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이미 사업장에서 저성과자를 해고하고, 정부가 추진하는 저성과자 일반해고 지침 역시 배후에 삼성전자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삼성의 선제적 저성과자 일반해고 도입’과 ‘노조간부 표적징계 배후지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삼성자본은 2015년 내내 끈질기게 저성과자 징계를 현장에 도입해 왔다”면서 “2015년 12월30일 고용부의 2대 행정지침 의견수렴 간담회가 있은 직후,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에서 저성과자 일반해고 규정의 사업장 도입이 노골화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천안·울산 지역의 서비스센터는 노동자들의 집단적 동의절차를 생략한 채 ‘저성과자 3회 연속 평가’를 해고 사유에 추가했다. 지난 1월1일 서울 동대문센터과 영등포센터에서 ‘징계 기준 보완’ 공고와 ‘ 월간 기본실적 관리를 통한 저성과자 분류’ 공고가 각각 공지됐고 아산센터에서도 ‘2016년도 1분기 분기평가 항목 및 기본전략’이 게시됐다.

IMG_8887.JPG
▲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1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삼성자본은 즉각 저성과자 일본해고 도입을 중단하라"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라두식 지회장은 이에 대해 “(삼성이) 박근혜 정권의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선도적으로 행하고 있는 것은 이들이 청부한 발의임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라 지회장은 “2016년 새해가 밝자마자 천안, 서산센터에서 핵심 조합원들을 표적징계했고 1월22일엔 영등포센터의 전 분회장, 현 분회장 표적 징계, 1월29일엔 부지회장이 있는 분당센터에 폐업을 권고했다”며 “삼성이 주도한 박근혜 정권의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반드시 막아내고 강고한 투쟁 벌일 것”이라 밝혔다.

불합리한 실적 평가에 대한 고발도 제기됐다. 박성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수석부지회장은 “무상자재단가, 교환환불율 등과 관련된 모든 실적들은 고객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 단가 줄이고, 고객에게 환불을 못 해주게 하는 그런 실적이다. 삼성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기 위한 것”이라며 “삼성의 부도덕함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나갈 것”이라 밝혔다.

무상자재단가, 교환환불율 등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의 노동자 성과관리툴에 포함된 평가항목이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핵심 부품이 고장나면 고객 요구대로 교환·환불을 해주게 돼 있는데 만약 이행되면 (교환환불율) 지표에 걸려 저성과자 된다. 수리를 하게 되면 ‘무상자재단가’ 지표에 걸려 저성과자가 된다”고 설명했다.

정찬희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영등포센터 분회장은 삼성의 노조 간부에 대한 표적징계해고 배후지시를 규탄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 따르면 지난달 노조 간부 및 조합원 6명이 해고·정직 등의 징계를 받았다. 정 분회장은 자신과 김선영 전 분회장이 받은 해고 징계에 대해 “우리 해고 사유는 팟캐스트 방송 때문에 제기된 명예훼손인데, 이는 2014년 6·28 합의정신에 의해 이미 상호 취하하기로 했던 항목”이라며 “이를 다시 끄집어내 해고 처리를 한 것”이라 밝혔다.

정 분회장은 노조 조직부장이 ‘입금지연 문제’로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은 데 대해서도 “연차 때문에 입금을 (당일) 하지 못했는데, 그것 때문에 징계로 처리했다”면서 “삼성은 어떻게 해서든 노조를 깨려고 수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IMG_8886.JPG
▲ 권영국 삼성바로잡기운동본부 공동대표가 '삼성 선제적 저성과자 일반해고 도입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해 연대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권영국 삼성바로잡기운동본부 공동대표도 발언에 나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악은 자본가들이 집중돼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 민원 사안을 정책이란 이름으로 포장해 자본가의 이해를 관철시키는 매우 나쁜 법안이고 지침”이라며 “전경련은 이병철 삼성 초대회장이 만든 조직이다. 자본과 권력이 짝자꿍이 돼서 노동자의 생존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현주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일부 협력업체가 강행한 징계 기준 공고와 저성과자 분류 공고에 대해 “모두 명백한 법 위반”이라며 “근로조건과 관련된 것이기에 취업규칙으로 변경해야 하고 변경을 위해 노동자의 집단적 동의를 구해야 한다. 해당 사업장들은 이를 다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변호사는 “저성과자 해고가 만연해지고 공정한 평가는 불가능할 것이란 노동계의 우려가 이번 사례에서 명확히 드러났다”며 “누구나 하위 10%에 해당될 수 있어 정리해고 대체 수단으로 저성과자 일반해고가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사용자 이윤 중심으로 평가하는 지표도 객관적 지표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 반도체산업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해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118일째 농성을 하고 있는 황상기씨는 연대 발언에 나서 “반올림에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암에 걸린 사람이 수백 명이 된다. 노조가 있었다면 이 사람들 병에 걸리지도 죽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노동자가 자기 방어할 권리 가진다면 자기가 일하는 직장을 안전한 사업장으로 만들 수 있다. 사업장이 안전해야지 노동자 가정이 안전하고 사회가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어 황씨는 “노동자를 사람 취급 안 하고 돈 벌어주는 기계로 취급하면 삼성은 곧 망할 것”이라며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책임 전가를 할 게 아니라 이재용, 권오현, 최우수 등 (삼성) 수뇌부를 해고하고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삼성 자본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쉬운 해고 도입과 성과통제 강화는 헌법상 입법 절차도, 근로기준법상 해고절차도 무시함 지침과 가이드북으로 진행된다. 재벌의 입법청부가 헌법 위에서 군림하는 꼴”이라며 “쉬운 해고와 노동자 동의없는 취업규칙 변경의 양대 행정지침을 폐기시키고 현장에서 시도되는 모든 쉬운 해고 도입을 저지할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