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가 편집총국장제를 폐지했다. 지난해 3월 박노황 사장이 취임하면서 편집총국장제를 “불합리한 요소”라며 “과감히 개선할 것”이라 공언한대로 됐다.

전국언론노조 연합뉴스 지부(이하 연합뉴스 지부)는 지난 18일 노사 간 ‘2015년 임금 및 단체협상안’과 ‘임금피크제 협상안’을 대의원대회를 통해 가결했다. 연합뉴스는 협상안에 따라 편집총국장을 없애고 편집인을 콘텐츠융합담당 상무가 맡았다. 

편집총국장제는 지난 2012년 연합뉴스 지부가 창사 이래 첫 파업으로 얻은 결과물로, 경영과 편집의 독립 원칙을 지켜주던 장치였다. 편집총국장제는 기자직 사원 3분의 2가 참여해 과반의 찬성을 얻은 이가 총국장을 맡아 보도를 관리하는 제도다. 여기에 중간평가와 불신임건의도 가능해 편집국 독립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 박노황 연합뉴스·연합뉴스TV 사장. 사진 = 김도연 기자
 

하지만 편집총국장제는 지난해 3월 박노황 사장 체제로 들어서면서부터 이미 무력화됐다. 박 사장이 편집총국장을 공석으로 둔 채 임면동의 절차가 필요 없는 제작국장을 임명해왔기 때문이다. 당시 연합뉴스 지부(오정훈 전 위원장)는 “편집총국장 아래 있던 편집국을 콘텐츠융합담당상무 이사 산하로 옮겨 경영진의 압력에 노출한 것은 편집과 경영 분리의 원칙에 위배돼 공정보도를 훼손할 우려가 크다”고 우려했다. (관련기사: 박노황 연합뉴스 사장, 사실상 편집총국장제 폐기처분)

여기에 이번 합의로 아예 편집총국장제가 사라져, 파업의 성과도 사라졌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연합뉴스 기자들도 있다. 한 기자는 “공정보도 쟁취를 위한 파업의 성과인 총국장제도를 폐지하고, 경영진에게 편집권을 넘겨줬다는 것은 언론 조직으로서 매우 치욕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밖에 연합뉴스 노사는 제작국장 임명 방식도 합의했다. 사장이 제작국장을 내정하면, 노사 동수로 투개표위원회를 구성해 기자직 사원들을 대상으로 찬반 투표를 실시, 재적 과반수 투표에 유효투표수 2/3 이상이 반대 할 경우 사장이 투표결과를 반영하게 된다. 다만 투표율이 재적 과반수에 미달할 경우 신임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연합뉴스의 한 기자는 “기자 의견을 ‘따른다’도 아니고, ‘반영한다’라고 돼있으며, 재적 과반수 투표에 미달 시 신임으로 간주한다는 조항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사옥. 사진=김도연 기자
 

이에 연합뉴스 지부(위원장 김성진)는 “단체협약이 유효기간을 다해 새로 단협을 체결해야 하는 시점이어서 자칫 편집권 독립 조항 전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며 “사측이 편집국장직무대행 체제를 통해 편집총국장제를 무력화한 상황에서, 편집국을 총괄하는 제작국장을 임명할 때 투표를 통해 기자직 사원 의사를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게 바뀐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사측 관계자는 19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총국장제를 운영해봤는데 여러 가지 비효율적인 부분이 많았고, 편집총국장제를 없애는 대신 총국장에 적용하던 임명협의 투표 등을 제작국장에 적용하도록 보완했다”며 “이번 합의에서는 노사 간 충분한 합의로 비효율을 개선한 것이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존 편집총국장제에 적용됐던 중간평가와 불신임건의 제도는 폐지됐다.

한편 연합뉴스 노사는 감액형 임금피크제 도입도 합의했다. 이에 따라 만 55세 또는 근속 29년 도달자에게 임금피크제가 적용된다. 부장급 이상 부터는 ‘만 55세~57세 동결, 58세 60%, 59세 50%’이며, 부장 대우 이하는 ‘만 55세 80%, 56세 70%, 57∼59세 50%’지급이다. 대신 정년은 부장급 이상 만 58세, 부장급 이하 만 55세에서 모두 만 59세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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