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의혹제기를 했다 국방부 장관 등의 명예훼손을 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단 민간조사위원(서프라이즈·민진미디어 대표)에 대해 법원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를 두고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신 대표가 시종일관 주장해온 좌초 후 충돌설을 허위로 단정하면서도 그런 노력이 침몰원인을 밝히고자하는 공익목적에 의한 것이므로 무죄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재판장 이흥권 부장판사)는 지난 25일 오후 신 대표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 34건 가운데 2건만을 유죄로 판결했을 뿐 32건은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2010년 4월4일자와 6월11일자 서프라이즈 게시글 ‘생존자들이 살아 돌아올 수 없도록 구조를 일부러 늦추고 있다’, ‘국방부장관이 증거를 인멸하였다’로, 재판부는 신 대표가 이 글에서 자극적이고 경멸적인 표현으로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34건 가운데 단 2건의 유죄 판단으로 징역 8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것이다.

32건 좌초충돌설 주장은 공익목적 비방아니다, 무죄

그러나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판단한 나머지 32건의 구체적인 무죄 근거를 살펴보면, 한 마디로 좌초 후 충돌설을 주장한 것은 공익적 목적이므로 비방의 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잠수사가 접근하는 순간, 침몰의 원인은 밝혀지게 되어 있습니다”(2010년 3월31자)라는 신 대표의 글에 대해 재판부는 “절단면 형태만으로 침몰의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할 것이나 해군이 인명구조를 위해 투입된 잠수사들에게 절단면 촬영 등 절단면 등 천안함의 손상 형태도 살피도록 지시하여 사고원인도 파악하려 시도하였던 것도 사실”이라며 “천안함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공익적 목적으로 하여 위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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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사들이 함체에 접근 가능했을 때 제일 처음 한 일이… 침몰의 원인을 밝혀줄 단서들을 조사해서 보고하는 것이 첫 임무였을 것이 자명하다”(4월1일자)는 글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천안함 사고 책임을 회피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공익적 목적의 글”이라고 평가했다.

‘사고 직후 해경 501에 의해 구조된 대원들을 격리수용하고 철저한 입막음과 외부와의 접촉을 적극 차단했다’는 신 대표의 4월4일자 글에 대해 재판부는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최원일 천안함장은 해군경비정에 의하여 구조된 후 성남함에서 김○○ 소령을 통해 승조원들에게 외부와의 잘못된 정보를 전달될 것을 우려하여 휴대폰을 수거하고, 사고와 관련하여 함부로 말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며 “생존 승조원은 대부분 성남수도통합병원에 입원한 뒤 가족과 면담 외에 언론기관과의 접촉은 차단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달리 평가될 여지도 있고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거나 피고인이 위 사실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할 것”이라며 비방 목적 자체를 판단할 필요도 없다고 밝혔다.

‘이미 명백하게 드러나 있는 단서조차도 군사기밀이라는 미명하에 감추고 왜곡하기에 급급한 자들을 보면 분노를 넘어… 명백한 범죄 행위’라는 신 대표의 글(4월6일자)에 대해 재판부는 “정부와 군이 군사기밀이라는 이유로 비공개한 자료가 있다는 사실 자체는 허위라고 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신 대표가 쓴 글 가운데 검찰이 허위라고 주장하는 ‘당일 21시16분경 비상상황이 발생했다’는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사건 초기에 위와 같이 믿었던 것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라고 판단하면서 다음과 같은 사항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신 대표가 위와 같은 보도를 접하고, 위와 같은 추론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고원인에 대한 국민의 감시를 위해 정부에 대해 자료공개를 요구하고, 당시 보도자료 등에서 나온 자료를 바탕으로 사고원인에 대한 피고인의 의견을 밝히는 것이 주목적인 글”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제3의 부표 의혹(4월14일자), 해군관계자들이 실종자 가족에게 작전상황도에 기재된(좌초) 상황을 설명했다는 의혹(4월15일자)을 쓴 신 대표의 글에 대해 재판부는 “해군의 해명이 있기 전 피고인으로서는 해군 관계자 등이 작전상황도에 ‘최초 좌초’등을 기재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고, 허위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며 “천안함이 좌초에 의하여 침몰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것으로 사고 원인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침수후 절단’(4월17일자), ‘친환경 녹색어뢰설과 북풍으로 모든 사실 은폐, 조작, 왜곡’(4월20일자), ‘함미 좌현의 스크래치의 존재, 소나돔의 손상 없는 좌초 가능성을 제기’(4월20일자), ‘폭발에 의한 물기둥과 수면의 출렁임에 의한 선체의 움직임을 크게 상회하지 않는다’(4월27일자)도 마찬가지로 합조단 발표를 비판하는 공익적 목적에서 쓰여진 글이었다는 것이다.

‘9시2분 이후 발생한 하나의 사고, 반토막난 두 번째 사고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사고’라고 말한 5월4일자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과 인터뷰, ‘천안함은 모든 정황상 좌초했다, 정부나 군 당국 역시 좌초와 충돌이라는 기본적인 가능성을 먼저 점검했어야 했다’(5월7일자)는 인터뷰에 대해 재판부는 “천안함이 모래톱에 좌초된 후 미군함에 의한 충돌로 침몰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공익적 목적이었다고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외에도 5월8일자 글, 5월10일자 CBS 라디오 ‘뉴스쇼’ 인터뷰 5월13일자 김도균 오마이뉴스 기자와 인터뷰 등 폭발의 흔적이 없었다거나 좌초 후 충돌에 의해 침몰했다는 주장이 담겨있다. 재판부는 모두 “글의 주된 목적은 천안함 침몰의 원인을 밝히는 것이므로 공익적 목적이었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5월26일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의 모임 회원들과 교회 교인 등 수십 명을 대상으로 신 대표가 “천안함 선저 좌초 흔적, 프로펠러 휘어진 점, TOD 영상에 열반응이 없었던 점, 희생자들의 시신이 훼손되지 않은 점, 물고기들의 떼죽음이 없었던 점, 백령도 근해의 숱하게 처져 있는 그물 등 어뢰 공격을 받았다는 것은 골프에서 홀인원을 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며 어뢰 공격도 아니다”라고 강연한 것도 공소제기 대상이었다. 재판부는 “대부분 허위사실”이라면서도 “스크루 변형, 열반응이 없는 TOD 동영상, 시신 상태, 물고기 사체의 미발견 등을 근거로 천안함이 좌초 후 충돌로 인하여 침몰하였다는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정부가 선체 탐색 작업이 지연되었음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천안함 침몰 원인을 밝히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이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들 32건의 공소사실에 대해 “천안함 사건의 초기 대응과정에서 정부와 군의 지나친 정보 독점과 일부 부정확한 정보의 제공 때문에 피고인을 비롯한 국민들이 정보를 취사선택함에 있어 상당한 장애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며 “정보의 한계 탓에 신 대표가 ‘좌초 후 충돌설’이 사실은 잘못된 것이었음에도 이를 진실이라고 오인하게 하는 단초를 일부 제공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변호인 “검찰 무리한 기소 분명하게 확인” 참여연대 “어뢰설 수용 신뢰 흠결”

신 대표의 변호인인 이강훈 변호사는 25~2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민주사회에서 관심이 집중된 사건에 다양한 견해가 나오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정부가 발표한 조사결과와 다른 견해를 표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결국 처음부터 검찰의 기소가 무리한 것이었음을 재판부가 명확하게 판단했다는 점에서는 최소한의 의미가 있다”며 “정부와 다른 의견을 냈다고 형사기소되는 일은 없어야겠다”고 평가했다.

2건의 유죄판단에 대해 이 변호사는 “유죄로 판단된 부분과 관련해 과하거나 단정적 표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공무원 개인을 비난한 것이 아니라 국가 활동을 비판했다는 점에서 부당한 선고”라고 밝혔다. 정부 발표 어뢰설을 그대로 인용한 것에 대해 이 변호사는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26일 논평을 내어 “충분한 증거 없이 어뢰에 의한 침몰로 단정한 재판부의 판단과 고위공직자의 공무집행에 대해 명예훼손죄를 일부 인정한 재판부의 판결에 동의할 수 없다”며 “증거인멸 주장 등 (신 대표의 글) 2건을 유죄로 본 것에 대해서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특히 정부의 어뢰 침몰 결론을 기정사실화한 점에 대해 “이미 과학자들과 주변국 정부, 심지어 조사에 참여했던 미국 전문가들도 합당한 의문을 제기해왔다”며 “5년 이상을 끌어온 이 재판을 통해 정부 최종조사보고서에서 증거능력없는 상당수 증거들이 확인됐으며, ‘어뢰 침몰’ 추정이 지닌 문제점도 여실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그런데도 재판부는 정부의 조사결과를 그대로 수용함으로써 판결의 신뢰성에 큰 흠결을 남겼다”며 “이 역시 항소심에서 온전히 다루어져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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