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4차 핵실험에 맞서 8일 낮부터 대북확성기 방송을 전면 재개함에 따라 남북간 군사접경지역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민통선(민긴인통제선)을 비롯한 전방지역 주민들은 이날 오전부터 방공호로 대피했다. 민통선의 애기봉등탑과 대북삐라 살포 반대운동을 벌여온 현지 주민은 매번 이런 일들이 벌어질 때마다 현지 주민들만 괴롭다고 호소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정오부터 휴전선 전방지역 일대 10여 곳에서 대북확성기 방송을 전면 재개했다고 밝혔다. 방송의 내용은 ‘자유의 소리’ 콘텐츠를 이용해 ‘자유민주주의 우월성 홍보’, ‘대한민국 발전상 홍보’, ‘민족 동질성 회복’, ‘북한 사회 실상’ 등 4가지이며, 최신 유행가요도 중간중간에 틀 것이라고 합참은 전했다.

김승진 합참 공보실 장교(중령)는 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자유의 소리 콘텐츠 사용했고, 휴전선 일대에서 심리전 방송 개시한 것은 맞다”며 “기자들 일부가 중부전선 지역에 취재하러 갔으며, 방송 내용 가운데엔 최근 유행하는 이애란의 ‘백세인생’, 걸그룹 여자친구의 ‘오늘부터 우리는’, 에이핑크의 ‘우리 사랑하게 해주세요’ 등도 들어있다”고 밝혔다. 김 장교는 “지난해 지뢰및포격도발 당시에도 심리전 확성기방송을 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방송 재개를 두고 이적 민통선평화교회 담임목사(겸 기독교평화행동목자단 운영위원)는 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서부전선 민통선(김포지역) 지역의 주민들이 방공호로 대피한  상태이며, 경찰들이 현지에 나와서 주민들을 독려하고 있다”며 “군인들이 나와서 철책선을 지키고 있고, 거리엔 개미새끼 한 마리 안보인다”고 설명했다. 

   
남북장성급군사회담 부속합의서에 따라 지난 2004년 6월16일 서부전선 무력부대 오두산전망대에서 군인들이 대북선전용 대형확성기를 철거하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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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 목사는 “늘 이곳에서 북한 관련 사건만 나면 부산을 떠는데 주민들만 괴롭히고 있는 것”이라며 “오늘 오전부터 대피명령 떨어져서 대피 안하면 경찰이 집에 찾아오고, 군은 선무방송하러 다닌다. 김포 최북단 애기봉 주변의 분위기는 늘 그래왔다”고 전했다.

대북확성기 방송 결정에 대해 이 목사는 “북한은 경량화 소형화한 중성자 수소탄을 만들었다는데, 우리는 겨우 대응한다는 것이 대북방송한다는 것이니 이 나라를 어떻게 믿고 살지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대북확성기 방송이 이번에 갑자기 재개한 것이 아니라 과거에도 간헐적으로 했다고 이 목사는 주장했다. 이 목사는 “지난해 지뢰사건 때도 방송한 일이 있고, 간헐적으로 한 번 씩 한다. 최근 나는 한 달 전에 새벽에도 들었다. 민통선에 있으면 새벽에 잘 들린다. 낮에 하는 때도 있다. ‘남쪽에는 따뜻한 음식이 있습니다, 지금 탈출하십시오’라는 소리도 들렸다”며 “북한의 인민군을 유도하는 방송도 들은 기억이 있다. 지금까지 안하다 이번에 새로 시작했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다. 늘 하던 것이었으면서 뭘 새삼스럽게 다시 한다고 하느냐”고 말했다.

대북확성기 방송이 김정은 체제의 북한에서 가장 아파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국민일보 등 일부의 분석에 대해 이 목사는 “그것은 천만의 말씀”이라며 “2004년 6월15일부터 남북이 대북확성기를 포함한 심리전을 일체 하지 않기로 합의해왔는데, 이를 어기면 공격할 거리가 생기니 북한은 오히려 반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북방송하고 전단살포한다고 바뀌는 체제가 아니다”라며 “핵실험에 맞서 대북방송한다는 것은 창피스러운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적 민통선평화교회 담임목사. 사진=이적 목사 페이스북
 

남북간의 긴장이 더 고조될 것인지에 대해 이 목사는 “과거의 사례를 보면 이번에도 그다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이런 일들이 워낙 자주 있었기 때문에 주민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서울에서나 호들갑을 떠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2013년처럼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흘러갈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 목사는 “그것은 이 문제로 우리와 미국이 긴장국면을 높이려고 한다면 그럴 것”이라며 “결국 그 경우 국지전 수준의 충돌이 발생할 우려가 있지만, 미국도 이를 막으려 할 것이고, 북한도 굳이 싸우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에 영향을 끼칠 것인지 여부에 대해 이 목사는 “여당이 북풍을 이용하려 한 일이 많지만, 특별이 이번 남북간 긴장국면이 여당에 유리하게만 작용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내다봤다.

이 목사는 김대중 정부 초기부터 대북전단살포 반대운동을 벌였으며, 지난 이명박 정부 때 성탄절 애기봉 점등식에 맞서 지금까지 애기봉 등탑 반대운동을 벌여오고 있다. 지난해 ‘애기봉등탑과 대북전단살포는 대북심리전이다’라고 말한 것이 ‘북측 동조행위’라는 이유로 보안수사대에 불려가 세차례 소환조사를 받기도 했다고 이 목사는 전했다.

최근에도 대북확성기 방송을 간헐적으로 했다는 주장에 대해 김준태 합동참모본부 총괄장교(중령)는 “전혀 아니다. 지난 2004년에 중단한 이후로 안했다가 지난해 8월10일부터 25일까지 실시했가 다시 중단한 뒤 오늘 부로 다시 시작한 것이 이것이 정확한 사실”이라며 “임의로 방송할 수 없다. 그런 일은 없다”고 밝혔다. 김 장교는 “왜 현지에 있는 그분들이 그런 얘기를 하는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기사일부수정 1월8일 오후 6시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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