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막장드라마'라는 지적으로 반복적 심의를 받아온 MBC '내 딸, 금사월'(이하 '금사월')의 책임프로듀서가 심의위에 출석해 "통속극의 특성에 따른 것뿐이며 막장드라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자신의 드라마론을 설파했다. 보통 심의위에 출석하는 PD들은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는 태도를 보이지만, '금사월'의 박성은 책임프로듀서(이하 CP)는 20여 분간 조곤조곤하게 자신의 드라마론을 위원들에게 설명하는 것을 택했다. 

그러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김성묵 방송심의소위 위원장은 "드라마 CP가 저런 인식을 가지고 있으니, 대한민국이 흔들린다"며 '관계자 징계'(벌점 4점)라는 중징계를 예고했다.

   
▲ 지난해 11월 8일 방송된 MBC 주말 드라마 '내 딸, 금사월'의 한 장면. 홍도(송하윤)와 강만호(손창민)가 실랑이를 벌이던 중 공사현장에서 떨어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후 홍도의 사고현장을 목격한 혜상(박세영)은 사월에게 혐의를 덮어씌우기 위해 현장을 위장한다. 이러한 스토리 전개 때문에 '내 딸, 금사월'에는 비윤리적 '막장드라마'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13일에 열린 방송심의소위(위원장 김성묵)은 '금사월'이 총 5회차에 걸쳐 심의위 규정 제25조 윤리성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특히 방송심의위는 “'금사월'의 특정 장면이 윤리성을 위반했다기 보다, 드라마 전체 흐름이 윤리성을 위반한 부분이 크다”고 밝혔다. 이러한 심의위의 지적에 '금사월'의 박성은CP가 설파한 '통속극 이론'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모든 드라마의 기본 구조는 갈등이다. 착한 주인공이 있고, 주인공을 방해하는 악인이 필수적이다. 모든 드라마의 구조가 그렇다. 특히 연속극 장르인 통속극은 더 그렇다. 이는 시청자들에게 감정 이입 돕기 위해서고, 응원하는 캐릭터가 있는 것이 드라마의 성패를 가르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 놓고 미워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려고 한다. 드라마의 사회적 기능이 있다면, 착한 사람이 행복하게 사는 것을 보고 싶은 사람들의 의지를 일깨우는 것 아닐까." (박성은 CP)

박 CP의 의견진술을 들은 심의위원들은 박CP를 크게 질타했다. 

장낙인 위원(야당 추천)이 "권선징악을 표방한다고 하면 그 안에 뭐가 들어가든 상관없는 일이냐, CP가 보기에 이 드라마가 막장드라마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하자, 박성은 CP는 "막장 드라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선악 대비가 강한 통속극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에 장 위원은 "'‘금사월’을 두고 ‘시청자 모두를 정신병자 취급하는 드라마', '작가 정신 차리길', '암 유발 덩어리'라고 말한다. 모르고 있나"라고 질책했다. 

   
▲ 3일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내 딸, 금사월’(극본 김순옥, 연출 백호민 이재진)에서 주오월(송하윤)이 오혜상(박세영)과 당한 교통사고 끝에 사망한 장면. 극중 오혜상은 먼저 차량에서 빠져나와 주오월을 두고 도망쳐 주오월을 죽게했다. 사진=MBC '내,딸 금사월' 화면 캡쳐
 

특히 김성묵 위원장은 박 CP의 '통속극론'에 도저히 동의할 수 없다며 자신의 드라마론을 설파하며 반박했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드라마를 생각해보면, '응답하라' 시리즈, '미생' 등이다. JTBC의 '밀회'같은 것도 그렇다. 종합편성채널과 TVN이 대한민국 드라마의 새로운 흐름을 개척하고 있다. 이에 반해 공영방송이라고 스스로 말하고 있는 MBC는 어떤가. '임성한 작가 사태'등 사회문제를 일으켰다. 종편은 저렇게 기획을 하고 칭찬을 받는데, MBC CP라는 사람이 '통속극이…'라고 말하고 있으면 대한민국이 흔들린다. 시청률 30%라고 좋아하지 말고, 사회적 책무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김성묵 위원장)

심의위원 3명(장낙인 위원, 윤훈열 위원, 하남신 위원)은 ‘금사월’에 ‘경고’(벌점 2점)를 제안했으나, 김성묵 위원장은 ‘관계자 징계’(벌점 4점)를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김 위원장은 “지상파의 책임이 막중하고, 작년에 임성한 퇴출 사건을 겪으면서 MBC의 장근수 드라마 본부장이 다시는 막장드라마를 안 하겠다고 했는데 또 반복됐다”며 ‘관계자 징계’로 합의했다. 박성은 CP의 ‘통속극론’이 오히려 징계 수위를 높인 셈이다.

다만 하남신 위원(여당 추천)은 "처음에는 '관계자 징계'를 생각했지만 CP의 태도가 진정성이 있어보이고, 위원장이 언급한 '응답하라' 시리즈와는 성격이 다른 드라마이기 때문에 드라마 특성도 고려해야한다"며 "또한 표현의 정도가 심한 부분은 문제제기가 가능하지만, 소재의 제한은 심의위의 영역이 아니다"라고 위원장과 다른 의견을 냈다. 

한편, 최근 '금사월'에서는 악역인 강만후(손창민)가 주오월(송하윤)을 난간에서 추락시키고, 목격자를 정신병원에 억지로 집어넣는다. 또한 이 사고의 증거를 조작해 금사월(백진희)에게 누명을 뒤집어씌우고, 납치하기도 한다. 또 다른 악역인 오혜상(박세영)은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 주오월이 죽을 위기에 처했지만 일부러 구조를 하지 않았다. ‘금사월’은 총 50부작으로, 현재 38회까지 방영됐으며 12회의 방영분을 남겨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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