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네이버 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 회의를 하는 거 같은데 어떤 내용인지 알 방법이 없네요.” 평가위 첫 회의가 비공개로 진행되던 지난해 10월15일 회의장 앞에 선 한 지역신문 기자는 발을 굴렸다. 평가위가 심사기준을 발표하기 하루 전인 6일 한 인터넷언론의 대표는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평가기준 전문을 어떻게 볼 수 있는지, 평가위에 연락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급하게 물었다. 지난 7일 심사규정 발표 기자회견에 200여명의 언론인 및 업계 관계자가 참석해 보도자료가 동날 정도였다. 

평가위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독립적인 뉴스평가와 인터넷 생태계 개선을 위해 만들어진 평가위다. 그러나 언론계 이해관계자들과 광고계 인사들이 참여하면서 대형 언론의 이너서클을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언론을 심의하는 포털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었다. 수면 위로 올라온 평가위는 ‘혹시나’했는데 ‘역시나’였다. 

(카드뉴스로 보기: 포털판 방통심의위, 기레기 잡을까)

포털판 ‘방통심의위’, 보도심의한다

“입점 때 기사 평가는 심의로 작용할 우려가 있지 않나.” “보도자료 베끼면 제재한다는데 기준이 뭔가.” “정부로부터 돈 받고 쓰는 기사는 제재대상인가 아닌가.” 지난 7일 평가위 심사기준 발표 기자회견에서 가장 많이 쏟아진 질문은 ‘내용 심의’에 관한 것이다. 평가위가 광고성 기사, 선정적 기사, 불공정한 기사 등 사실상 내용심의를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언론이 포털과 제휴를 맺으려면 ‘저널리즘 품질요소’라는 이름으로 4개월 동안의 보도를 평가받게 된다. 평가요소는 ‘가치성 및 수행성’ ‘시의성 및 중요성’ ‘정확성 및 완전성’ ‘전문성 및 심층성’ ‘공정성 및 균형성’ 등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기사가 정확하고 객관적인 사실과 근거에 기반하고 있는지” “기사가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와 주장을 공정하게 다루고 있는지” “중요하거나 의미 있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외면하지는 않는지” “의도적으로 편향적이거나 부정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지” 등 보도내용에 대해 가치판단을 하겠다는 것이다. 

   
▲ 일러스트=권범철 만평작가.
 

입점된 이후에도 내용 심의가 이뤄진다. ‘선정적인 기사’는 물론 ’기사로 위장된 광고 및 홍보’도 평가위가 제재할 방침이다. 이 경우 기준안에는 ‘목적이 분명한 기사를 전송하는 것’이라고 밝혔는데, 그 목적을 알기 위해서는 결국 보도 내용을 살펴 ‘홍보성’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내용 심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포털이 언론의 ‘공정성’을 평가하는 건 권한남용이라는 지적이 많다. 도형래 인터넷기자협회 사무국장은 “평가위 심사기준을 보면 입맛에 맞는 언론만 진입할 수 있게 만든 거 아니냐는 우려가 든다”면서 “내용 심의 자체는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공정성을 평가하는 게 말이 안 된다. 언론사마다 추구하는 방향이 있는데 공정성에 부합하는지 아닌지 평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모호함’이 편파심의 논란 부추겨

‘내용심의’ 논란에 평가위는 나름의 원칙을 제시했지만 답변이 모호해 의문만 낳았다. 배정근 1소위원장(진입소위원회)은 “입점기준의 경우 평가내용은 기사를 쓸 때 가장 강조되는 일반적인 저널리즘의 원칙을 명시한 것”이라며 “정량평가를 늘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허남진 평가위원장은 “광고성 기사에 대한 제재는 거의 그대로 베껴 쓰는 경우가 (제재 대상에) 해당 된다. 상식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평가비율이 높든 낮든, 만에 하나 상식적인 평가가 이뤄진다고 해도 내용평가를 한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언제든 언론을 옥죌 수 있는 수단이 될 가능성이 있다. 

내용심의 자체도 문제지만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엄호동 파이낸셜뉴스 온라인뉴스부국장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 기준”이라며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니 혼란이 생기고 있다. ‘광고성 기사’의 경우 ‘보도자료 베끼면 제재하겠다’고 하는데 보도자료는 기사의 기초가 된다. 어디까지 제재할 건지 모호하다. ‘상식적으로 하겠다’고 밝혔는데 그만큼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업계에서는 ‘저작권 침해 기사’, ‘선정적 기사’의 기준이 추상적이라고 지적했다. 백재현 아시아경제 뉴미디어본부장은 “11일은 미국 등에서 ‘바지 안 입는 날’로 관련 보도가 많았는데, 이것도 제재 대상인가”라고 지적했다. 평가위 심사기준에 따르면 ‘주요 부위의 노출은 없으나, 상의 혹은 하의를 탈의한 경우’는 제재 검토 대상이다.

   
▲ 허남진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장(중앙)이 7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평가기준 발표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군소매체 진입장벽 높인다

포털 평가위와 5인 미만 인터넷신문을 폐간하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공통점이 있다. 언론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것이다. 평가위 논의가 시작될 때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유통망이 약한 군소매체들이 그간 주류언론과 경쟁할 수 있었던 기반을 포털이 만들었다”면서 “주류언론들이 유통망을 다시 찾아오기 위해 광고와 여론시장 전반에 영향력을 되찾으려 할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심사기준 곳곳에는 군소매체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내용이 있다. 우선, 평가위는 5인 이하 인터넷신문의 등록을 취소하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을 사실상 수용했다. 등록이 취소되는 매체는 포털과 재계약 때 제휴매체 심사에서 탈락하게 된다. 기본적인 제휴기준도 까다롭다. 평가 기준에 따르면 제휴매체가 되려면 △신문사업자, 정기간행물사업자, 방송사업자, 인터넷신문사업자, 뉴스통신사업자,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로 등록 또는 인허가 받은지 1년이 지난 매체 △일정 수준의 기사 생산량과 자체기사 생산비율을 유지할 수 있는 매체 등이 돼야 한다.

평가위는 ‘1사 다매체’ 제휴가 가능하도록 길을 텄는데 결국 대형언론에게 이익이 된다. 예를 들어 조선일보가 자매 매체 10개를 추가로 창간해 평가위 기준만 통과하면 입점 언론을 쉽게 늘릴 수 있다. 한 인터넷언론 온라인 담당자는 “대형언론은 여러 매체를 창간하고 심사기준을 충족시키는 게 어렵지 않다”면서 “지금도 대형언론에서 진입을 요구하고 있는 매체들이 많다. 작은 언론은 이렇게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해 매체를 늘릴 여력이 안 된다. 결국 규모가 클수록 유리하다”고 우려했다.

포털이 전재료를 지불하는 콘텐츠 제휴의 경우 포털이 최종적인 판단을 하게 된다. 포털은 현재 영향력이 큰 언론들에게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전재료를 주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생 매체들은 콘텐츠 제휴기준을 통과해도 입점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대형매체의 자매 매체는 포털을 압박하며 제휴매체를 늘릴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대형매체 ‘퇴출’? “이너서클 강화”

“성현아 유죄 판결, ‘출산한지 얼마 안됐을 때…’ 충격!” “진도 여객선 침몰, 세월호는 어떤 배? 수학여행단, 등산동호회에 인기” “짝, 여성 출연자 죽음에 시청자 게시판에 ‘민폐 쩐다, 집에 가서 죽던가’”. 

(관련기사: 조선, 동아가 '사이비언론' 탓할 자격이 되나)

눈살 찌푸리게 만드는 이 문구들은 앞에서부터 매일경제, MBN, 조선닷컴의 어뷰징 기사 제목이다. 입점 뿐 아니라 퇴출 역시 군소매체에 불리하고 대형언론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가장 큰 문제는 ‘어뷰징 제재 무력화’다. 평가위는 다른 평가는 ‘건별’로 제재하면서 어뷰징은 ‘비율평가’로 정했다. 하루 송고량 중 어뷰징이 1%를 넘지 않으면 벌점을 받지 않고, 1~5%의 경우 벌점 1점을 받는 식이다. 

어뷰징 평가가 도입됐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어뷰징의 양이 줄어들 수 있지만, 제재수준 직전까지 턱걸이 어뷰징을 이어갈 수 있다. 평가위는 1개월 내 10점 이상의 벌점을 받거나 12개월 이내 누적벌점 30점에 이른 매체는 ‘경고처분’을 내릴 계획이기 때문에 이 점수만 넘지 않으면 어뷰징을 해도 무방하다. 한 일간지 뉴미디어 담당자는 “비율평가는 기사량이 많은 일간지가 유리한 건 물론이고 사진기사를 늘리는 식으로 전체 기사량을 늘리고 어뷰징을 하는 방법도 있다”고 지적했다. 

   
▲ 세월호 참사 당일 조선닷컴 보도.
 

‘홍보성 기사’ 제재는 이중잣대가 될 수 있다. 평가위 심사규정에 따르면 홍보대행사가 써준 기사는 확실하게 제재한다. 기사에 특정업체의 주소나 연락처가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수천만원 받고 신문이나 방송이 정부나 기업을 홍보해준 협찬기사의 제재여부는 불투명하다. 결국 ‘잔챙이’만 잡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포털전송 매개로 부당이익 추구’, 일명 사이비언론 행위 제재는 노골적이다. 평가위는 기사를 쓰는 대가로 광고나 금품거래 여부를 심사하게 된다. 평가의 특성상 모니터링이 아닌 제보에 의존하게 된다. 문제는 가장 많은 제보를 할 것으로 보이는 광고주협회가 대형언론을 제보하기보다 만만한 군소매체를 제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광고주협회는 사이비언론 조사를 실시해 발표했는데 메트로만 매체 이름을 공개했고, 보수일간지들은 광고주협회의 주장을 확대재생산했다. 일종의 연대가 형성된 셈인데 ‘사이비언론’을 공격하면 광고주협회는 광고지출이 줄어 좋고, 대형신문은 다른 곳으로 새는 광고파이를 줄여 이득이 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지난 8일 평가위 기자회견을 보도하면서 각각 “금품요구 인터넷언론, 포털서 퇴출” “악의적 기사로 기업 돈 뜯는 매체, 포털서 퇴출”등 ‘사이비언론 프레임’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관련기사: 포털은 동네북? 두들기면 뭐가 나올까)

모든 기준을 무력화하는 예외조항이 있다는 점도 문제다. 평가위는 출석위원 3분의 2가 동의하면 ‘정상참작’ 및 기준에 없는 ‘제재’를 할 수 있다. 평가위는 그동안 구성단체가 다양하기 때문에 한쪽으로 의견이 쏠리지 않는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8개 단체의 참석만으로 회의를 열 수 있으며, 이 중 5개 단체가 찬성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시민단체가 반대하더라도 업계의 힘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평가위에 참여한 단체소속 언론이 유리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평가위는 ‘선정적인 광고’와 ‘기사본문을 가리는 광고’도 제재할 방침이다. 이 규정을 설명하며 허남진 위원장은 “시민사회단체 위원들이 강력하게 요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가위가 광고에 대한 제재를 해야 하는지 여부도 따져야 할 문제지만, 시민사회단체의 요구에 업계 사람들이 쉽게 응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평가위의 주축인 종이신문과 방송은 인터넷 광고가 주 수익이 아니기 때문에 기준을 넘지 않도록 광고를 손보는 일이 어렵지 않다. 그러나 지면 없는 군소 인터넷 매체에게 온라인 광고는 주 수익원이기 때문에 타격이 크다. 

지금이라도 이해관계자들 빠져야 

물론, 포털 뉴스는 문제가 있고 개선해야 한다. 정보검색을 방해하는 어뷰징 기사가 넘쳐난다. 홍보성 기사도 많다. 기사를 읽기 힘들 정도로 지저분한 광고가 뒤덮고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방식이면 표면적으로 어뷰징 등 문제 행위가 줄어들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의 역효과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모호한 규정을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일 기자회견 때 평가위원들이 기준에 대해 다른 해석을 내놓자 한 기자는 “기준이 없는 게 기준인가”라고 지적할 정도였다. 엄호동 부국장은 “법으로 치면 취지를 이해하고 법 자체에도 동의한다. 그러나 이를 규정하는 시행령이 문제인 상황”라며 “일부 내용은 과도하고, 또 상당 부분이 모호하게 규정돼 있다. 중요한 규정이 단 한 두줄로 설명이 돼 있어 언론이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뒤늦게라도 의견수렴 절차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많다. 새로운 정책에는 공청회를 비롯한 의견수렴 절차가 필요하지만 현재까지 평가위는 ‘그들만의 리그’로 구성원들끼리 심사규정을 만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 일러스트= 권범철 만평작가.
 

평가위가 취지대로 ‘공개적이고’ ‘투명한’ 심사를 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이해관계자들을 배제하고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예를 들어 신문협회는 서울신문 논설위원이 평가를 맡는데, 어뷰징을 하는 언론사의 간부가 다른 언론의 어뷰징을 평가하는 상황에서는 ‘불공정하다’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도형래 사무국장은 “평가기준안을 마련한 이들은 기존에 평가위에 참여하고 있는 언론사들 출신”이라며 “자신들의 카르텔 안에 진입장벽을 높이면서 이해관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입맛대로 평가를 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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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위가 ‘제재’가 아닌 ‘진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백재현 아시아경제 뉴미디어본부장은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저널리즘의 발전’도 함께 고민해야 하지만 전통적인 저널리즘의 기준을 잣대로 보는 평가위원들이 다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평가위가 제재를 위해 마련된 것도 한계다. 지금이라도 뉴미디어 관련 학자나 현업 종사자 등을 위원으로 참여시키거나, 이들의 의견을 수렴해 어떻게 언론을 유통해야 적절한지, 또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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