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기소한 윤석열 부장검사와 박형철 부장검사가 징계에 이어 좌천을 거듭하며 박해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박형철 검사는 계속된 좌천에 건강문제까지 겹쳐 결국 검찰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6일 저녁 발표된 법무부 검사 인사에서 국정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검사는 대구고검 검사에서 대전고검으로 발령이 났다. 특별수사팀 부팀장 박형철 검사는 대전고검에서 부산고검으로 옮기라는 인사명령을 받았다. 

이 같은 인사 소식을 들은 박형철 검사는 7일 법무부에 사표를 제출했다고 그의 지인이 밝혔다. 같은 검사 출신의 조수연 변호사(법무법인 청리)는 8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메신저 대화를 통해 박 검사가 지난 7일 사표를 제출했다고 직접 자신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조수연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 과정에서) 상부 집행부와 의견충돌이 생겼고 결재없이 공소장 변경을 했다는 이유로 감봉징계를 받고 대전고검에서 1년 6개월동안 낭인 생활을 했는데, 엊그제 있었던 인사에서 부산고검으로 또다시 좌천 인사를 당했다”며 “검찰에서 고검은 수사권이 없는 한직이다. 승진에서 누락된 검사들이 끝에 가서 안착하는 원로원”이라고 평가했다. 

조 변호사는 “현 정부에서는 더 이상 신원회복을 시키지 않겠다는 싸인이 나온 것”이라며 “그래서 그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부산고검에서 세월을 낚을 수 없었던 것일까. 그는 오늘 사직을 했다. 가장 유능한 검사가 옷을 벗은 것”이라고 썼다.

   
국정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장 윤석열(오른쪽) 검사와 부팀장 박형철 검사. 지난 2013년 6월 14일 수사결과 발표 때 모습.
@연합뉴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신경민 의원(더불어 민주당)은 8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박형철검사가 결국 옷을 벗었다”며 “그를 직접 모르지만 국정원댓글 수사에서 배운대로 정의를 실천·실현하려다가 권력방해로 좌절했다”고 전했다.

신 의원은 “이런 검사가 검찰에 자리하지 못한다면 민주는 포장일 뿐”이라고 썼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파기환송심의 선거법 위반 여부 다툼에서 이를 지휘하던 박 검사가 빠짐으로써 사실상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재판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같은 검사 출신의 백혜련 변호사는 8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박형철 부장검사의 사직에 대해 “원세훈의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인데 참 우려된다”며 “안그래도 항소심 재판부가 예단을 드러내는 행동으로 물의를 빚었는데 무죄가 나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백 변호사는 페이스북에도 “정권을 바꿔야 될 이유가 또 하나 생겼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처럼 소신을 갖고 일하는 검사는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 검찰 조직이라는 것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등 여러 질의에 대해 “개인적인 사안이라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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