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광고의 경우 방송프로그램에서 상품 등의 구매를 권유해서는 안 된다”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1. 상품 그래픽과 함께 자막을 통해 구매를 권유하는 건 괜찮지만 프로그램 진행자가 구매해달라고 말해선 안 된다.
2. 상품의 그래픽과 함께 자막을 통해 구매를 권유하는 것 자체가 안 된다.

똑같은 시행령을 두고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1번으로 해석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는 2번으로 해석해 시행령을 다시 손질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방송의 형식규제를 하는 방통위와 내용심의를 하는 심의위의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8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가상광고의 기준을 확정하는 방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보고받았다. 개정된 시행령에 따르면 가상광고의 경우 “방송프로그램에서 진행자가 상품 등의 구매 이용 등을 권유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가상광고는 방송 프로그램 방영 중 나오는 CG로 만들어진 광고를 뜻한다. 본래는 스포츠중계 프로그램에서만 허용이 됐지만 지난해부터 오락프로그램과 스포츠보도 프로그램에도 확대적용됐다.

이번 개정안은 이례적으로 지난해 만든 개정안 문구를 또 다시 손질한 것이다. 지난해 방통위가 만든 개정안에는 “방송프로그램에서 상품 등의 구매이용 등을 권유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는데 권유하는 주체가 언급되지 않은 게 발단이었다. 방통위는 ‘방송프로그램에서’라는 표현만 적어도 ‘진행자’를 지칭한다고 봤다. 그러나 방송광고를 심의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진행자’라는 점이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상광고 자체가 문구 등을 통해 구매를 권유해서는 안 된다고 해석한 것이다.

   
▲ '알바몬' 가상광고.
 

방통위에서는 손 볼 필요 없는 시행령을 보완했다는 불평이 나왔다. 이기주 상임위원은 “규정을 명확하게 하는 건 좋지만 기존의 규정에서 말하는 언급이나 권유는 당연히 출연자를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1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해석이 편향적”이라고 지적했다.

광고의 경우 형식심의는 방통위 담당이며 내용심의는 심의위 담당인데 두 기관은 줄곧 광고정책을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사전에 논의없이 광고정책을 발표하면서 심의위가 반발하는 식이다. 일반적으로 두 기관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지만 심의위와 방통위는 별개의 기구다. 심의위는 정부기관인 방통위가 방송내용을 심의를 할 경우 방송의 독립성이 침해될 우려가 있어 만들어진 민간기구다. 

지난해 5월 방통위가 ‘간접광고 규제완화’를 하면서 특정제품의 시연기능을 허가하겠다고 밝혔는데 심의위는 내용심의영역을 침범한 ‘월권’으로 받아들여 반발했고 끝내 철회됐다. 방통위는 또 지난해 9월 ‘LG디오스와 함께하는 냉장고를 부탁해’처럼 방송프로그램에 협찬주를 명시하는 ‘타이틀 스폰서십’도 도입했지만 심의위가 반발해 끝내 무산됐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장낙인 심의위 상임위원은 “방통위에서 행정예고한 협찬고지규칙 개정안은 심의규정과 충돌한다”면서 “방통위가 개정해도 심의위는 본래 심의규정대로 심의하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입법예고와 의견수렴 기간 및 규제심사와 법제처 심사를 거쳐 오는 3~4월 공포·시행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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