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면 이모저모- ‘안보위기’ 부각한 보수언론

14일 언론의 1면 키워드는 ‘안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대국민담화를 했고, 일간지들은 모두 담화 소식을 1면에 보도했다. 언론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담화 중 ‘안보’와 ‘경제’를 키워드로 뽑아냈고, 보수언론은 그 중에서도 ‘안보’에 집중했다. 조선일보는 “국민에게 던진 ‘경제 안보위기’ SOS”, 동아일보는 “‘안보-경제 동시위기...국민이 나서달라’” 중앙일보는 “박 대통령 ‘사드배치 검토’ 중국 압박”, 한국일보는 “‘어려울 때 손잡아 줘야’ 중국에 대북제재 동참 압박”등을 담화기사 표제로 삼았다.

보수언론은 1면의 다른 기사도 ‘안보기사’로 채워 넣었는데, 대통령 담화문 기사가 언급한 안보위기를 다른 기사들이 보충해주며 안보위기를 부각하는 모양새다. 조선일보는 “무인기 띄우고, 수도권에 삐라 날린 북”기사를 1면 하단에 넣고 “군 당국은 이 같은 북한군의 움직임이 추가도발을 위한 사전움직임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는 점을 언급했다. 

   
▲ 14일자 주요일간지 1면.
 

중앙일보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기사화했다. “감히 우리동맹 공격하면 파멸”이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을 기사 표제로 삼았다. 동아일보 역시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을 전했다. 동아일보는 1면에 동아일보와 채널A가 제정해 군인, 경찰 등에게 수여하는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식’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조선, 중앙, 동아, 한국 4개 언론이 표제를 통해 특정키워드를 부각시키면서도 대통령담화에 대한 가치판단은 하지 않은 반면 진보언론은 직간접적으로 담화를 비판했다. 가장 비판적인 언론은 한겨레다. 한겨레는 “주도적 ‘북핵해법’없었고 ‘국회 심판론’넘쳤다”는 표제를 통해 대통령이 주도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채 유체이탈 화법으로 ‘남탓’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경향신문의 경우 표제에 가치판단을 하지 않았지만 “북핵 ‘중국이 나서달라’ 경제 ‘국민이 나서달라’”며 정부가 주도적이지 않고 ‘남탓’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안보는 ‘추상적’ 경제는 ‘남탓’, 위안부 할머니는 ‘외면’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4차 핵실험 대응방안을 밝혔지만, “중국이 대북제재에 나서달라”는 추상적인 메시지를 던졌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특히, 우리 정부가 어떻게 할 것인지 주도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게 진보언론과 보수언론의 공통된 견해다. 

경제도 화두였다. 박 대통령은 “경제비상상태”를 강조하며 국회를 겨냥해 “식물국회 아니면 동물국회”라며 ‘국회심판론’ 을 제기했는데 정작 그동안 정부가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주요 의제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 ‘위안부 협상문제’ 기자회견에서 기자가 질문을 하기 전까지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그나마 나온 답변마저 ‘자화자찬’일색이었다.

   
▲ 14일 한겨레 기사.
 

대통령의 유체이탈, 조중동도 뿔났다

보수언론은 기사 전반에서 대통령 담화를 전달하는데 치중했지만 사설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안보’면에서는 구체성이 없고, 주도적인 해법이 안 보인다는 게 공통적인 지적이다. 중앙일보는 “박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는 늘 보아온대로 처벌과 제재에 머물렀을 뿐 주도적 해결 의지나 전략은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이 중국에 대북압박에 동참해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점에 대해서도 비판이 많았다. 중앙일보는 “순진한 생각”이라며 “우리가 주도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면서 북미 간 대화 중재 등 국제사회의 타협을 한국이 주도해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역시 “역대최상이라는 한중관계를 활용할 방안도, 미국의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을 끌어낼 전략도 제시하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 14일자 조중동 사설 제목.
 

동아일보는 대통령이 경제분야에서 자화자찬한 데 대한 비판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고용 호조가 지속되고, 가계부채의 질적인 구조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아일보는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고용동향 메시지는 작년처년 실업률이 9.2%로 사상최고라는 우려이지 고용호조와는 거리가 멀다”면서 “고정금리 대출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정도만으로 부채의 질을 판단하는 것도 근시안적”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 특유의 ‘남탓’에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동아일보는 “야당에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은 국민이 기대하는 대통령상과 거리가 있다”면서 “야당을 설득해 타협으로 이끌어 가는 것도 대통령 리더십의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노동계와 야당의 반대로 노동경제 법안이 발목 잡혀 있는데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라며 대통령과 입장을 같이하면서도 “대통령이 야당, 노동계 지도자들과 허심탄회한 대화 한번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야당 탓, 노동계 탓’하는 모습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선은 “이번 담화는 국민의 바람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고 총평했다.

대통령의 승부수? ‘기간제법 양보’ 띄워주기

“노동계에서 반대하고 있는 기간제법과 파견법 중에서 기간제법은 중장기적으로 검토하는 대신, 파견법은 받아들여주시기 바란다.” 박근혜 대통령은 담화에서 노동개혁 5법 가운데 기간제법을 빼는 조건으로 나머지 4개 노동관련법과 경제활성화법안을 국회에서 처리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보수언론은 이 제안을 통 큰 ‘양보’처럼 포장했다. 중앙일보는 “(대통령이)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라며 “기간제법을 빼면 노동개혁법을 둘러싼 쟁점은 많이 줄어든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고육책”이라며 “노동계와 야당은 기간제법안과 관련해 비정규직만 양산할수 있는 악법이라고 비판해왔다. 노동계가 절충안으로 답할 차례”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한 치의 양보도 없던 기존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건 맞다. 법안을 하나 양보했으니 ‘양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기간제법은 4년으로 늘리는 것도 문제지만 현재 법도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악법이라는 점은 마찬가지다. 더군다나 보수언론은 가장 큰 문제인 파견법의 심각성을 언급하지 않은 채 기간제법이 최대쟁점이었던 것처럼 포장하면서 대통령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 14일 동아일보 기사.
 

반면 한겨레와 경향은 파견법의 문제를 지적했다. 경향은 “청와대가 파견법을 선택한 실제 배경은 재벌이 가장 원하는 것이 기간제법이 아니라 파견법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밝혔다. 대기업, 특히 사내하청 규모가 40만 명에 이르는 현대자동차만 하더라도 불법파견 문제가 해결되면 기업에는 큰 이익이 된다. 그러면서 경향은 “지난해 초부터 기간제법은 '버리는 카드'”라는 분석도 전했다. 한겨레는 “양대 비정규직법안(기간제법, 파견법) 가운데서도 파견법이 나이, 소득, 직종별로 간접고용 범위를 크게 넓힐 수 있는 독소조항”이라는 조돈문 카톨릭대 교수의 견해를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호남-친노 분열 가속화

더불어민주당의 호남인사들의 탈당이 이어지고 있다. 장병완, 주승용 의원이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면서 현재까지 14명의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떠났다. 더민주의 의석수는 113석으로 기존 127석에서 14석 줄었다. 한국일보는 “박지원 의원 등 5,6명이 조만간 탈당할 것으로 알려져 탈당의원 수는 최대 16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야당 텃밭인 호남권에서 더민주가 다수당 지위를 상실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냉정하게 살펴봤을 때 호남계 전반이 이탈 분위기인 건 아니다. 전광주전남과 전북의 분위기는 다르다. 11명의 전북지역 현역의원 중 탈당의원은 2명 뿐이다. 전북이 지역구인 이춘석 의원은 “정통 제1야당에서 호남을 분리해 더 철저히 고립시키려는 현 집권세력의 비열한 전략에 절대 동조해서는 안 된다”며 탈당하는 의원들을 비판했다.

정치신인 위해 선거 늦추자?

총선 일정을 늦추자는 총선연기론이 나왔다.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회는 13일 성명을 내고  “총선이 100일도 안 남았는데 사상초유의 무법적 선거구 실종사태가 초래됐다”며 “(거대양당은) 정치신인의 선거운동권을 봉쇄해 놓고선 해결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연기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안철수 의원 역시 “제가 낸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지금은 심각한 상황”이라며 연기 필요성을 언급했다. 선거구 공백사태로 선거구가 무효화되면서 현역의원들은 의정보고서 배포 등을 통해 사실상 선거운동을 하는데 신인들은 이 같은 기회가 없기 때문에 차별받고 있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사설을 내고 총선연기론이 타당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경향은 “선거연기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단 한번이라도 선거를 미룬 사례가 생길 경우 향후 특정세력이 정치적 의도로 선례를 악용할 우려가 있다. 국민의당은 얼토당토않은 총선연기론을 접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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