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와 시·도 교육감의 ‘현수막 전쟁’이 치열하다. 총선 쟁점이 될 누리과정 예산과 노동 관련법이 주요 논쟁 거리다. 일부 누리꾼은 ‘사이다’(속이 시원하다는 뜻의 인터넷 용어) 현수막이라고 하지만 본질보다는 이슈 경쟁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현수막 전쟁의 서막은 더불어민주당에서 올렸다. 더민주는 지도부 차원에서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현수막 홍보를 제안해 손혜원 홍보위원장이 주도했다. 더민주는 중앙당이 게첩 요구를 하면 시·도당 차원에서 현수막을 제작해 게첩한다.

현수막 내용은 “대통령이 책임지겠다던 0~5세 무상보육 약속 지켜달라”는 내용 한 종류다. 더민주 관계자는 “각 시·도당에 게첩 요구를 했지만 실제 게첩한 곳은 몇 곳인지 파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홍보국 관계자는 “경기도당에만 제안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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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마포구 한 지역에 나란히 걸린 새누리당과 정의당의 현수막 사진.


새누리당은 지난달 26일 반박에 나섰다. 내용은 “교육감님 정부에서 보내 준 누리과정 예산 어디에 쓰셨나요”였다. 게첩 지역은 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서울·경기·광주·전북·강원 5개 지역으로 타겟팅도 명확했다.

새누리당은 보도자료를 내고 “더민주가 현수막을 통해 보육 대란 책임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떠넘기는 데 대해 대응하는 성격”이라고 했다. 새누리당은 당이 주장하는 ‘정부가 보내 준 누리과정 예산액’을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하면서 온-오프라인을 통한 홍보에 나섰다.

정부는 각 시도교육청별 보통교부금에 누리과정 소요 예산(유아교육비·보육비 지원액) 3조9692억원을 명시해 편성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부금 총액은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이다. 결국 시·도 교육청은 기존의 초·중·고 교육비를 줄여 0~5세 보육비를 감당하는 ‘돌려막기’ 예산을 세우게 된 것이다.

정의당이 내건 현수막은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정의당은 새누리당 현수막 아래 “대통령님이 약속하신 누리과정 예산 안 줬다 전해라”는 내용을 달았다. 어떤 시·도당에서는 아예 온라인 댓글을 의미하는 표시(⤷)를 달고 해당 내용을 전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이어 “박근혜 정부가 일 좀 하게 해주세요” 내용의 현수막을 게시했고 정의당은 “박근혜 정부가 그 일 하면 우리 쉽게 해고되는 거 맞지요?”, “아이들은 보육대란/ 부모님은 노동개악, 박근혜 정부 덕에 온 가족이 집에 다 모였어요” 내용으로 응수했다.

정의당은 각 지역위원회 결정에 따라 새누리당 대응 현수막을 게첩한다. 현수막 문구는 각 지역위원회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는 방식이다. 정의당 내에서는 반박 현수막을 통해 새누리당의 왜곡을 즉각 바로잡을 수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15~20 글자 안팎의 정치 구호로 전달되는 현수막 내용을 통해 진정한 정책 대결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특히 야당의 경우 지난 ‘현수막 대전’에서 새로운 이슈를 선점하기 보다는 새누리당에 반박하는 형식의 현수막 게시가 주를 이뤘다.

지지자에게는 ‘사이다’라는 반응을 얻을 수 있지만 비지지층이나 무당층에게는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정의당이 언론·홍보의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각 지역위의 발빠른 대응은 분명히 효과가 있지만 정당의 정책적 지향점을 보여주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중앙당 차원의 홍보 기획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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