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발효로 중국에서는 한국 방송콘텐츠에 대한 투자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중국과의 공동제작 및 지분 투입이 ‘양날의 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자본의 유입은 늘어날 수 있지만 제작 노하우 유출과 배우 출연료 등이 폭등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은 20일 ‘중국 콘텐츠산업의 굴기(崛起), 한국의 대응전략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공공미디어연구소가 연 토론회에서 “한중FTA가 발효된 이후, 방송산업부문에 중국자본의 국내유입이 가속화될 것이 예상된다”며 “무차별적인 차이나머니에 의해 한국방송산업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넷플릭스의 진출이 그 파급력을 더 크게 배가시키고 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박상호 연구팀장은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중국의 방송콘텐츠 제작 ‘하청 국가’가 될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박 팀장은 “한국의 방송 산업의 경우 인력, 기획력, 기술 등 노하우를 가지고 있지만 자금 조달의 취약한 점이 있어 차이나 머니의 표적이 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중국인의 취향에 부합하는 배우출현, 중국 시청자를 표적으로 한 드라마가 제작되고, 장기적으로는 콘텐츠 제작기반이 중국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된다면 한국이 주도하는 한류(韓流)가 아니라 중국이 주도하는 한류(漢流)가 될 것이라는 말이다.

중국이 주도하는 한류(漢流)에 대응하기 위해, 박 팀장은 대외적 전략과 대내적 전략 모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팀장은 “대외적으로는 한국 방송콘텐츠의 안정적인 수출과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한중FTA 제도적 보완장치가 필요하다”며 “대내적으로는 한국 방송콘텐츠사업의 구조가 시스템화 돼야 하며, 소유, 경영, 자본 등 법과 제도의 개선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20일 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공공미디어연구소가 주최한 '중국 콘텐츠산업의 굴기, 한국의 대응전략은 무엇인가'라는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종합토론에 참여한 토론자들은 방송콘텐츠의 투자와 인력, 수익 등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종합토론에는 김경달 Neo Touch Point 대표와 김운호 도레미엔터테인먼트 대표, 김혁 SBS 플랫폼사업팀장, 탁용석 CJ헬로비전 상무가 참여했다. 

CJ 헬로비전의 탁용석 상무는 “정부의 보조금에 기대는 환경을 바꿔 조금 더 대담하게 문화콘텐츠 전문 산업 은행을 만든다거나, 일종의 협동조합을 만들어 지속적인 투자와, 이 업에 종사하는 이들로 하여금 최소한의 생존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며 “방송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사는 아직까지 투자사가 져야할 리스크를 떠안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영화 시스템처럼 제작사는 제작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제작한 도레미엔터테인먼트의 김운호 대표는 방송콘텐츠에서의 연속성이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이라 제안했다. 김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콘텐츠 면에서 중국보다 한국이 앞서있다고 착각하는데, 중국 같은 경우 중소드라마제작사가 5년 동안 70편의 드라마를 제작할 정도”라며 “경쟁력을 높이려면 안정된 투자를 얻어야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드라마 시즌제와 같이 성공한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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