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도 파장 분위기다. 지난해 국정감사에 출석한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국회의원들 앞에서 공산주의자를 감별하던 ‘코미디’를 끝으로 여야 모두 총선모드다. 박근혜 대통령 대선 공약이었던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은 사실상 폐기됐다. 미방위 야당 의원들은 19대에서 대체로 무력했다. 현안에서 떨어져 지역구 홍보에 열을 올리는 ‘구태’도 보였고, 긴장감 없는 KBS사장 청문회로 언론시민단체 비판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6일 우상호 미방위 야당 간사를 만났다. 그는 20대 총선에서 서울 서대문구에 다섯 번째 출사표를 던졌다. 2004년 17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2006년 열린우리당 대변인, 2009년~2010년 민주당 대변인을 거치며 기자들에게 친숙한 인물이다. 우상호 간사에게 19대 미방위의 성과와 한계를 물었다. 우상호 간사는 KBS사장 청문회 도입과 통신비 인하 등을 성과로 꼽았으며, 20대 미방위에선 변화된 방송환경에 맞는 규제책을 새로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 19대 미방위 마지막 야당 간사를 맡았다. 우선 성과부터 꼽아본다면. 
"전반기는 방송공정성 문제로 극한 대립했고 KBS사장 청문회란 성과를 얻어냈다. 청문회가 조용히 지나갔지만 각 방송사 별로 굉장히 신경을 쓰는 걸 보고 검증이란 장치가 효과가 있구나 느꼈다. 특별다수제는 우리가 여당이어도 반대할 가능성이 있는 법안이었다. (관련기사=<방송공정성특위 활동 종료, 핵심의제 ‘특별다수제’ 합의 실패>) 정부 측의 주도성은 인정해주되, 과도한 남용과 독선을 막는 것이 좋다. 그러나 방송장악이 노골화됐기 때문에 그런 아이디어가 나왔다. KBS 사장 청문회를 얻은 것도 성과다. 후반기는 민생관련 현안에 집중했다. 통신비 인하와 R&D 예산, 유료방송시장 재편문제를 다뤘다. 광고시장이 축소되면서 지상파가 실제로 경영 위기가 왔고, 이에 따른 제도개선에도 방점을 찍었다. "

   
▲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지난 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야당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을 관철시키지 못했고, 여당은 수신료 인상에 실패했다. 
"수신료 인상은 부득이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상파가 수백억 적자를 보고 있다. 구조조정만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왔다. 다만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개선 없는 재원마련은 불공정 보도를 지원하는 것이어서 수신료 인상과 공정성 보장을 같이 요구해왔다. 그러나 여당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특별다수제는 일상적인 보도공정성을 담보하는 제도는 아니고, 공정한 경영진을 발탁하기 위한 거름 장치다. 공정보도를 위한 근본 장치는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나 주요 임원에 대한 임명 동의제라고 본다. 그러나 여당은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 조차 거부감을 가졌다."

- 야당은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제도적 특혜도 철회하지 못했다.
"종편 특혜 철회는 역부족이었다. 그나마 이룬 게 있다면 MBN에서 광고영업과 보도편성을 연계한 사건 이후 방송통신위원회가 직권 조사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 동안 무풍지대였던 종편에 대해 지나친 상업화, 광고수주와 보도편성의 연계를 차단할 장치를 마련했다."

- 통신사들은 틈만 나면 지난해 만든 33%합산규제법을 없애자고 주장한다. 타협의 여지는 없나. 
"수십 년 간 지켜온 방송의 사회적 합의가 있다. 지상파방송은 공영성을 유지하면서 자율성을 주고, 유료방송은 재벌 등 대기업의 독점적 장악에 의해 방송이 왜곡되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이런 규제 틀을 허물게 되면, SKT가 CJHV을 인수하는 것처럼 재벌 대기업이 방송을 완전히 장악해 독점이 완성될 수 있다. 이 경우 소비자에게 피해로 다가갈 수 있다. 방송시장이 특정 대기업에게 50~60% 독점돼선 안 된다. 타협의 여지는 없다."

- SKT-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대해선 부정적 입장인가. 
"부정적이다. 과거 위성방송의 경영위기가 오면서 KT로 하여금 KT스카이라이프 겸영금지를 풀어주며 이번 일을 자초하게 됐다. 시장에서 금기시 돼왔던 서로 다른 플랫폼 소유를 허용하게 되면서 통신 대기업의 방송장악이 우려되고 있다. 정책상 허용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 현행 법규상 규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엄밀한 심사를 통해 가능한 허용하지 않거나, 허용하더라도 독점에 따른 시청자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을 만들어야 한다. 최태원 회장의 사생활과 도덕적 문란도 이번 인수심사에서 검토대상이 돼야한다. 방송 산업에서 도덕성이 매우 중요한 만큼 경영할 자격이 있는지 평가항목에 넣어야 한다."
 
- 지난 국정감사에서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는데.  
"고영주씨는 대통령의 국정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 인사였다. 새누리당에도 친북인사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그런 극단적 우파인사를 방송계에 포진시키고 국정운영의 주된 파트너로 삼은 것은 박 대통령의 큰 실책이다. 자신과 친하지 않으면 모두 친북인사라는 사람을 두고 (국감장에선) 무슨 말이 나올지 모르니 그만 돌려보내자는 말도 있었다. 어느 사회나 극단적인 사람은 있을 수 있는데 그런 사람을 공영방송 이사장으로 중용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여당 의원들도 저런 인사까지 (대통령이) 중용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 19대 미방위에서 처리하지 못해 가장 아쉬웠던 법안이 있나. 
"통신비 기본요금 폐지안을 통과시키지 못한 게 가장 뼈아프다. 국민들의 주요 생활비 중 네 번째 비중을 차지하는 게 통신비다. 제가 주도한 법안으로 지금 1200만 명 정도가 3000원에서 1만원까지 인하혜택을 보고 있지만 여전히 통신 대기업이 과도한 이익을 보고 있다. 기본요금 폐지로 추가 인하 혜택을 주고 싶었지만 여당이 반대했다. 정부여당은 대기업의 이윤이 줄어드는 것을 국가경쟁력 악화로 판단하고 있다.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발상이다. 독점적 이익을 몰아주면 기업은 혁신할 이유가 없다. "

- 20대 미방위에 과제가 많을 것 같다. 
"우선 정글로 변하고 있는 방송시장 생태계를 정비해야 한다. 지상파 방송과 유료방송, 새로운 매체 환경을 둘러싼 규제체계가 모순되며 규제효력이 나오지 않고 있다. 방송통신융합이란 가치에 끌려 다니다 보니 방송시장에 적용했던 고유한 가치들이 훼손되고 있다. 향후 10년을 내다보며 규제책을 재정비해야 한다. 방통위는 미시적 정책만 내놓고 있다. 방통위 주요 간부들 중 방송전문가가 없고 전부 정보통신부 출신들이다. 콘텐츠 창작시장이 궤멸상태로 가고 유료방송에서 독점 대기업이 강해지고 있다. 규제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다시 하고 규제 틀을 다시 짜야 한다. 두 번째는 방송 공정성이다. 길환영 KBS사장이 청와대 앞으로 뛰어갔던 장면은 방송사에 길이 남을 추악한 모습이다. 어느 정권이 들어서도 방송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틀을 확실히 잡아야 한다. 어느 정권이든 방송을 장악하고 싶은 욕망은 있는데, 제도적으로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한 기본요금 폐지도 반드시 필요하다. "

“탈당 30명? 정치부 기자들이 야당 능멸” 

   
▲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치열 기자 truth710@
 

- 최근 정치보도를 보면 더불어민주당과 안철수신당의 갈등을 확산시키는 보도가 많다.
"정치부 기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다. 내가 대변인을 오래 했다. 지금 같은 보도패턴은 속된말로 미쳤다. 우리들이 액터(Actor)다. 우리 직업이 정치고 기자들은 보도하는 일이 직업이다. 물론 사건을 해석할 순 있다. 그런데 지금은 기자들 자신들이 정치판을 잡고 있다. 자기들끼리 의논해서 정치인을 따라오게 만들려는 것 같다. 오만하다. 정치를 넘어선 정치보도는 고쳐져야 한다. 국민의 정치 불신을 부추겨 언론이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다. "

- 잘못된 보도가 있다면 예를 들어 달라.
"모 의원이 우리당에서 국회의원 30명이 탈당한다고 했다.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분의 주장은 주장이다. 그럼 그 주장이 맞는지 취재를 해야 한다. 그게 기자가 할 일이다. 전수조사하면 나온다. 그런데 취재를 제대로 한 언론사가 없었다. 나는 그 분이 발언한 다음에 거명된 사람을 다 만나봤다. 정말 탈당하려고 하는지…. 택도 없는 소리였다. 그 보도를 통해 우리 당이 받은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어떻게 그런 보도를 검증 없이 할 수 있나. 취재해보니 그 정도는 아니라고 써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기사는) 분당 수준으로 썼다. 지금 나간 사람이 열 명도 안 되는데, 국민들 머릿속에선 30명 나간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이럴 수는 없다. 대변인을 오래했지만 말도 안 되는 대표적인 왜곡보도다. 많은 국회의원이 나도 나가야 하나, 고민하게 만들었다. 다들 자기철학이 있는데, 고민하게 만들어 탈당을 부추겨 탈당하게 하려는 보도였다. 자존심이 많이 상한다. 아, 이렇게 능멸 당하는구나. 물론 우리 잘못도 있다. 그렇다고 야당이 분열되고 있다고 해서, 그렇게 (야당을) 능멸할 권리가 언론에 있는 게 아니다. "

우상호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에 불리한 각종 보도들이 견제 없이 쏟아지는 상황에 화가 난 모습이었다. 그만큼 당내 상황도 녹록치 않은 게 사실이다. 우 의원은 “분열하는 우리도 부끄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견제력이 약화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며 지지를 당부했다. “경제의 독점화가 소비자 피해로 돌아가듯이, 정치의 독점화는 국민들 피해로 돌아간다. 브레이크 없이 달려가는 수구진영을 막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 의원은 “문 대표도 힘들겠지만 너무 당내 문제 얽매이지 말고 변화를 선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기득권 언론에 대한 견제를 위해선 언론 학자를 비롯한 언론시민사회가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우상호 의원실에는 1987년 민주화를 떠올리게 하는 사진들이 걸려있었다. 그는 요즘 “민주화운동 할 때의 절박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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