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의 4차 핵실험 또는 수소폭탄 실험을 사전에 전혀 인지하지 못한 것에 대해 정보기관 활동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북한이 지난 6일 오전 10시30분에 실시한 핵실험에 대해 우리 정부의 정보당국이 파악한 시각은 이날 오전 10시40분이었다고 이병호 국정원장과 김황록 참동참모본부 정보본부장은 이날 저녁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보고했다고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김광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7일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인지한 것은 기상청에서 지진파와 지진규모를 확인한 뒤로, 핵실험 이후 알았다고 보고했다”며 “사전에 (핵실험 징후를) 찾아내지 못했다고 시인했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해 9월 합참 정보본부장이 한 달이면 징후를 파악할 수 있다고 장담했던 것 역시 잘못된 예측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 정보위 소속 김광진 더민주당 의원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당시 정보본부장이 그런 얘기를 한 것은 원래 우리가 갖고 있던 매뉴얼에 보면, 핵실험 25일 이전에는 무슨 징후, 20일엔 어떤 징후가 나타나있는 것을 근거로 말한  것”이라며 “하지만 과거 1, 2, 3차 핵실험 때 갱도를 파고, 메우고 있는지, 차량이 몇 대 정도 갔는지를 보고 핵실험에 임박했는지 여부를 알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이번에는 이미 풍계리 핵실험장에 갱도가 완성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과거 핵실험 때는 실시 직전에 미국과 중국에 통보해준 것과 달리, 이번에는 전혀 통지하지 않았다는 점을 두고 김 의원은 “북한이 은밀하게 해보자고 하면 이번처럼 알 수 없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며, 한 달 전에 징후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예측”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수소탄 핵실험을 실시했다고 밝힌 6일 기상청 국가지진화산센터에서 고윤화 기상청장과 윤원태 지진화산관리관(오른쪽)이 진원지를 가리키고 있다.
@연합뉴스
 

이병호 국정원장이 북한 핵실험을 두고 ‘찾고 막는 싸움인데 이번에는 우리가 졌다’고 사전 실패를 시인했다는 경향신문 등의 보도에 대해 김 의원은 “국정원장이 ‘졌다’는 말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표현이 사태의 중심은 아니다”라며 “문제는 우리 정보기관이 사전인지를 전혀 하지 못했다는 것이고, 스스로 이를 다 인정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북한이 ICBM이든 미사일이든 발사하면 사전에 발사해 요격하겠다고 주장해온 것이 우리 군 정보 당국이었으나 풍계리 핵실험의 경우조차 예측을 못했으니, 실제로 이동식 발사체일 경우 현실적으로 탐지가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고민을 낳는다”며 “미사일의 경우 발사한지 3분40초~5분이면 남한에 넘어오는데, 이번에는 10시30분에 실험한 뒤 인지하는데만 10분이 걸렸는데, 결국 포 떨어지는 동안도 탐지를 못한다는 결론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무엇보다 우리 정보기관과 군 당국이 핵실험에 대한 사전징후를 전혀 몰랐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정보기관 정보활동을 해야 하는데, 정보를 하나도 얻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정보기관의 본연의 역할에 실패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으로, 정보기관은 반성할 일”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정보자원 확보 방식의 문제, 한미간의 정보공유 문제 등에 대해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재제 일변도로 해왔던 대북관계 문제가 핵억제조차도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며 “IBCM에 수소폭탄까지 북한의 무기개발이 소형화, 다양화, 다면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군사평론가인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장은 이날 오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대북 정보 파악은 위성, 정찰기, 감청장비와 같은 것 뿐 아니라 인적인 문제까지 포함해 탐지할 수 있는 노력을 따로 해야 한다”며 “하지만 대북정보를 철저하게 미국에만 의존해온 구조로는 현재의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단장은 핵실험 사전인지를 못한 것에 대해 “지난해 8·25 합의 이후 대북관계에 있어 무능함을 드러낸 것”이라며 “방심하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뒤통수 맞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