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유가족이 “김석기 후보는 국회의원이 돼선 안 될 사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용산7주기추모위원회는 18일 오전 경주 서부동 김석기 국회의원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앞에서 ‘용산참사 살인진압 책임자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해 12월23일 경주시 국회의원 예비후보로 등록해 출마를 준비하는 김후보는 2009년 용산참사 당시 경찰청장 내정자로 과잉진압의 최종책임자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김 후보는 경찰청장 사퇴 후 한국자유총연맹 부총재, 오사카 총영사, 한국공항공사 사장을 역임했다.

기자회견은 이틀 후인 20일 참사 7주기를 추모하는 묵념으로 시작됐다.

유가족 전재숙, 권명숙, 김영덕, 이충연씨가 모두 발언에 나서 김석기 후보에게 참사 책임을 거세게 물었다. 전씨는 “7년 전 살아보고 싶다고 대화하고 싶다고 올라갔던 망루에 하루도 안 돼 살인 학살하던 김석기가 이 자리에 있다”며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어서 내려왔다. 갈기갈기 찢어진 우리 마음 헤어려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씨는 “경주 시내 돌아보니 얼마나 반갑게 힘내라고 도와주시는 분이 많은지 한편으로 뿌듯했다“고 밝혔다. 유가족들은 전날 경주에 도착해 중앙시장을 돌아다니며 김후보를 규탄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참사 후 화재에 대한 법적 책임으로 징역 3년 반을 복역했던 이충연씨는 “김석기는 철거민들의 무리한 행동들이 일반 시민들을 위험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진압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지만 법원은 교통 상황을 보면 평일과 똑같이 시민들이 다니고 교통도 원활하다고 말했다”면서 “(김후보가) 2년 전 공항공사 사장 취임하면서 용산 유가족들께 고개 숙여 사죄하겠다고 했지만 거짓말이었다. 김석기를 규탄해주고 혼내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18일 경주 서부동 김석기 예비후보 선거사무실 앞에서 용산 유가족, 철거민, 7주기 추모위원 등이 김석기 후보의 용산참사 책임을 묻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정연주 경주시의원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국가와 정부는 시민을 위해 일한다고 세금을 받으면서 국민이 죽고 절규하게 만들고 있다”며 “경주에도 월성1호기 재가동 문제로 이주를 요구하며 2년째 싸우고 있는 분들이 있고, 위안부 할머니들도 수십 년에 걸쳐 울부짖고 있다. 용산참사 유가족분들과 같은 마음으로, 더더욱 국민의 한 사람이자 지역을 대표하는 의원 한 사람으로서 위로 말하기 위해 왔다”고 밝혔다.

김태영 민주노총 경북본부장도 연대발언을 통해 “사람이라면 응당 잊어야 되는 일이 있고 잊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면서 “겨우 7년밖에 안 지났는데, 살인진압 당사자가 경북 지역에서 국회의원 노리고 있다. 경주시민들은 그나마 인간된 사람을 골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희주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대표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며 회견을 끝냈다. 조 대표는 “(김후보는) 뻔뻔하게 아랫사람에게 책임전가로 회피하다가, 결국 국민적인 지탄에 몰려 공직에서 물려났던 자이다. 참사의 책임을 뉘우치고, 반성해야 마땅한 인물”이라며 “7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유가족들의 눈물은 마르지 않았다. 김석기는 지금이라도 총선 예비후보에서 사퇴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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