우 모두 징계 기준과 징계 조치 내용을 변경하거나 신설한다는 점에서 노동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의 변경에 해당한다. 근로기준법 제94조에 따르면 회사는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그 노동조합, 없는 경우 근로자의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다. 이들 협력업체는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bbb.jpg
▲ 삼성동대문서비스가 1월1일 공고한 징계 기준보완 공고물. 사진=금속노조 제공

징계의 근거가 되는 평가 기준의 공정성도 논란이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대부분의 협력업체에서 수리기사에게 적용하는 CMI 지표에 대해 “기사의 능력만을 묻는 것이 아니라 접수자에 대한 만족도, 삼성제품에 대한 만족도 등 만족도 전반을 확인하는 것”이라 지적했다. 박 부지회장은 “지표 중 고객방문적중률과 완결률은 상충하기도 한다”며 “고객이 방문해달라는 시점부터 몇 분 안에 갔는지, 고객이 요청한 수리 시간을 맞추다 보면, 완결률 떨어질 수 있어 평가기준 관계들에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월 수리 건수 60건 미달자에 대한 징계에 대해서도 노조는 “수리물량은 콜센터에서 배당하는 것”이라며 “의뢰가 많이 들어오면 많은 건수를 처리하고 수리의뢰가 안 들어오면 적은 건수를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전정만 삼성동대문서비스 대표이사는 1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실적부진자가 있으니 3개월 연속 하위 10% 내려가면 경고장을 주겠다는 그런 의미지 다른 의미는 없다. 두 번 받아야 6개월이 걸린다”면서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직원들이 잘해보자는 의미로 다 동의를 했다”고 밝혔다. 

조현주 전국금속노동조합 법률원 변호사는 1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취업규칙 변경 동의를 받을 때는 개별적으로 싸인받아서 되는 게 아니라 집단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집단적 동의 방식은 직원들에게 내용을 상세히 알려주고 직원들이 논의를 통해 찬반투표 등의 방식으로 의사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변경의 효력은 없다”고 지적했다.

조 변호사는 평가기준에 대해서 “고용노동부는 일반해고 지침을 마련하면서 공정한 평가가 가능하다고 말했으나 개개인들의 귀책사유가 아닌 평가기준이 있고 이는 공정한 평가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IMG_8886.JPG
▲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1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삼성자본은 즉각 저성과자 일본해고 도입을 중단하라"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이번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 ‘선제적 저성과자 일반해고’ 도입이라는 입장이다. 지회는 “(이 변경이) 2015년 12월30일 고용노동부가 ‘저성과자 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지침 초안을 발표하고 의견 수렴을 한 간담회 직후 노골화된 것”이라 지적했다.

정찬희 삼성영등포지피에이 분회장은 “중요한 게 하위 10%에 해당하는 직원에 대한 징계”라며 “어떤 방식으로 해도 하위 10%는 생기게 돼 있다. 이들을 상시적으로 자를 길을 만드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1일 기자회견에서 “재벌이 저성과자 해고를 통해 노리는 것은 고용유연화와 성과통제 강화라는 자본의 이익”이라며 “쉬운 해고와 노동자 동의 없는 취업규칙 변경의 양대 행정지침을 폐기시키고 현장에서 시도되는 모든 쉬운 해고 도입을 저지할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송기석 삼성영등포지피에이 대표이사는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취업규칙 변경 이런 것은 없다”며 “바뀌는지 아닌지는 나중에 확인할 문제고 일반해고는 도입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삼성동대문서비스의 전 대표이사도 “실적이 안 좋으니 경고차원에서 기준을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얘기만 하다가 기존에 있는 걸 문서화 시킨 것일 뿐”이라며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와는 관련 없고 내부적으로 결정한 것”이라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