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률 144%. 상암동 JTBC 19층 ‘님과함께 시즌2-최고의 사랑(이하 ’최고의 사랑‘)’회의실 앞에 붙은 숫자다. 프로그램마다 목표 시청률을 설정하고 실제 시청률을 대비한 숫자인데, ‘최고의 사랑’은 이미 100%를 넘겼다. 제작진도 예상치 못하게 ‘터졌다’. 가장 최근에 방영된 ‘최고의 사랑’은 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가구 기준 4.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김숙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퓨리오숙(영화 '매드맥스‘의 여전사 퓨리오사+김숙)’ ‘갓숙(God+김숙)’ ‘숙크러쉬(김숙+걸크러쉬)’등으로 불리며 큰 인기를 끌고 있고, 윤정수도 ‘파산’ 이후 방송 복귀에 성공했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의 중년판으로 시작한 ‘님과 함께’ 시즌1이 끝나고 시즌2를 시작했지만 폐지 위기에 몰렸다. 폐지 직전의 프로그램을 꾸리며 성치경 CP(책임프로듀서)는 ‘끝내더라도 못해본걸 해보고 끝내자’는 마음으로 ‘김숙-윤정수’ 커플을 투입했다고 한다. 26일 JTBC 사옥에서 성치경 CP를 만났다.

성치경 PD.JPG
▲ JTBC '최고의 사랑' 성치경 책임프로듀서. 사진=김도연 기자

- ‘최고의 사랑’ 인기 비결은 아무래도 여성혐오가 이슈가 된 사회에, ‘미러링’(상대의 언행을 거울에 비추듯 되돌려주는 행위)을 한다는 점이다.

“예상하지 못했지만 그렇다. 김숙씨의 캐릭터는 종래에 다른 예능에서 보지 못한 캐릭터라. 그게 첫 번째인 것 같다. 그리고 실제로 요새 여성이 주도하는 예능이 보이지 않는 예능 판이니까. ‘사이다’같은 느낌이 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 애초에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부터 노린 건가.

“아니다. 김숙씨는 원래 그렇게 하고 있었다. 원래 그 사람은 그렇게 하고 있었는데 전에는 주목을 못 받다가 어떤 때가 오면 주목을 받게 되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 박명수씨 같은 케이스 말이다. 솔직히 김숙씨는 ‘무한걸스’ 부터 그렇게 하고 있지 않았나. 그런데 그 힘이 윤정수씨와 만나게 되면서 배가된 것 같다.”

- 둘을 섭외하고 설정을 짠 건가, 설정을 먼저 하고 둘을 섭외한 건가.

“섭외 이전에 설정을 한 게 먼저다. 그 커플이 들어오기 전에는 프로그램이 폐지가 되냐 마냐 하는 상황이었다. 시즌1때 설정이 ‘가상 재혼’이었기 때문에 시청층이 중장년에 몰려있었다. 시즌2를 시작했는데 반응이 점점 떨어졌다. 위기가 오니까 끝내더라도 해보고 싶은 거 한 번 해보고 끝내자는 생각이 들었다. ‘가상 결혼’이라는 설정은 굉장히 재미있는 소재인데 인위적이라는 비판이 따라다녔다. 그래서 아예 처음부터 서로 좋아하지 않는 것을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으로 선정했다. 말이 쉽지 그걸 갑자기 까놓고 한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죽을랑 말랑하니까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거 하고 죽자, 이런 실험이었다.”

최고의 사랑 가모장숙1.jpeg
▲ '최고의 사랑'에서 김숙씨는 가부장적 사회의 모습을 뒤집는 '가모장숙' 캐릭터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최고의 사랑' 캡쳐
최고의 사랑 가모장숙2.jpeg

- 김숙과 윤정수를 섭외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김숙과 송은이가 진행하는 팟캐스트를 듣고 김숙을 섭외했다던데.

“윤정수씨 같은 경우 ‘파산’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굉장히 친근감이 들 거라 생각했다. 여성의 경우 강한 여성을 찾고 있었다. 그 와중에 김숙씨와 송은이씨가 함께 진행하는 팟캐스트를 들었는데, 이 사람 캐릭터가 생각난 거다. 아 이런 캐릭터가 있었지. 둘이 붙여보자 했는데 내 생각보다 더 잘 맞았다.”

- 시청률이 승승장구다. 7% 시청률이 나오면 김숙-윤정수가 결혼하겠다는 공약을 했는데.

“공약 자체가 굉장히 뜬금없이 나온 거라. 우연한 애드립이었는데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다. 방송 나가는 아침에 정수형이 맨날 걱정한다. 제작진들도 이것 때문에 걱정이다. 개인적으로 6.9%까지만 갔으면 좋겠다. 이런 고민은 나도 처음이다. ‘시청률 떨어뜨리기 특집’같은 걸해야 하려나.(웃음)”

- 프로그램 설정이 ‘사이다’라는 반응이 대다수여서 시청률도 잘나오는 것 같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가모장’ 설정 또한 이상적인 평등한 관계는 아닌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세상엔 여러 가지 유형의 커플들이 있다. 그냥 그중에 한 커플인거지, 우리가 일부러 ‘가모장’적으로 해라, ‘가부장’적으로 해라, 이렇게 지시하지는 않는다. 사실 이런 류의 코미디가 없었던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1980년대 김미화씨가 나온 ‘쓰리랑 부부’랑 같은 구조다. 우리는 코미디를 하는 거지 사회운동을 하자는 건 아니다.”

- ‘최고의 사랑’의 ‘최고의 장면’을 꼽는다면.

“삼겹살에 불났을 때. 어떻게 보면 이 커플을 만들어준 게 이 ‘불쇼’였다. 사람들이 ‘이 커플 시트콤 같다’면서 인기를 끌었다.

사실 이 삼겹살 장면, 자체 심의에서 약간 위험한 장면인 것 같다고 삭제하자고 제안이 왔다. 버텼다. 죽어도 안 된다고. 자막에 안전에 대한 설명을 넣고 잘못되면 내가 책임질 테니까 가자고 졸랐다. 그 장면 잘랐으면 지금이랑은 달랐을 것 같다. ‘나비효과’처럼 그때가 초반 분기점이 됐던 것 같다.”


- 김숙이 다이어트 한다고 공놀이(?)하다가 윤정수네 TV를 부수는 장면도 정말 웃겼다. 윤정수네 TV는 어떻게 됐나.

“그 집에 별일이 많더라고. 제작진들도 어이가 없었다. TV는 다행히 AS가 잘됐다.”

- 윤정수의 경우 이 프로그램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정수형이 고맙다고 이야기하는데, 그러지 말라고 한다. 피차 마찬가지인 거니까. 내 입장에서는 죽을 뻔한 프로그램이 다시 살아난 거에 대해 고맙다. 앞으로도 프로그램 많이 잡아서 단단하게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 김숙·윤정수가 뜨면서 MBC ‘무한도전’이나 ‘라디오스타’에 나가서 ‘최고의 사랑’을 홍보한다. 효과는 좀 있는지.

“김숙-윤정수 커플이 요새 둘 다 워낙 바쁘다. 내가 그들이 다른 프로를 하는 걸 막을 수도 없는 거고, 거기도 그들을 통제할 수 없는 거고. 솔직히 ‘무한도전’ 나가고 나서는 시청률 효과도 있었다. 출연진들이 다른 프로그램 나가면서 더 알려지고, 우리 프로그램도 점점 더 잘되고 또 출연진이 다른 프로그램 많이 나가고… 선순환 상태다. 내가 지도편달하고 그런 건 아니다.(웃음)

이게 또 프로그램 설정 때문에 더 쉽게 나가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같다. 사실 ‘아름다운 가상부부’ 설정이었다면 나가서도 재미없게, 알콩달콩 하기만한 이야기를 해야 할 거다. 그런데 여기는 이미 ‘비즈니스 커플’을 천명했기 때문에, 다른 예능 나가서도 서로 까고, 재미있게 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최근 새 커플 허경환·오나미도 투입됐는데 김숙·윤정수는 언제까지 나오나.

“잘되는 동안 계속 가야한다. 멈춘다고 하면 회사가 가만있을까. (웃음) 농담이고. 사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앞으로 계속 올라갈지, 이 정도로 유지하다가 하강할지. 그런데 또 7% 달성하면 정수형이 하차해야지 않나. 시청자들과 약속인데. 진짜 해외로 도피를 하던지 결혼을 하든지. 진짜 솔직한 마음으로는, 시청률 7% 넘고 진짜 결혼했으면 좋겠다. 둘 다 조금만 눈을 내려놓으면 된다. 얼굴 볼 나이 지났잖아. 실제로 보면 방송보다 더 잘 어울린다, 정말.”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