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항공이 노조에게 단체협약(단협) 해지를 통보한 것을 두고 보도가 쏟아졌다. 하지만 이들 보도를 통해서는 단협 해지가 왜 중요한지, 또 왜 단체협약 해지까지 이르게 됐는지는 알 수 없다. 나아가 이같은 단발성 기사로 인해 ‘구조조정’ 이라는 본질은 잊히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시아나 일반노조에 단체협약 해지통보...타임오프제 탓(연합뉴스)

아시아나, 노조에 단체협약 해지 통보(전자신문)

아시아나 항공, 일반노조에 단체협약 해지통보(아시아투데이)

아시아나 항공, 일반노조에 단협 해지통보 ‘초강수’(경향신문)

지난 18일 아시아나가 아시아나항공 일반노조(일반노조)에 단협 해지를 통보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일반노조는 조종사를 제외한 승무원, 정비사, 일반직으로 구성된 노조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일반노조는 고용노동부의 시정권고에도 과도한 열외근무를 계속 주장해 아시아나는 불가피하게 단협 해지를 통보한 것으로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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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일 문화일보 보도


단협 해지, 왜 중요한지는 언급 안 돼

그러나 해당 보도로는 아시아나의 단협 해지 통보가 왜 기사가치를 가지는지 알 수 없다. 제목에서 ‘초강수’ 라고 언급한 경향신문 기사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서울신문이 19일 보도에서 “현 정부 들어 민간기업이 타임오프제 위반을 이유로 노조에 단협 해지를 통보한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이 중요한 이유는 단협 해지 통보가 ‘악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노조가 애를 써 노동자에게 유리한 업무환경을 만들어놔도 사용자가 해지통보를 하면 끝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32조 3항은 “당사자 일방이 해지하고자 하는 날의 6개월 전에 상대방에게 통보해 종전 단체협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단협 해지는 노조탄압 수단으로 사용되곤 했다. 지난 2009년 공공부문에서 단협 해지 통보를 한 곳이 12곳에 이른다. 민주노총 법률원의 강민주 노무사는 “단협 해지 통보가 법 위반은 아니”라면서도 “하지만 ‘정상적인’ 노사관계라면 잘 사용하지 않는다. 일방적 해지 통보는 곧 노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신문] [뉴스 분석] 아시아나 ‘단협 해지’초강수… 노조 측 “타임오프제 준수했다”_경제 19면_20160120.jpg
▲ 지난 20일 서울신문 보도

 

맥락없이 노조 떼쓰기로 보도한 언론

아시아나는 왜 이런 초강수를 두었을까. 연합뉴스를 비롯한 다수 언론은 타임오프제에 따라 일반노조에서 근로시간을 면제받을 수 있는 인원은 0.4명인데, 일반노조는 연중 4.6명이 근로시간을 면제받았다고 보도했다. 타임오프제는 노조 활동만 하는 ‘전임자’의 활동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해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 관계자는 “타임오프제에 따라 일반노조의 전임자는 1명인데, 실제 노사 교섭에 참석하고 간부회의에 참석한 사람의 수는 8명”이라며 “이들은 모두 업무시간에 노조 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노조 역시 이는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노조는 “타임오프제와 유급노조활동은 분리해서 봐야한다”는 주장이다.

당사자의 주장이 엇갈릴 때 기준이 될 수 있는 건 노사 합의 내용이 쓰인 단협이다. 그리고 이 단협은 교섭 7일 전부터 교섭이 종료될 때까지 교섭위원들의 ‘유급 노조활동’을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조합 간부들의 월4회 회의 역시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노조 입장에서 보면 단협 내용대로 했을 뿐인데 회사가 갑자기 단협 해지를 통보한 셈이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 관계자는 “해당 단협은 문제가 있어 노동부로부터 시정권고를 받았지만 여러 사정으로 고치지 못해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가 회사 내의 법을 따른 것은 맞지만 그 법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나가 단협 해지 통보를 한 근거다. 하지만 언론은 이런 맥락은 생략한 채 ‘노조의 과도한 요구’ 등으로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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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막농성 중인 아시아나 항공 일반노조. 사진=공공운수노조연맹

그 사이 덮여버린 ‘고강도 구조조정’

그러는 사이에 애초 문제가 된 구조조정 보도는 사라지고 없다. 노사관계 갈등에 불을 지핀 건 지난해 12월30일 발표된 구조조정이다. 지난 해 12월30일 아시아나 항공은 1600억 원의 손익 개선 효과를 기대하는 고강도 구조조정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일반노조에 따르면 외주화로 인력재배치 대상이 되는 직원은 총 500여명이다.

이 때문에 일반노조는 지난 3일부터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신철우 일반노조 위원장은 “외주화되는 부서에서 일하는 이 500명을 어디로 전환배치를 할지, 어떻게 고용을 유지할지 대책이 있어야 하는데 회사는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말만 하고 있다”며 “대책이 없는 구조조정안 발표는 ‘내몰기 퇴직’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력 재배치는 몇 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을 할 것이고 해당되는 인원에 대한 해고는 없다”며 “누가 언제 퇴직, 퇴사를 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노조가 원하는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일반노조에 따르면 당장 올해 6월 116명이 근무하는 부서가 외주화된다.

언론에서는 이같은 내용을 찾기 힘들다. ‘떼 쓰는 노조’와 ‘초강수’로 응수하는 회사만이 남았을 뿐이다. 이에 대해 신 위원장은 “회사는 경영실패와 구조조정이슈를 덮기 위해 무리한 조합활동요구를 타이틀로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고 언론이 이에 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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