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위한 단식투쟁에 폭식투쟁으로 조롱한 어버이연합에 대해 ‘망나니’, ‘탐욕’ 등의 표현으로 비판했다 모욕죄 혐의로 기소된 이안 영화평론가에 대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이와 관련해 이안 평론가는 재판부가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제동을 건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재판 시작전 어버이연합측이 검찰을 통해 합의금을 제안한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1부(재판장 오연정 부장판사)는 28일 이안 평론가의 모욕죄 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원심(1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안 평론가는 지난 2014년 9월9일 미디어오늘에 ‘죽음에 이르는 첫 번째 큰 죄, 폭식’라는 칼럼을 썼다.

1심(원심) 재판부인 서울남부지법 형사8단독 이영선 판사는 지난해 7월17일 1심 판결에서 검찰의 기소에 대해 “어버이연합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 만한 모욕적 언사로 볼 수 있으나, 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며 “‘망나니’란 언동이 몹시 막된 사람을 비난조로 이르는 말이고, ‘아귀’란 살아있을 때의 식탐 때문에 죽어서 배고픔과 목마름의 고통을 당하는 중생을 뜻하는 불교 용어이므로, 소위 폭식 투쟁을 비판하는 위 칼럼의 전체적인 주제”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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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위 표현이 비록 어버이연합의 입장에서 주관적으로는 모멸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객관적으로 사회적 품위에 반할 정도로 극단적인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려우므로 피고인의 공소사실 기재 표현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해 무죄판결했다.

이에 검찰은 그해 8월 제출한 항소이유서에서 “대다수의 회원이 고령의 노인인 피해자 연합을 상대로 망나니 아귀들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동양 유교적 관점에서도 용납될 수 없는 사회적 품위를 잃은 행위”라며 “객관적으로 명백한 모욕적 표현이 기재돼 있다면 양의 다과를 불문하고 사회상규에 반하는 모욕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망나니 아귀들이라는 단어를 직접 사용한 것은 의사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모욕적 언사로서 사회상규에 위배된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안 평론가는 29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1심에서 패소한 검찰이 항소이유서에서 ‘유교적 관점’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죄를 덮어씌우려 했지만 재판부가 이런 무리한 기소를 용납하지 않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평론가는 “비속어도 아닌 망나니라는 표현을 써도 된다 안된다 여부를 검찰이 판단하려한 것 자체가 언어생활까지 통제하겠다는 국가의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라며 “무엇보다 상식적으로 나는 ‘세월호 유가족이 단식하는데 옆에서 음식먹는게 잘못일 뿐 아니라 가족 잃은 사람 옆에서 그런 행동 해서는 안된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 평론가는 “이런 일까지 항소한 검찰에 우리 세금이 들어가는데 대한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며 “하지만 믿음을 갖고 있었다. 이 같은 판례가 쌓이길 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어버이연합측이 1심 재판 시작 전에 검찰을 통해 합의금을 요구한 일도 있었다고 이 평론가는 전했다. 이 평론가는 “지난 2014년 고소한 어버이연합측이 지난해 3월 말 검찰 기소 이후 첫 재판이 열리기 전에 검찰을 통해 합의하자는 제안을 했다”며 “액수는 200~300만 원이었으며, 재판 일자가 잡혔을 때 대략 지난해 4월 중에 검찰 직원이 전화해서 ‘벌금형 사건을 진행하면 통상 합의를 한다’며 이런 합의를 제안했다”고 전했다.

이 평론가는 “당시 나난 합의할 것이면 애초부터 고소를 해서는 안됐던 일이며, 그건 앵벌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벌금 액수가 그보다 작더라도 당시 제가 쓴 글은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지지와 의미가 있었다. 합의해주면서 어버이연합의 정당성을 부여해줘서는 안된다고 판단해 거절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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