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4차 핵실험에 맞서 최근 여권 일각과 조선일보 등에서 나오고 있는 한국의 핵무장 또는 전술핵 보유 주장에 대해 기술적으로도 불가능할 뿐 아니라 한미동맹도 파기할 각오를 해야 한다는 반박이 나오고 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평화핵 보유론과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론(7일), 김을동 의원의 핵 자체개발론에 이어 조선일보도 핵 보유론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은 사설에서 “새누리당 지도부에서 이날 제기한 ‘핵 보유론’ 또한 진지하게 공론에 부쳐야 한다”며 “국제사회가 용인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가 독자적으로 핵개발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하지만 국가 안위와 국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점을 들어 미국과도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썼다.

지난 15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도 응답자의 54%가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반응이었다.

핵에는 핵, 절대무기엔 절대무기로 맞서야 한다는 이 같은 논리는 최소한 국민들에 심리적 안정과 자긍심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각종 여론조사에서 절반이상이 나온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기술적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을 뿐 아니라 핵개발을 하기로 하는 순간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 원자력업계와 북핵전문가의 평가이다.

핵무기의 원료이자 원자력발전소의 원료인 우라늄의 경우 현재 우리는 전량을 수입하고 있다.

최광식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원자력정책팀장은 2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우리나라가 2014년 현재 ‘우라늄 235’의 함유량이 0.07%인 우라늄 ‘덩어리’(우라늄 정광으로 부름)를 6000톤 수입했다고 밝혔다. 최 팀장에 따르면, ‘우라늄 235’는 핵분열을 일으키는 우라늄 덩어리의 구성요소이며, 이밖에도 우라늄 238과 233이 있으나 이들은 처리하기가 까다롭다. 이렇게 수입한 우라늄 덩어리(정광)를 한전원자력연료 주식회사에서 성형가공을 통해 우라늄235 함유량을 0.07%에서 3~5%까지 농축시키면 총량이 3400톤까지 줄어든다. 이렇게 농축된 우라늄을 다시 연료봉에 집어넣어서 나오는 ‘연료다발’이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에 쓰이는 우라늄 연료라는 것이다. 여기까지 가공을 마치면 총량은 959톤으로 줄어든다. 우리나라는 이런 우라늄 덩어리를 호주와 캐나다 러시아 등으로부터 수입해왔다고 최 팀장은 전했다.

   
지난 2006년 10월 미국의 군사전문지 '글로벌 시큐리티'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북한의 1차 핵실험 가능 지역으로 주목했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주변을 촬영한 지오아이 위성사진.
@연합뉴스
 

한국의 전력 생산용 원자력발전소에 쓰이는 우라늄(235)의 농축은 5%까지만 할 수 있으며, 연구용으로도 19.5%가 최대치이다. 우라늄235의 농축도가 20% 미만이면 저농축, 20% 이상이면 고농축에 해당된다. 최 팀장은 “상업용 원자로에 쓰이는 우라늄은 5% 미만이며, 20% 이상으로 올리면 국제적으로 규제를 받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핵무기에 쓰이는 연료로서의 우라늄235 농축도는 순도 95% 이상이며 폭발이 잘 되려면 거의 100%에 가까워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최 팀장은 “우라늄 235가 95% 이상 농축되면 자발적으로 분열해 폭발에 이르게 되는 성질을 이용한 것이 핵무기”라며 “이런 위험성 때문에 IAEA(국제원자력기구)가 국제적으로 20% 이상 농축을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팀장은 “핵무기로서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터지는지 시험하려면 농축도가 100% 가까이 돼야 한다”며 “이것이 잘 되는지 실험하는 것이 이른바 핵실험”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고농축 시설이 없다.

우라늄 농축을 하는 것 외에 핵무기를 개발하는 방안은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에서 생성되는 플루토늄을 추출해 ‘플루토늄탄’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재처리’ 방법이다. 재처리 기술은 현재 프랑스 영국 러시아 정도만 갖고 있으며, 미국은 과거 핵감축 협상에 따라 재처리를 하지 않기로 선언한 이후 현재까지 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재처리 기술도 없고, 시설 자체가 없다. 

최 팀장은 “우리는 고농축 시설도 없고, 재처리 시설과 기술을 전혀 갖고 있지 않으니 할 수가 없다”며 “또한 우라늄도 충북 괴산에 일부 매장돼 있다고는 하나 경제성이 없기 때문에 생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밖에 국제법적으로도 우리가 핵무기 개발을 선언할 경우 많은 제제가 뒤따르며 무엇보다 한미동맹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지난해 체결된 한미원자력협력협정에는 미국이 가공한 저농축 우라늄235를 20% 미만인 경우에 한해 농축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이 역시 추가로 한미 양자간 고위급 위원회에서 협의한 조약, 요건, 서면 합의를 따로 해야 가능하도록 돼 있다(협정 11조 1~2항). 재처리 역시 이 같은 합의를 추가로 해야 가능하다. 

이를 준수하지 않거나 ‘IAEA의 안전조치 협정’을 위반하거나 핵물질을 폭발시킬 경우 미국이 이 협정을 종료하거나 이전되 핵물질 반환을 요구할 권한을 갖게 돼 있다(제17조 협력의 중지 및 반환권).

우라늄농축도 20% 미만으로 밖에 할 수 없으며, 이 마저도 미국의 허락을 얻어야 하며, 어길 시엔 협정폐기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곧 한미동맹의 파기 수순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북핵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0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개정된 한미원자력협정은 자국의 핵연료(저농축 원자력연료)를 보장해준다는 것일 뿐 20%까지 농축조차 자국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명시한 것”이라며 “농축과 재처리라는 말과 제한 요건이 들어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연구원은 “미국 뿐 아니라 IAEA는 우라늄235를 20% 이상 농축하지 못하게 감시하고 있으며, 우리가 가입된 NPT(핵확산금지조약)에서는 우라늄의 핵무기 전용으로 판단될 경우 곧장 유엔 안보리로 간다”며 “온갖 제제와 압력이 들어와 우라늄 수입도 못하고, 농축과 재처리는 더더욱 못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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