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진영에서 이탈한 MSO(종합유선방송사업자) 씨앤앰이 지상파와 재송신수수료(CPS)협상을 조만간 매듭지을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와 갈등을 빚고 있는 다른 케이블사업자들과 달리 씨앤앰은 지상파OTT인 ‘푹(POOQ)’과 제휴를 맺는 등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씨앤앰은 지난 22일 지상파3사와 재송신수수료, VOD가격협상에 사실상 합의했으며 동시에 지상파 OTT(인터넷기반방송)서비스인 ‘푹(POOQ)’과 제휴를 맺었다. 지상파와 씨앤앰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아직 협상이 종료된 건 아니지만 큰 틀에서 합의했으며 최종계약서 작성을 앞두고 있다. 구체적인 협상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재송신은 유료방송 플랫폼이 지상파채널을 실시간으로 송출하는 행위를 말한다. 지상파는 유료방송 플랫폼에 채널을 제공하는 대가로 가입자당 재송신수수료(CPS)를 받는데, 지상파는 케이블에 “280원에서 430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 VOD 역시 지상파가 가격인상과 배분 확대 등을 요구했다. 

씨앤앰 전용주 대표(왼쪽)와 콘텐츠연합플랫폼 장만호 대표가 22일 공동사업추진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1).jpg
▲ 전용주 씨앤앰 대표(왼쪽)와 장만호 콘텐츠연합플랫폼의 대표가 22일 공동사업추진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씨앤앰 제공.

케이블업계는 그동안 케이블협회를 중심으로 한 ‘단일창구’로 협상을 벌였지만 씨앤앰만 이탈해 지상파와 직접 협상을 벌이는 등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VOD협상 시한을 넘겨 다른 케이블에 지상파 VOD 공급이 중단돼 블랙아웃이 벌어진 상황에서도 씨앤앰만 직접협상에 나서 차질없이 VOD를 공급받기도 했다.

씨앤앰과 ‘푹’의 제휴는 IHQ소속 연예인들의 영상을 독점공급하는 방식이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씨앤앰의 전용주 대표는 김우빈, 장혁 등이 소속된 연예기획사 IHQ의 대표를 겸하고 있다. 씨앤앰과 푹 서비스 사업자인 콘텐츠연합플랫폼은 콘텐츠 공동제작도 할 계획이다. 씨앤앰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사와 갈등 중인 다른 케이블 SO들과 달리 지상파와 재송신을 포함한 적정한 콘텐츠 가격에 합의한 것이 제휴의 기틀이 됐다”고 밝혔다.

127208_162452_350.jpg
▲ 2012년 1월, 지상파가 케이블에 재송신수수료를 요구하자, 케이블측은 과도한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며 지상파를 끊는 초유의 블랙아웃 사태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이처럼 씨앤앰이 케이블협회에서 벗어나 독자행동을 하는 배경에는 ‘매각’을 위한 ‘가격높이기’전략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씨앤앰은 대주주인 외국계 사모펀드 매각을 준비하고 있는데, 지상파와 갈등이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씨앤앰이 VOD 수요가 많은 수도권 가입자가 많다는 점, 최근 지상파가 제기한 소송에서 패해 지상파에 재송신비용 정산누락액 59억 원을 배상하게 됐다는 점도 이 같은 행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씨앤앰의 이탈로 케이블TV방송협회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씨앤앰의 협상가격이 다른 SO들의 협상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를 차단하려는 분위기다. 케이블업계 관계자는 “추후 지상파가 씨앤앰의 협상액을 공개해 같은 가격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자세한 건 협상내용을 봐야 하겠지만 씨앤앰은 재송신협상만 한 게 아니라 여러가지 사안을 묶었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다고 본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