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노사정 대타협’ 합의 파기를 공식 선언했다. 정부·여당의 ‘노동 5법’ 추진 동력이 지난 9·15 대타협에 있었다는 점에서 노동 5법은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노총은 ‘저성과자 일반 해고’와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 등 2대 지침을 파기의 이유로 밝혔다. 정부의 노동개혁안이 노동자에 불리한 ‘개악안’을 담고 있어 태생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한편, 보수언론은 ‘비정규직을 걷어찼다’ ‘청년 일자리 날아갔다’ 등의 표현을 써가며 파기의 책임을 한국노총에 돌렸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문 대표는 야권통합의 가능성도 제시하며 오는 총선을 향한 승부수를 띄웠다. 분열된 야권의 통합을 주도하라는 과제가 있는 반면 보수언론 중심으로 당대표를 확실히 내려놓고 ‘친노패권주의’를 청산하라는 과제가 제안되기도 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인사청탁 문제로 논란에 휩싸였던 중진공에서 정관계인사들의 취업 청탁 정황이 한겨레의 단독취재로 추가 확인됐다. 한겨레는 검찰이 이들의 청탁이 의심되는 자료를 확보하고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19일 조간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무너진 ‘바오치’>
국민일보 <‘아동 학대’ 정부 뒷짐… 보육사들 떠난다>
동아일보 <중국의 ‘六’과 ‘合’… 한국경제 더블쇼크>
서울신문 <정부, 양대 지침 추진… 독자 노동개혁 나선다>
세계일보 <중국 '바오치' 종언… 세계경제 칼바람>
조선일보 <서명운동으로 촉발된 '3角 정치'>
중앙일보 <“인구 1억명 사수 마지노선은 출산율 1.8”>
한겨레 <중진공 채용청탁 의혹, 최경환 말고 8명 더 있다>
한국일보 <보육대란 시작... 학부모 지갑 열어 메운다>

합의 파탄의 씨앗은 '반노동적' 노사정 합의

김동만 위원장은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915 노사정 합의는 정부 여당에 의해 처참하게 짓밟혀 휴지조각이 됐고 완전 파기돼 무효가 됐음을 선언한다”며 “한국노총은 이제 더 이상 합의 내용이 지켜지지 않는 노사정위원회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 20일자 경향신문 12면
 

김 위원장은 파기 선언을 기점으로 투쟁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파기의 이유가 된 2대지침에 대해 가처분 소송,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오는 총선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반노동자 후보·정당에 대해 조직적 심판투쟁을 할 예정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간 연대 논의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은 향후 사정당국의 수사, 돈줄 죄기 등 정부의 압박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정부 주도로 ‘노동개혁’을 추진할 것을 분명히 했다. 이 장관은 “한국노총이 일부 연맹의 기득권에 연연한다면 정부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말하며 2대 지침도 조만간 행정예고할 방침을 밝혔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이 장관과 김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한겨레는 ‘합의 파탄’의 씨앗은 원칙이 불분명한 정부의 ‘노동개혁’에 있다고 분석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정부는 노동시장 구조개편과 일자리 대책을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한데 뒤섞어 놨으나, 이는 애초부터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라며 “2014년 말부터 정부가 군불을 땐 ‘정규직 과보호론’은 중소기업·비정규직 노동자의 일자리 안정이라는 핵심과제를 노동계 내부의 제로섬 게임으로 몰고가 버렸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도 같은 기조의 분석을 내놓았다. 경향은 “(정부가) 기간제법·파견법 등이 포함된 노동 5법을 밀어붙인 데다 지난달 30일 저성과자 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등 양대지침 정부안을 공개하면서 노동계를 자극한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기득권 수호 노조’ 다시 꺼내 든 보수언론

보수언론은 합의 파기의 책임을 일제히 한국노총에 물었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당장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자를 거론하며 한국노총이 경제적 약자를 외면하고 기득권을 지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의 노사정 대타협 합의문의 근간은 비정규직, 청년실업자 등 고용시장의 약자을 보호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고 전제해 진보언론과 근본적 시각차를 보였다.

   
▲ 20일자 중앙일보 3면
 

동아는 이기권 장관의 “청년 일자리 마중물을 만들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발언을 통해 ‘청년일자리 어떡하라고…’라는 제목을 붙였다. 중앙일보는 “차별 해소와 처우 개선의 길이 막힌다. 수십만 개의 청년 일자리가 날아간다”면서 “합의 파기로 인한 수혜자가 한국노총 내 금융·공공·제조와 같은 대기업, 공공부문의 정규직”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은 노동개혁법에 ‘근로 시간을 단축해 청년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약 15만 개로 추산)’가 포함된 것을 근거로 ‘126일 만에 파국… 청년 일자리 15만개 날아갈 판’이란 제목을 붙였다.

조선일보는 한국노총의 주장을 정면반박했다. 한국노총이 2대 지침 및 파견법과 기간제법 추진을 비판하는 데 대해 조선은 “2대 지침은 기존 대법원 판례를 토대로 마련한 것으로, 노동계에서 주장하는 쉬운 해고와는 거리가 멀다”며 “올해부터 정년이 60세로 늘어나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꺼리는 현실에서 조금이나마 노동 유연성을 확보해 청년 고용을 늘리려는 조치”라고 반박했다. 이어 조선은 “정년 연장 등 받을 것은 다 받고 기득권은 조금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정부라도 노동개혁 추진에 나서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중앙은 “일반 해고 등 2대 지침은 국회 동의가 필요 없다. 정부가 각계 의견을 들어 합리적 최종안을 조속히 만들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조선은 “노사정 합의 또는 협의에 의한 노동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앞으로는 노동 전문가를 중심으로 노동 개혁이 추진돼야 한다”며 “독일은 하르츠 개혁 당시 전문가들로만 구성된 하르츠위원회에서 노동 개혁 초안을 만들고, 이를 노사에게 합의하도록 시간을 주고 합의하지 못할 경우 초안을 그대로 시행하는 방식으로 노동개혁을 추진했다”고 제안했다.

“제1야당의 환골탈태와 범야권의 각성이 사퇴 후의 과제”

문재인 대표는 19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표 사퇴를 공식화하고 야권 통합 의제를 제기했다. 문대표는 “선대위가 안정되는 대로 빠른 시간 안에 물러나겠다. 백의종군하겠다”면서 “천정배 의원이 이끄는 국민회의와 정의당에 공개적·공식적 논의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고 발표했다. 더민주당은 선대위원장이 비상대책위원장을 겸하는 형태로,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이 전권을 맡게 된다.

문대표는 동아일보와의 단독인터뷰를 통해 “정권교체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저절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여기까지였다고 되는 것 아닌가”라며 정권교체 실패시 정계 은퇴 이사를 밝혔다. 친노 인사들의 불출마 선언이 있어야 진정성이 입증된다는 지적에 대해 문 대표는 “거꾸로 묻고 싶다. 내가 패권을 갖고 있는 걸 본 적이 있나”라 반문하며 “(지금은) 서로 대동단결하고 힘 모으자는 이야기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이에 대해 “친노 패권주의’라는 말이 실체와 무관하게 횡행하며 분열의 명분으로 작용해왔기 때문”이라면서도 “문 대표의 결단이 제1야당의 환골탈태와 범야권의 각성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소선거구 단순다수제’인 총선에서 야권 후보가 난립한다면 결과는 보나마나”라며 “통합이나 선거연대의 가능성을 닫아선 안된다. 정권의 오만과 독주에 지친 시민은 힘 있는 야당의 존재를 염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 20일자 동아일보 사설
 

보수언론들은 친노패권주의를 전제하며 문재표를 신뢰할 수 있는 지 우려했다. 중앙일보는 ‘문재인 사퇴, 친노 패권주의 청산 계기 돼야’ 제목의 사설에서 “공천과 선거 운용에서 친노 세력은 뒤로 물러나야 한다. 문 대표는 선대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했다. 이 약속이 어느 정도나 지켜질지 유권자는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분당(分黨)에 이르게 된 책임이 탈당한 인사들에게도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없지만 친노·운동권 주류 세력의 기득권 집착에 있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면서 “문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분당 사태에 대해서는 한마디 사과나 반성의 말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잘 봐달라” 인사청탁, 최경환 부총리 외 고위공직자 8명 꼬리 잡혀

한겨레가 중진공 합격자 명단을 분석한 결과 2012~2013년 진행된 3차례 중진공 공개채용에서 국회 산업통산자원위원회 소속 의원 3명, 현직 차관급 부처장 1명,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 전·현직 고위 간부 4명 등 8명이 지원자 10명에 대한 채용을 청탁한 정황이 확인됐다. 인사담당 실무자가 작성한 문건엔 청탁 사실을 확인할 수 있도록 비고란에 이름이나 직책이 적혀있었다.

   
▲ 20일자 한겨레 1면
 

청탁과 연관된 지원자 중엔 능력·적성 평가에서 합격권 바깥인 80~120등 사이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1차 면접 후 각각 10위권, 30~40권으로 올랐고 모두 최종면접을 통과해 합격했다.

‘같은 국에서 근무하던 한 사무관의 동생’, ‘대학 제자’ ‘동서사이 전 국회의원의 친척’ 등 지원자들은 청탁자와 혈연, 학연 등으로 얽힌 가까운 사이였다.

검찰은 전직 기재부 기조실장이었던 청탁자를 파악하고 중진공 직원이 탈락권에 있던 지원자의 지원 분야를 바꿈으로써 합격시킨 사실을 확인했으나 해당 실장의 청탁이 위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한겨레는 “청탁자 가운데 기재부 간부 출신이 많은 것은 기재부의 막강한 권한뿐만 아니라 인맥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의혹에 휩싸인 산자위 소속 의원들에 대해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중진공을 감독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이들이 오히려 지위를 이용해 ‘갑질’을 하려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노조 인정 받기 위해 또 한 명 목숨 잃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전세버스 회사의 노동조합위원장 신아무개씨가 “노조를 인정해달라”요구하며 분신해 숨을 거뒀다.

신씨는 지난 19일 저녁 이 회사 사장과 50여분간 면담한 후 회사 밖으로 나갔다가 30여분 뒤 돌아와 몸에 시너를 뿌리고 불을 붙였다. 신씨는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전세버스노조 산하의 지부장이었다.

   
▲ 20일자 경향신문 12면
 

신씨는 지난해 11월 이 회사에서 노조를 결성한 후 회사 측에 교섭을 요구해왔다. 사측은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조합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노조 탈퇴를 종용해왔다.

전세버스노조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씨가 분신 직전 한 조합원에게 전화를 걸어 ‘사장이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대화도 하지 않겠다고 한다’고 말했다”고 전햇다. 신씨는 조합원들에게 “노조 설립할 때 목숨 걸고 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려고 한다. 마무리하지 못한 부분은 힘을 모아 이뤄달라”고 마지막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사측 대표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설립된 노조를 인정하고 말고 할 것도 없고, 계약 만료는 최근 2년간 회사 경영 상태가 안 좋아져 인력 감축 차원에서 진행한 것일 뿐”이라고 입장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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