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어버이연합(어버이연합)이 MBN 본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벌이고 김주하 MBN 앵커의 퇴출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날 집회 참가자들 중에는 해당 방송을 보지 않거나 김주하 앵커를 잘 모른다는 사람도 있어 의문을 자아냈다.

어버이연합 “김주하, 박 대통령 모독했다”

어버이연합 회원 150여명(주최측 추산)이 27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필동에 위치한 MBN 본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어 “김주하는 대통령을 모독했다”며 “지금 당장 MBN을 사퇴하고 개인자격으로 돌아가라”고 요구했다. MBN 특임이사이기도 한 김주하 앵커는 메인뉴스인 뉴스8을 단독 진행하고 있다.

어버이연합이 문제 삼은 건 지난 18일 방송 뉴스에서의 발언이다. 당시 김 앵커는 박근혜 대통령이 ‘민생 구하기 경제 입법 촉구 천만인 서명운동’에 서명한 소식을 전하면서 “별의별 방법으로 국회에 법안처리를 호소하다 이제 서명운동에까지 동참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어버이연합은 김 앵커가 대통령을 모독하고 폄훼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방송사의 앵커가 ‘별의별 방법’ 이라고 방송에서 직접적인 표현을 한 것은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고 마치 본인과 생각이 다른 일개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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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버이연합이 27일 MBN 본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 사진=이하늬 기자

회원 “김주하가 누군지 난 몰라”

서울 월곡동에서 온 87세의 원아무개씨도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의 발언 중간중간 “MBN은 각성하라” “김주하 규탄한다” 고 외치며 오른팔을 높이 들었다 내렸다. 하지만 원씨는 해당 방송을 봤냐는 질문에 웃으며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원씨는 김주하 앵커를 아냐는 질문에도 “내가 어떻게 알아”라고 답했다.

이어 원씨는 “여기에 그 사람(김주하) 아는 사람 몇 없다”며 “그런데 대통령한테 나쁘게 말했다니까 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송국에서 대통령에게 나쁘게 말하면 어떻게 하냐”며 “대통령을 미워하면 우리나라 국민이 아니다. 북한으로 가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집회 참가를 위해 솜내의를 꺼내 입었다고 했다.

탈북자 박아무개(78)씨도 문제가 된 김주하 앵커의 발언을 묻자 “그건 모르겠다”며 “나는 그게(김주하 앵커 발언) 아니라 탈북자 보도에 화가 나서 항의하러 온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가 문제 삼은 보도는 지난 26일 방송된 탈북단체 대표가 탈북자를 돕기 위한 지원금을 중간에서 가로챘다는 보도로 이날 집회 성격과는 맞지 않았다.

‘김주하 OUT’ 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던 또 다른 회원도 “(방송을) 봐도 모르고 안 봐도 된다”며 “(어버이연합에서 하는 말을) 그냥 믿으면 된다. 잘못을 했으니까 우리가 여기에 왔지. 잘못을 안 했으면 여기에 왜 왔겠냐”며 언성을 높였다.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이날 1시간 가량 집회를 이어가다 경찰의 해산명령 방송에 즉각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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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8일 방송된 MBN 뉴스8

MBN “멘트 하나로 ‘편파’ 방송이라니”

이에 대해 MBN 관계자는 “해당 보도의 내용이나 전체적인 보도의 경향이 아니라 앵커 멘트 하나로 MBN 뉴스를 ‘편파’ ‘왜곡’ ‘종북좌파’ 라고 주장해서 어떻게 봐야할지 모르겠다”며 “‘우리가 공정한 방송을 하고 있으니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강요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보도 및 뉴스에 있어 공정과 신뢰를 기조로 방송을 해왔고 향후 방송에서 이런 기조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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