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이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에 대해 “직권상정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의장은 21일 오후 국회접견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법부 수장이 불법임을 잘 알면서도 위법한 행동을 할 수는 없다”며 “국회 의사결정은 어떻게 해서든 법의 테두리 내에서 해야 한다. 이것이 현행법하에서 직권상정을 못 하는 이유”라 말했다.

정 의장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은 국회의 정상적 심의절차에 대한 예외규정으로서 그 요건은 매우 엄격하고 까다롭게 규정되고 해석돼야 한다”며 “직권상정이 남용되면 여야 간 대립을 심화시키고 상임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국회선진화법 개정은 국회 운영에 관한 룰을 바꾸는 것으로 여야의 충분한 협의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장은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지난 67년 동안 국회 운영 절차에 관한 법을 어느 일방이 단독 처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 정의화 국회의장이 21일 오후 국회접견실에서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에 대해 직권상정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위클리오늘 김근현 기자
 

새누리당이 개정안을 본회의에 부의하기 위해 지난 18일 국회 운영위원회를 단독 소집해 법안을 부결시킨 데 대해 정 의장은 “그 이후에 단독국회를 할 것이며, 단독상정하고 거기서 개정안이 나올 것이다. 개정안이 통과된 후에는 바로 직권상정을 하는 과정이 눈에 선하게 보인다”며 “우리는 의회민주주의 기본 틀이 잘 지켜지고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9대 후반 의장으로서 20대 국회 시작될 때까지 그 의회를 지켜나가는 것이 내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정 의장은 국회선진화법은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의회 민주주의 기본인 과반수 룰을 무너뜨리고 60% 이상이 찬성해야 법안이 통과되도록 한 것이 지금의 식물 국회 만든 중요한 요인”이라며 “60% 기준을 과반수로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의장은 “현행 선진화법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면서 여야가 공히 수용할 수 있는 내용의 중재법을 제안할 것”이라 밝혔다.

정 의장은 쟁점법안 처리와 선거구 획정 문제는 설 연휴 전에 해결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쟁점법안과 선거구 획정을 설 전에 해결해야 한다”며 “요 며칠 물밑에서 양당 관계자와 이런저런 접촉을 해왔다. 그 결과 합의의 9부 능선을 넘은 안건이 대다수라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쟁점법안 중 가장 첨예한 쟁점인 파견법 개정안 합의에 대해 정 의장은 “파견법 부분은 상당히 어려움이 많이 남아 있다”며 “파견법을 이번에 통과 못 시키더라도, 2월 국회나 늦어도 4월 국회에 마무리해서 20대 국회로 넘어가는 불상사 없기를 기도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 의장은 “19대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반걸음씩만 양보한다는 자세로 저의 중재 노력이 화답해주시길 바란다”고 여야에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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