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추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상임위원이 종합편성채널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봐주기식 제재에 항의하며 회의를 보이콧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장낙인 상임위원은 20일 오후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 회의 도중 “(종편의) 심의 잣대가 (다른 보도와) 다른 게 확실하다. 1년 7개월 동안 회의에 들어왔는데 소용없다. 다시는 방송심의소위에 참석하지 않겠다”며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날 심의위는 장 위원이 퇴장하면서 안건처리를 한 건도 하지 못했다. 

발단은 지난해 7월31일 TV조선 ‘정치부장 이하원의 시사Q’에 대한 심의였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국정원 해킹프로그램 운용의혹 관련 대담에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북한 노동당정권에 대해서는 적개심을 한 번도 표현한 적 없는데 왜 국정원 이야기만 나오면 발작적으로 적개심 드러내고 선동하고 괴롭히느냐. 어느 편에 선 조직이냐. 최소한 한민족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지난 7월31일 TV조선 '이하원의 시사Q'화면 갈무리.
 

해당 보도에 관해 장낙인 위원은 “북한에 적개심을 드러낸 적 없다고 하는데 사실과 다르다”면서 “사실관계가 틀려 객관성 위반이다. 조갑제 대표의 주장에 대한 반론이 없어 프로그램의 공정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야당 위원인 장낙인, 윤훈열 위원은 ‘법정제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여당 위원들은 다른 종편 시사프로그램의 유사한 사례를 심의한 결과가 ‘행정지도’였다는 점을 언급하며 ‘행정지도’로 의견을 모았다. 법정제재는 방송사 재승인 때 감점을 받게 되는 중징계지만 행정지도는 구속력이 없는 경징계다. 심의위 방송소위는 여야 3:2의 구도로 여당위원들의 다수이기 때문에 야당위원들의 의견은 반영되기 힘들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되자 장낙인 위원이 퇴장한 것이다.

퇴장 직전 장낙인 위원은 “종편 시사프로그램에 경징계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런 방송을 했을 때 큰 징계를 받아야 같은 문제를 반복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실제 심의위는 종편 시사프로그램에 경징계 처분을 자주 내렸다. 채널A가 ‘국정수행 잘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교과서) 국정화 방침 찬성여론 증가’로 자막을 띄운 보도와 TV조선 엄성섭 앵커가 한국일보 기자에 대해 “쓰레기”라고 발언한 방송에 대해 행정지도 처분을 내린 게 대표적이다.

   
▲ TV조선 '엄성섭 윤슬기의 이슈격파' 방송화면 갈무리. 엄성섭 앵커는 이완구 녹취록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에 넘긴 기자에게 "쓰레기"라고 발언했으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경징계인 행정지도를 내렸다.
 

반면 심의위는 정부비판적인 논조로 보도하는 JTBC에는 강력한 징계로 일관했다.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은 통합진보당 해산판결 당시 김재연 당시 진보당 의원 등을 인터뷰했는데 심의위는 한쪽 입장의 인사들만 인터뷰했다는 이유로 법정제재를 내렸다. 심의위는 지난해 JTBC가 11월12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보도하며 인용한 뉴욕타임즈의 사설 날짜가 틀렸다는 이유로 법정제재를 내리기도 했다. 

이날 여당추천 위원들 사이에서도 일부 종편 시사프로그램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김성묵 방송심의소위원장은 “‘장성민의 시사탱크’는 정말 (심의하기) 힘들다. 아무리 주의를 준다고 해도 바뀌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게 진행하는 게 옳지 않다고 본다. 그런데 안 지켜져 나도 참 답답하다”고 말했다. 여당 위원인 하남신 위원은 ‘행정지도’결정을 하면서도 “누가 보더라도 지나친 표현이 있기 때문에 여과되지 않은 표현에 대해서는 주의를 환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심의위는 일부 편파적인 보도를 하는 종편 시사프로그램에 관해 집중적으로 심의하는 ‘중점심의’를 검토할 계획이다. 야당추천 윤훈열 위원은 “광고의 경우 중점심의 기간이 있다”면서 “공정성을 훼손하는 종편 프로그램에 대한 중점심의 기간을 두자”고 제안했고 김성묵 위원장은 “중점심의를 하는 걸 고려하고 논의해봤으면 좋겠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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