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가 ‘MBC 녹취록 사태’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개입’을 요구했지만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27일 오후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2016년 방통위 업무계획보고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밝혔다. 앞서 ‘MBC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27일 녹취록 내용에 대한 방통위 특별조사와 위원장 면담을 요청한 바 있다. ‘MBC녹취록’은 2014년 백종문 MBC미래전략본부장과 박한명 폴리뷰 국장 등이 대화한 내용으로 ‘프로그램 통제’ ‘패널 청탁’ ‘최승호, 박성제 두 언론인 부당해고’가 언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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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최성준 위원장은 “관련 언론보도를 봤지만 방통위가 조치할 일은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박성제, 최승호 두 언론인에 대한 ‘부당해고’를 시인한 녹취 내용에 대해 최성준 위원장은 “해당 방송사에서 검토해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할 문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관여하면 경영에 간섭을 하는 게 된다. 해직 사건은 2심까지 판결이 나왔고,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도 않았다. MBC 노사문제에 개입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통위는 이번 사태에 개입할 의무가 있다. 방통위는 지상파 방송의 공영성 확립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할 기관이며,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직접 임명하고 감독하는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MBC파업 이후 벌어진 일들은 단순히 사내 노사갈등 문제로 치부할 문제가 아닌 언론자유와 직결된 문제다. 지난 23일 마이나 키아이 UN결사자유 특별보고관이 언론노조 MBC본부 관계자들과 면담을 하고 노조탄압실태를 파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성준 위원장의 주장대로 ‘방송 공영성’의 문제가 아닌 ‘방송사 내부의 노사관계’로 축소하더라도 방통위가 개입할 근거가 없다는 발언은 부적절하다. 방통위는 2013년 MBC 재허가 당시 ‘권고사항’으로 “노사관계 정상화”를 요구한 바 있으며, 이 같은 조치가 이행되지 않자 거듭 ‘권고’를 한 바 있기 때문이다. 최성준 위원장의 논리대로라면 방통위의 권고조치는 권한남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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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6일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 안광한 MBC사장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승호 MBC 해직PD(왼쪽)와 박성제 MBC 해직기자. 사진=이치열 기자.

이날 최성준 위원장은 안이한 인식을 보이기도 했다. 최종심에서도 해직 언론인들의 ‘부당해고’판결이 확정될 경우에는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냐는 질문에 최성준 위원장은 “최종심은 확정판결이기 때문에 방송사가 이행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 이에 대한 계획이나 대책을 세우는 건 의미 없는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언론인들이 징계 및 해고 무효판결을 받더라도 또 다시 ‘징계’를 받는 사례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2013년 MBC에서 해고된 이상호 기자는 지난해 대법원의 해고무효판결로 복직했지만, 복직 한달만에 정직 6개월 징계를 받았다. 방통위원장이 이 같은 현실을 모른다고 실토한 셈이다.

녹취록에는 프로그램 패널 교체를 요구하고 프로그램을 통제하는 내용이 있지만 최성준 위원장은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최성준 위원장은 “방송법 4조는 국가권력 등 외부간섭을 막는 규정으로 이번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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