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이 뿔났다. 케이블업계는 15일부터 MBC에 광고송출을 중단한다. 지상파가 케이블에 ‘콘텐츠’ 공급을 끊어버리자 케이블은 ‘플랫폼’을 무기로 내세운 것이다.

케이블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와 MSO(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로 구성된 SO협의회는 1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긴급총회를 열고 지상파 ‘광고송출 중단’을 결의했다. 케이블업계는 우선적으로 15일부터 MBC 광고송출을 평일 6시간, 주말 8시간 동안 중단한다. 이 시간동안 방송광고 시간대에 화면에 검은색 바탕만 송출된다. 이날 SO협의회는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고 △케이블 시청자 차별하는 부당거절행위 중단 △콘텐츠 공급거절 및 재송신 연계협상 관련 정부조사 촉구도 함께 결의했다.

케이블이 지상파 광고송출을 끊는 건 플랫폼을 쥔 케이블이 지상파 광고시청 인구를 줄여 광고단가에 타격을 미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케이블은 “별개인 VOD협상과 재송신협상을 부당하게 연계한 지상파가 광고송출 중단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입장이다. 지상파가 재송신수수료 분쟁 중인 SO에 VOD공급을 끊겠다고 밝혔으나 케이블이 동의하지 않아 협상이 결렬됐다. 앞서 지상파는 VOD 가격협상이 타결에 이르지 못한 채 기한을 넘기자 케이블에 VOD공급을 중단했다. KBS와 MBC는 2016년 방영되는 콘텐츠 공급이 중단되며, MBC는 1월이 지나면 전체 VOD공급이 중단된다.   

   
▲ 일러스트=권범철 만평작가.
 

지상파의 우선 타깃은 MBC다. 케이블은 지상파 3사중 MBC에 대해서만 광고송출 중단을 하겠다고 밝혔는데, 그 배경에 관해 최종삼 SO협의회장은 “엄청난 사태를 야기한 주동자가 MBC”라며 “지상파 VOD협상을 대표한 게 MBC고, 재전송분쟁 협상에 VOD 공급을 연계하는 아이디어를 착안한 곳도 MBC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케이블이 광고송출 중단을 택한 건 지상파의 논리를 반박하려는 차원도 있다. 그동안 재송신분쟁에서 케이블의 논리는 “케이블 덕에 수신가능 인구가 늘어 지상파가 광고효과를 키웠다”는 입장이었고, 지상파는 “지상파의 광고효과가 커지지 않았으며, 콘텐츠를 무단으로 송출하는 건 저작권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날 최정우 케이블TV VOD 대표가 “지상파가 그동안 강조한 바를 보면 케이블이 수신영역을 확대해 지상파 수익에 기여했다는 점을 부정하고 있으니 광고송출중단으로 피해를 전혀 입지 않을 것”이라고 비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광고송출중단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사태해결을 위한 개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방통위 관계자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14일 지상파 관계자들을 만나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15일까지 중재안이 마련되는 건 쉽지 않지만 정부가 나선만큼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협회 역시 중재를 원하고 있다. 배석규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달라. 나도 지상파와 대화에 나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각오가 돼 있다. 지상파도 전향적인 자세로 나서달라”고 피력했다.

   
▲ SO협의회는 13일 긴급총회를 열고 VOD 공급을 중단한 지상파를 규탄했다. 사진=SO협의회 제공.
 

이번 사태를 계기로 케이블의 지상파 광고송출 중단의 불법여부가 지상파와 케이블 분쟁의 새로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수 케이블협회 사무총장은 “법무법인을 통해 판단한 결과 방송프로그램과 방송광고는 엄격히 분리된 것이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밝혔다. 방송프로그램 송출 중단은 불법이지만, 방송프로그램이 아닌 광고송출 중단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이 회원사인 방송협회 관계자는 “지상파가 채널을 공급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방송프로그램에는 광고가 포함된 개념”이라며 “광고를 무단으로 빼는 건 중대한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법을 그대로 해석했을 때는 케이블의 주장이 타당하다. 방송법 상 방송프로그램과 광고가 분리된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송법 전반의 맥락과 취지를 고려했을 때 방송편성에 관한 규제나 간섭을 금지하고 있고, 이 ‘편성’의 개념에는 방송과 광고가 모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초유의 사태인 만큼 법원의 판단을 구하기 전까지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씨앤앰의 경우 케이블협회 및 SO협의회에서 탈퇴하지는 않았지만 직접 지상파와 협상을 벌이는 등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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