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전격 발표된 12·28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법조계 일부에서 4년 여 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위배되는 위헌의 소지를 안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1년 8월30일 헌법재판소는 위안부의 대일 배상청구권에 대해 일본 정부와 우리 정부가 다르게 해석하고 있으나 우리 정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부작위’는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중대한 기본권 침해를 초래했기 때문이라고 헌재는 설명했다. 이 결정에 따라 우리 정부의 위안부 문제 해결노력이 시작돼 이번 위안부 합의까지 이른 것이다. 

문제는 이번 위안부 합의로 양국의 해석 차이는 해소가 됐느냐는 데에 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이미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끝났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과 달리, ‘반인도적 위안부 문제는 협정에 포함되지 않으며, 일본정부가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었다. 양국의 협정의 해석상의 견해차가 생기면 외교적 노력 또는 중재위원회 등을 통해 분쟁해결을 하도록 돼 있다(한일청구권협정 3조). 그러나 이번 양국의 합의문에는 이 문제가 어떻게 합의됐는지에 대해서는 나와있지 않다.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법사학 전공) 교수는 1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번 합의에서 기시다 일본 외상은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힌 것으로 돼 있으나 일본 언론 보도로는 ‘일본 청구권 협정에 의해 법적 책임을 다 했다는 일본정부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나온다”며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여전히 해석상 분쟁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윤병세 외교부장관이 최종적이며 불가역적이라고 밝히고, 아베 총리도 박근혜 대통령과 통화에서 “이번 합의를 통해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 이는 분쟁 상태에 대한 해결노력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는 해석이다.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 포커스뉴스
 

김 교수는 “한국정부가 ‘최종적·불가역적’이라는 말을 한 것은 앞으로 일본에 대해 이 문제를 국제사회에 문제삼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하지만 일본의 법적 책임에 대한 양국의 인식은 해결된 것이 아닌데, 끝낸다는 것은 다시 위헌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우리 정부의 입장에 대해 “지난 2005년 민관공동위원회가 위안부를 비롯, 사할린 강제동원, 원폭피해자 등 일본의 반인도적 불법행위는 한일청구권협정 대상이 아니며, 일본 정부 법적 책임이 남아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입장이 유지되고 있다면 해석상의 분쟁이 존재하는 것이요, 그런데도 우리 정부가 더 이상 문제삼지 않겠다고 하면 위헌이 되는 것”이라며 “1965년에 애매하게 덮는 바람에 여기까지 왔는데, 또 덮는 것이냐. 안하니만 못한 합의가 됐다”고 비판했다.

신일본제철 강제동원 피해자 사건을 맡았던 장완익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도 이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해결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외교적으로 노력을 해야 하는데, ‘불가역적’, ‘최종적’이라 한 것은 앞으로 외교적 협의도 못하게 한 것”이라며 “이 상황 자체가 위헌으로 가게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법적 책임’도 논쟁의 대상이다. 일본 정부가 ‘책임 통감, 사죄’의 표현을 쓰고 정부 예산을 통해 10억 엔을 내놓기로 했다는 정도면 국가책임을 지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정부측의 주장이다. 이에 반해 사죄 뿐 아니라 사실관계에 대한 시인, 추가적 진상조사, 기록, 역사교육 등으로 이어져야 법적 책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장완익 변호사는 “과거 고노담화에서 역사교육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라도 확인해보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일본군의 관여가 있었다’는 정도만 언급할 뿐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지 사실관계를 어디까지 인정하는지 전혀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며 “역사교육의 문제와 추가적인 진상조사 모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윤병세 외교장관(오른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지난해 12월2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창록 교수도 “아베 내각은 지난 2007년 1차 내각 때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강제연행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주장한 바 있으며, 위안부에 대한 역사교과서 기술이 완전히 사라졌다”며 “다른 나라의 역사교과서에 실리는 위안부 문제를 못싣게 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아베 내각에 대해 우리 정부는 앞으로 무슨 대처를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외교적 노력을 통해 헌재 결정 취지에 부합하는 결과를 냈다는 입장이다. 이상덕 외교부 동북아국장은 12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헌재 결정이라는 것이 1965년 청구권협정에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정부가 해결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으니 위헌이라는 취지”라며 “그 이후 노력을 기울여 피해자의 희망사항을 최대한 반영하려한 협상”이라고 밝혔다. 이 국장은 특히 “그 결과 (일본) 정부의 책임을 명확히 했다”며 “공개적 공식적 총리 명의 사죄를 받아내고, 이행조치로서 일본측이 재단에 예산을 출연하기로 한 것 자체로 헌재 결정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일본 정부가 여전히 한일청구권협정 때 위안부 문제도 다 해결했다는 입장인데, 우리 정부는 그렇지 않다는 입장이 아니냐는 질의에 대해 “일본 정부는 그런 입장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인정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니 양국의 해석상 분쟁이 발생한 것이며, 해결하지 않고 놔두는 것은 위헌이 아니냐는 지적에 이 국장은 “양국 외교장관이 만나서 정치적 타결을 선언한 것으로, 표명한 입장 그대로 받아들이면 될 것”이라며 “그 학자들의 생각이 법학자들의 전체의견을 반영하지 않는다. 정부 책임을 명확히 하고, 사죄와 반성을 표현했으며 일본 정부 예산까지 넣은 것이 어떤 의미인지 다른 국제법학자에 문의해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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