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진행을 그렇게 못하나.” 
최근 ‘신들린 진행’, ‘초딩계의 유재석’이라고 불리는 EBS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이하 보니하니)’의 하니(이수민)의 고민은 의외로 진행 실력이었다. 가장 큰 고민거리가 뭐냐고 물으니, 이수민(16)양은 “아무래도 보니 오빠(신동우)가 진행을 정말 잘하니까, 상대적으로 어떻게 보일까 고민이 된다”고 털어놨다.
 
보니하니의 진행 실력에 관해 묻자, 보니 신동우(19)군은 “괜히 보니하니가 아니다, 보니 옆에 하니가 있고, 하니 옆에 보니가 있으니 이렇게 칭찬받을 수 있는 것 같다”며 “각자 혼자 진행했으면 아쉬운 점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니’답다.
  

   
▲ 18일 3013회를 맞은 EBS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의 리허설 현장. 보니와 하니, 당당맨이 스튜디오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보통 리허설은 1시간 정도로, 생방송을 하기 2시간 전부터 진행된다. 사진=이치열 기자
 

보니(신동우)와 하니(이수민)의 케미(chemistry, 조화)로 주목받은 보니하니는 국내 최장수 어린이 생방송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13년 동안 17명의 ‘보니하니’가 있었고, 현재의 보니와 하니가 호흡을 맞추기 시작한 것은 1년 반이 지났다. 18일 3013회를 맞은 보니하니 리허설 현장에서 그들의 ‘케미 돋는’ 진행을 볼 수 있었다. 
 
오프닝과 ‘코너소개’에서 보니와 하니는 마치 아이돌그룹과 같은 칼군무를 보여준다. 이 모습을 담은 ‘보니하니 정신나간 진행력’이라는 제목의 유뷰브 영상 조회 수 18만회 이상을 찍으며 인기를 얻었다. 어떻게 이렇게 호흡이 잘 맞을 수 있는지 물으니, 신동우군은 “오프닝과 코너 소개는 우리가 보니하니이기 전부터 쭉 전해져 내려온 것이기 때문에, 진행을 맡은 초창기에 하니와 함께 연습을 많이 했다”고 한다. 

 

 

리허설 중간중간에도 안무를 추는 신동우군에게, 혹시 댄스가수를 꿈꾸느냐고 물으니 “완전 몸치다”라며 손을 휘젓는다. 동우군과 수민양 모두 배우를 꿈꾸고 있다고 했다. 동우군의 롤모델은 배우 송강호, 수민양의 롤모델은 배우 전지현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방송 중간 중간 콩트 연기에 자못 진지하게 연기를 맞춘다. 

보니하니의 ‘정신나간’ 진행력, 그 뒤엔 ‘당당맨’과 ‘먹니’가 있다
호흡이 척척 맞는 것은 보니와 하니 뿐만이 아니다. 드라이 리허설부터 ‘당당맨’ 복장을 하고 스튜디오를 누비는 최영수씨는 최근 보니하니에 쏟아지는 관심에 대해 “다른 말 필요 없고, 그저 좋다”고 한다. 최씨는 2003년 SBS 7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그는 “보니하니에는 2007년부터 출연했고, 군대를 다녀오고 다시 출연하고 있다”며 “오래전부터 출연했지만 최근 부쩍 높아진 관심을 받으니,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당당맨’과 함께 보니하니의 핵심 캐릭터인 ‘먹니’ 박동근씨도 10년 넘게 보니하니에 출연 중이다. 어떻게 10년이 넘게 한 가지 프로에 출연할 수 있었을까. 박씨는 “보니하니는 어린이 프로그램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콩트와 개그요소가 많아 오랫동안 할 수 있었다.”며 “2003년부터 보니하니를 했지만 이렇게 인기가 많은 적은 없었다”고 웃었다. 

보니하니의 또 하나 중요한 축은 어린이 시청자들이다. 초등학생 시청자들과 함께 만드는 생방송이다 보니 돌발 상황도 자주 발생한다. 보니하니에서 시청자 어린이들의 전화를 책임지는 건 고소영‧송인애 작가다. 고소영 작가는 “많이 알려진 일화인데, 초등학생이 생방송 도중에 갑자기 전화를 끊은 일이 있었다”(2015년9월10일 방송분)며 “방송 이후 다시 전화해봤더니, 너무 긴장해서 그랬다더라”고 말했다. 송인애 작가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100번 넘게 전화하는 친구도 있다. 그러나 매번 뽑아줄 수는 없는 일이라 미안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 '슬픔이'이 분장한 '먹니' 박동근씨와 당당맨, 보니 등 출연진들이 모였다. 리허설 내내 이들은 오래된만큼 잘 맞는 호흡을 보여줬다. 사진= 이치열 기자
 

‘행운의 여보세요’에 제기된 음모론(?)
‘하니’ 이수민양도 어린이 시청자들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시청자가 있느냐고 물었다. “얼마 전에 ‘행운의 여보세요’에서 한 친구가 ‘스마트 워치’를 받고 싶어 했는데, 학용품 세트가 나오니까 ‘아아’ 소리를 내는 거다. 보니 오빠랑 나는 순간 친구가 우는 줄 알고 깜짝 놀랐다. 그런데 우는 게 아니라 그냥 탄식한 거였다. 그게 너무 귀여웠다.” 이수민양도 보니하니를 보는 7살 어린 동생이 있다고 한다.  

보니하니 코너의 꽃인 ‘행운의 여보세요’는 어린이 시청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룰렛을 돌려 선물을 주는 코너다. 룰렛에는 스마트워치, 학용품세트 등이 있는데, 시청자들이 원하는 선물이 잘 안 나와 일부러 룰렛을 살살 돌리는 것은 아니냐는 음모론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신동우군은 “정말 미스터리”라며 “친구들이 보통 ‘스마트워치’를 갖고 싶어 하는데, 나온 적이 없다. 오늘은 꼭 친구가 가지고 싶은 선물을 주려고, 룰렛 돌리는 당당맨 형이 벼르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상에서는 이 룰렛 뒤에 어떤 장치를 해놓은 것은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지만, 촬영현장을 살펴본 결과 룰렛 뒤에는 특별한 장치는 없었다. 

   
▲ 보니하니가 리허설 현장에서 연기를 맞추고 있다. 보니와 하니 모두 배우를 꿈꾸고 있어, 콩트가 많은 보니하니가 연기연습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고 한다. 사진= 이치열 기자
 

‘지나친’ 관심? “존폐위기 아니니까 상관없다”
보니하니에 쏟아지는 관심만큼 사고도 있었다. 극우사이트 ‘일간베스트’의 회원이 보낸 메시지가 생방송에서 노출되기도 했다. 이들은 ‘노봉하’, ‘전땅크’ 등의 닉네임을 써 고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는 메시지 등을 보냈다. 또한 보니하니에서 전화연결을 하는 코너에 고 노무현 대통령의 목소리를 합성한 영상을 만들기도 했다. 이수민양의 SNS 계정에 부적절한 댓글을 달아 수민양이 SNS 계정을 닫는 소동도 일어났다. 보니하니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포털 창에 좋은 댓글만 달리는 것도 아니었다. 

보니하니는 생각보다 이런 상황을 씩씩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보니하니가 인기를 끌며 부담스럽거나 관심이 ‘지나치다’고 생각한 적은 없냐고 물으니, 신동우군은 “그렇다고 프로그램이 존폐위기에 처하거나 이렇진 않으니까 괜찮다”며 “수민이에 관한 걱정들도 앞으로 수민이가 잘하면 좋게좋게 풀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수민양은 걱정과 동시에 포부를 드러냈다. 
“사실 많이 걱정된다.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고 시선이 다르니까, 어떻게 보일지 걱정하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이번에 캐스팅된 ‘동상이몽’(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과 같은 경우는 다른 사람의 고민에 관해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혹시 내가 훈계 질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 고민된다. 하지만 훈계가 아니라, 10대의 시선으로 솔직하게 나의 생각을 말한다면 문제 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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