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저성과자 해고’와 노동자에게 불리한 사규를 도입할 때 노조나 노동자의 과반수 동의를 받도록 한 법규를 완화한 ‘취업규칙 변경기준 지침’을 공개했다. 한국노총이 19일 노사정 대타협 파기를 선언한 지 3일 만에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양대 지침 최종안을 확정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북핵 6자회담 무용론을 제기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사실상 대화를 차단하고 압박과 제재중심의 대북정책을 밝힌 것이다. 박 대통령은 같은 날 외교·국방·통일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이렇게 밝히고 “5자 회담을 하는 등 다양하고 창의적인 접근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 1월 23일자 조선일보 6면.
 

다음은 23일 아침에 발행하는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쉬운 해고·취업규칙 개악 ‘노동한파’>
국민일보 <저성과자 해고 공식화>
동아일보 <정부 “노동개혁 더 못미뤄” 2대 지침 강행>
서울신문 <北 뺀 ‘5자 회담’ 꺼내든 朴 대통령>
세계일보 <박 대통령 “북한 빼고 5자회담 열자”>
조선일보 <테헤란 호텔들 “유럽·中기업인들로 꽉 차>
중앙일보 <정부 주도 노동개혁 25일 시동>
한겨레 <이진순이 만난 신영복 선생 “청년시절만은 잃지 마라”>
한국일보 <朴 대통령 “北 빼고 5자 회담 열자”> 

파탄 난 노사정합의…정부는 “재계의 대변인”인가
결국 노사정 합의가 파탄 났다. 22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저성과자 해고와 취업 규칙 변경 관련을 핵심으로 하는 양대 지침 시행을 전격으로 발표했다. 정부는 저성과해고 지침에 대해 “업무능력이 현저히 낮거나 근무성적이 부진한 경우”를 해고 요건으로 포함했다. 또한 취업 규칙 변경에 관련해서는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해 노조가 협의를 거부하고 동의하지 않는 경우 ‘사회 통념상 합리성’에 따라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을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해고 지침 발표는 법적인 구속력은 없다. 정부가 근로감독관과 노사 관계자들의 업무 참고용으로 만든 가이드라인의 성격이다. 이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이 지침들이 하루빨리 입법으로 이어져 법적 구속력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1월 23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해고 지침이 가이드라인에 불과하다며 “이런 지침을 발표할 거라면 정부가 왜 그동안 노사정 합의에 집착해 갈등을 일으키고 시간을 허비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며 “노동 관련 입법이 하루빨리 매듭지어져야 한다”며 입법을 촉구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노동자들의 상여금 액수를 들먹이며 기형적 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하며, 양대 지침뿐 아니라 파견 대상 업종을 늘리는 파견법과 기간제법 개정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설 ‘8조 적자 조선 3사의 상여금 잔치, 노동개혁 필요한 이유다’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이 설을 맞아 상여금을 포함했다며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해야 할 조선 3사가 상여금 잔치를 벌이는 데 대해 어떤 국민이 공감하겠는가”라고 질책했다.

이에 22일 정부가 내놓은 저성과자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 지침이 ‘노동시장 개혁의 시발점’이라며 “파견 대상 업무를 늘리는 파견법뿐 아니라 기간제법 개정을 포괄하는 전방위 노동개혁에 시동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1월 23일자 동아일보 사설.
 

‘노동개혁’ 아닌 ‘노동재앙’,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정부
관련 지침은 노동자의 고용 안정성을 해치고 임금피크제뿐 아니라 앞으로 노동자에게 불리한 취업 규칙이 제시될 때마다 노동자들의 동의가 적어도 시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큰 문제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에서 “징계해고와 정리해고에 이어 저성과자 해고라는 또 하나의 해고 카드는 기업들 손에 쥐어줬다”라며 “또 설령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지 못하더라도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취업규칙변경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헌법과 근로기준법을 기초로 한 노동법의 기본질서를 송두리째 무너뜨렸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이 꼽은 이번 합의가 어긴 헌법과 근로기준법은 헌법 32조 ‘모든 노동조건은 법률로 정하도록 한다’와 근로기준법 4조 ‘모든 노동조건은 노동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결정한다’는 부분이다. 경향신문은 “양대 지침은 노동개혁이 아니라 노동재앙의 시작이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비민주적 절차다. 고용노동부가 이러한 지침을 발표한 것이 협상 주체인 한국노총이 노사정 합의 파기와 노사정위원회 대화 불참을 선언한 지 3일 만에 단행된 점이 그렇다. 고용노동부는 21일까지 기업들을 방문해 의견을 듣는 모양새를 취하다가 결국 노사정 합의 없이 중요 안건을 확정, 발표한 것이다. 이에 민주노총은 23일 오후 ‘총파업 선포대회’를 열기로 했다.  

   
▲ 1월 23일자 한겨레 2면.
 

한겨레는 2면 ‘친절한 기자들’ 코너에서 이번 노사정 타협에 대해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정부가 노사정위에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구실을 하지 못했다”며 정부가 ‘재계의 대변인’같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기사는 “노동계는 고용안정성을 포기하고 많은 의무를 져야 하는 반면, 재계는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을 뿐 잃을 것은 눈에 띄지 않는다”며 “당분간 노동계와 재계, 정부가 힘 대결을 벌이며 치고받는 모습을 볼 수밖에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 5자회담 제안, 비현실·일방적이며 악화 가능성도
박근혜 대통령이 6자 회담의 무용성을 제기했다. 박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5자 회담 개최 방안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6자 회담은 2008년 12월 이후 8년째 중단상태다. 5자 회담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한 번도 성사된 적이 없다. 이날 박 대통령은 “중국 쪽의 협조가 관건”이라고 중국의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중국 홍레이 외교부 대변인은 5자 회담 개최 방안을 반대했다. 

주요 일간지는 중국이 5자회담을 동의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5자회담 제안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3면 해설기사에서 “문제는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이 작동될 수 있느냐다”라며 “중국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에도 6자회담만이 북핵을 해결할 방법임을 명확히 했다”고 썼다. 

조선일보도 6면에서 “6자회담 자체를 자신들의 외교적 업적으로 여기는 중국이 5대1로 북한을 압박하는 구도에 동참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데 외교 당국의 고민이 있다”고 썼다. 한국일보 역시 이날 사설에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5자 회담의 실현 가능성이다”라며 “무엇보다 6자 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실패를 자인하는 꼴이어서 우리 측 요구에 응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썼다. 모두 5자 회담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해설이다. 

   
▲ 1월 23일자 한겨레 6면.
 

한겨레는 이 같은 접근법이 비현실적일뿐더러 일방적이라고 평했다. 6면 기사에서 “이런 접근법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미·중·영·프·러)과 독일이 협력해 이란 핵 협상을 타결한 선례에 염두를 둔 것”이라며 “이란 핵 문제 타결 과정의 끈질긴 협상 노력은 도외시하고 ‘제재의 효과’만 강조한다는 점에서 일방적”이라고 분석했다.

5자회담이 해결책이라기보다 북핵 문제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압박 위주의 5자회담은 대안이 될 수 없다”며 “북핵 해결보다는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북한에 핵 능력 고도화의 명분을 제공해줄 게 뻔하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