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의 시사프로그램이 공정성 결여 등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로부터 반복적 제재를 받아온 가운데 방통심의위 차원의 경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7일 오후에 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는 지난 20일 소위원회에서 벌어진 ‘보이콧 사건’의 후폭풍이 여전한 모습이었다. 종편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봐주기식 제재에 항의하며 회의를 보이콧한 장낙인 상임위원(야당 추천)은 이날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관련기사: 종편막말만 관대한 방통심의위 보이콧 사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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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일 방통심의위 '보이콧 사건'의 발단이 된 7월31일 TV조선 '이하원의 시사Q'의 방송화면.


윤훈열 상임위원(야당추천)은 TV조선의 시사프로그램에 관련한 안건 5개에 모두 ‘의견진술’ 의견을 제시했다. 의견진술이 합의되면 해당 프로그램의 프로듀서 등이 회의에 참석해 경과를 보고해야 한다. 윤 위원은 “종편의 시사프로그램이 자극적이고 불공정한 보도를 한다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이제는 방통심의위 차원에서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단건을 하나하나 제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폭넓게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주의 환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추천 위원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갈렸다. 김성묵 방송심의소위원장은 윤훈열 위원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김성묵 소위원장은 “(종편 시사프로그램에 대해) 집중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핫하게 논의해보자”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당추천 함귀용 위원은 방통심의위에 올라오는 안건 가운데 많은 부분이 특정정당이 민원을 거는 상황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함 위원은 “오늘만 해도 TV조선 관련 안건이 6건(지난주 의결보류 사안 포함)이다. 심의위에 들어오는 안건 가운데 절반 정도가 특정정당에서 민원을 넣는 것”이라며 “고만고만한 사항으로 계속해서 민원을 넣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 소위원회에 올라온 종합편성채널 안건 6건 중 TV조선 프로그램이 5건이었다. 5건 가운데 3편이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8월10일, 8월12일, 8월20일 방송분)였고, ‘엄성섭 정혜전의 뉴스를 쏘다’ 8월20일자, ‘TV조선 뉴스쇼 판’ 1월19일자였다. ‘장성민의 시사탱크’에 관련된 안건 3개는 모두 ‘의견진술’로 합의됐고, ‘뉴스를 쏘다’는 권고, ‘뉴스쇼 판’은 의견제시로 합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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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방통심의위에서 3건의 안건이 올라온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TV조선의 시사프로그램들이 소위원회의에 안건이 부쳐진 이유는 대부분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7조(품위 유지) 5호였다. 규정 27조 5항은 “불쾌감․ 혐오감 등을 유발하여 시청자의 윤리적 감정이나 정서를 해치는 표현”은 그 표현에 신중을 기해야한다고 명시돼있다.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는 “새정치연합은 종북의 숙주다”등 야당폄하 발언(8월10일자), 김광진 의원의 국방부 엠바고 관련 비판에 관한 건(8월12일자), 한명숙 전 총리의 실형에 대해 “친노에 대한 정치적 사망선고”라고 말한 점(8월20일자)등이 품위유지 위반과 진행자의 공정성 결여라는 이유로 안건에 올랐다. ‘장성민의 시사탱크’는 이미 반복적인 야당폄하로 십수 차례 제재를 받아왔다. (관련기사: ‘문재인 얍삽’ 보도 지적에 “야당 때문”이라는 TV조선

또한 ‘뉴스를 쏘다’와 ‘뉴스쇼 판’은 각각 고 노무현 대통령 죽음에 대한 지나친 발언과 야당폄훼로 역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 27조 5호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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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20일 오후 방송된 'SBS스페셜-발칙한 그녀들'에서는 인터넷 커뮤니티 '메갈리아'의 로고가 나왔다는 이유로 민원이 제기돼 심의위에 안건이 상정됐으나 '문제없음'으로 합의됐다.


한편, 이날 소위원회에서는 인터넷 커뮤니티 ‘메갈리아’의 입장을 옹호했다며 회의 안건으로 상정된 ‘SBS스페셜-발칙한 그녀들’(12월20일 방송)은 상임위원 전원의 ‘문제없음’으로 합의됐다. ‘발칙한 그녀들’에서는 최근 여성혐오 현상과 인터넷 사이트 ‘소라넷’의 범죄행위 등을 설명하며 메갈리아 사이트 운영자의 의견을 전달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해 인터뷰 과정에서 남성의 성기와 관련된 메갈리아 사이트의 로고가 방송된 점, 메갈리아 커뮤니티의 의견을 옹호하고 지지하는 식으로 방송됐다는 민원이 들어와 안건으로 상정됐다. 이에 대해 하남신 상임위원은 “이 정도는 통념상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고 함귀용 위원 역시 “전체적 맥락을 봤을 때 문제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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