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불리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하더라도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일이 몇가지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남이나 국민들에게 탓을 돌리는 일이다. 국민들이 저더러 대통령을 해 달라고 사정하고 부탁해서 올라간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이 국리민복을 위해 대통령직을 잘 수행할테니 뽑아달라고 사정해서 간 자리다. 국가정보원에 의한 조직적인 댓글 조작과 투‧개표 부정 혹은 조작 의혹은 별개의 문제지만.

그런 점에서 2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근혜가 “누리과정 예산을 놓고 무조건 정부 탓을 하는 시·도교육감들이 무책임하다”고 한 것은 그야말로 무책임하고 비겁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다.

박근혜는 대통령 당선자 시절 ‘3~5세 누리과정 지원비용 증액’을 재확인하며 지방재정 부담을 충분히 감안하여 누리과정 재원을 조달할 것을 약속했다. 2014년 교육부가 대통령 뜻대로 2015년 예산안에 누리과정 어린이집 몫으로 2조2000억원을 편성했으나 증액안은 전액 삭감됐고, 그때부터 정부는 ‘교육교부금을 이전했으니 중앙정부는 책임을 다했다’고 말을 바꿨고, 지난해 10월에는 시행령을 개정해 어린이집 누리과정을 교육청 의무지출로 못 박았다.

박근혜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에 더 준 것도 아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27%로 고정돼 있다. 정부는 누리과정을 도입하면서 추가 예산 편성 없이 기존 교부금에서 누리과정 소요예산 4조원을 떼어내 각 교육청에 쪼개 준 뒤, “관련 예산 4조원을 내려보냈다”고 표현하고 있다. 꼼수이거나 말이 바뀐 것이다. 누리과정 소요예산은 늘고 있지만 경기침체에 따라 교부금은 오히려 줄었다. 누리과정 소요예산은 2013년 3조4000억원에서 2015년 3조9000억원으로 늘었지만 교부금은 오히려 2013년 41조1000억원에서 2015년 39조4000억원으로 줄었다.

이런 점에서 “정작 무책임한 것은 대책 없이 공약하고,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정부와 대통령”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는 정당하다.

또 하나. 대통령이 해서는 안되는 발언이 있다. “저는 개혁을 추진하는 데 있어 어떤 순간도 저 개인의 이익을 위해 임하지 않았다”는 발언은, 한마디로 박근혜 자신이 정당성을 확보하고 결의를 보여주려는 발언으로 이해되나, 속 보이는 발언이다. 그런 발언을 하면 갈 데까지 간 것이다. 취임 이후 갈등 해소는커녕 국민을 분열시키고, 제대로 이뤄놓은 업적이 없으니 초조해지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거짓말, 꼼수, 비겁함은 안된다. 적어도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까지의 박근혜는 그렇지는 않았다. 마지막 금도는 지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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