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연이틀 ‘권력자’, ‘완장’ 등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거친 말을 쏟아내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친박계는 제동을 걸고 나섰다. 청와대·친박계와 각을 세웠다가 번번이 뒷심 부족을 드러냈던 김 대표가 이번에도 물러설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친박계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은 29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 대표의 ‘권력자’ 발언에 대해 “의도를 가지고 말을 한 것이 확실하다, 계산된 발언이었다”며 김 대표를 향한 공격성 발언을 쏟아냈다. 

앞서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28일 최고위원회에서 김 대표를 면전에 두고 “김 대표가 권력자”, “당에 분란을 만들지 말라”, “김 대표 주변에도 완장 찬 사람들이 별의별 일을 다 하고 있다”며 김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는 김 대표가 했던 말을 고스란히 돌려준 것이다. 김 대표는 26일 “망국법인 선진화법은 (2012년 5월 법 통과) 당시 권력자가 찬성으로 돌자 의원들이 전부 다 찬성으로 돌아서면서 통과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 김무성(오른쪽) 새누리당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저출산 대책 당정협의에 참석해 원유철 원내대표의 말을 듣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27일에는 “과거 공천권이 당 소수 권력자에 의해 밀실에서 좌지우지 돼왔다”고 비판했다. 또 같은 날 언론 인터뷰에는 “권력 주변의 수준 낮은 사람들은 완장을 차려고 한다. 완장을 차고 권력자 이미지를 손상시킨다”고도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날선 비판이었다.

하지만 이어진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권력자’, ‘완장’ 발언에 대한 확전 없이 회의가 끝났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최고위 회의가 끝나고 “분위기가 썩 좋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 간의 발언이 논쟁으로 발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 최고위원은 최고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처리할 안건도 많았고 김 대표도 어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본의가 아니었다고 말해 서로 찜찜하니까 사과하라고 할 수는 없었다”며 “당이 어려운 때 대표도 자중해달란 간곡한 말을 받아들인 걸로 안다”고 해석했다.

김 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질의 응답은) 그만하자”고 나직하게 말한 후 자리를 떴다. 김 대표는 이후 현안에 대한 발언을 아끼고 있다. 다만 비박계 의원들은 라디오 등을 통해 친박계에 적극 반박했다.

비박계인 김성태 의원은 29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 출연해 김 대표의 ‘권력자’ 발언에 대해 “본뜻을 외면하고 오해를 확대 재생산하는 분들이 너무 과도하게 언행을 일삼고 있는 게 문제”라고 반박했다.

정두언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당내 경쟁은 항상 있는 거고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며 “김 대표가 없는 말을 한 것도 아니고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닌데 왜 시비를 거는지도 이해가 잘 안 간다”고 말했다.

친박·비박 갈등의 핵심은 공천권이다. 인재영입을 통한 전략공천을 요구하는 친박계와 100% 상향식 공천을 주장하는 김 대표를 비롯한 비박계 간의 충돌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새누리당은 28일 열린 최고위원회에서도 공천관리위원장 임명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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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저출산 대책 당정협의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친박계는 공관위원장으로 이한구 의원을 밀고 있고 김 대표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 등 외부인사를 원한다. 이 의원은 전략공천을 적극 옹호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8일 최고위회의는 김 대표가 이 의원을 공관위원장으로 받는 대신 공관위원 인사 전권을 갖겠다고 하면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끝났다.

관심은 김 대표가 이번에도 친박계 요구를 받아들여 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9월 ‘무대(김무성 대장이라는 별칭)의 반란’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합의하며 오픈프라이머리 길을 텄다.

하지만 청와대와 친박계의 반발에 부딪치자 결국 김 대표는 당헌·당규에 단수·우선 추천 등 전략공천 가능 조항을 살려두는 방향으로 물러섰다. 앞서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당시에도 초반 청와대와 맞서는 듯하던 김 대표는 “새누리당의 미래와 박근혜 정권의 성공을 위해”서라며 ‘원내대표 사퇴 권고 결의안 채택’을 위한 의원 총회를 소집했다.

김성태 의원은 2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김 대표가 아무 말 하지 않는 것도 나름의 의사 표현 아니겠느냐”면서도 “다른 깊은 뜻이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의 행보 속에는 박 대통령과의 독대를 통한 빅딜을 요구하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박 대통령이 경제 위기 운운하면서도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당으로 보낸 것은 결국 김 대표를 대신할 인물을 보낸 것 아니겠느냐”며 “최경환 의원은 김 대표의 대항마로서 친박계 구심이 아니라 제2의 박근혜 비대위 체계의 중심 역할로 당에 복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이를 눈치챈 김 대표가 작심한 듯 26일과 27일 연달아 박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 대표는 지난 26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이나 현기환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는 대화할 만큼 대화했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화끈하게 마음 문을 열고 같은 식구로서 얘기하고 싶었는데, 그게 안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명시하진 않았지만 박 대통령과 터놓고 대화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드러낸 것으로 해서될 수 있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이 김 대표 교체를 거론하는 시점을 1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강조한 경제·노동 관련법을 여당이 통과시키지 못할 경우 박 대통령은 ‘최경환 비대위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다.

1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는 29일 오후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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