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개혁이 난망해지면서 20대 총선을 앞둔 정의당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2014년 10월 헌법재판소가 현행 선거구제도의 선거구별 인구편차 비율이 2:1이 넘는다는 이유로 위헌판결을 내림에 따라 비례대표제 확대를 중심으로 한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시작됐다. 현재 새누리당은 더불어민주당에 선거구획정과 쟁점법안 연계 처리를 주장하며 비례대표의석을 현행보다 7석 줄인 안을 제안했다.

정의당은 표의 등가성을 강조하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해왔다. 득표율과 의석수가 불비례하는 문제를 비례대표 의석수를 확대함으로써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비례대표제는 군소정당에 유리하다. 정의당은 지역구 의원 240석, 비례대표 의원 120석으로 제적의원수를 총 360명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안한 바 있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정의당에겐) 비례대표제를 통해 의원을 낼 확률이 굉장히 낮아져 지역구 중심으로 대단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내부적으로는 새누리당이 낸 안이 확정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대변인은 일부 당원들이 지역구 의원 당선도 힘들 것이라 우려한다는 지적에 고개를 끄덕이며 “정의당은 기득권 정당에 비해 언론환경이나 국민과의 소통 구조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여있는 데다 현재 야권 분열로 다자 구도로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며 “새누리당이 거의 개헌 선까지 의석을 확보할 위험도 있다. 국민들에게 굉장한 충격이자 실망인 상황을 막기 위해 깊은 논의를 하고 있는 중”이라 말했다.

논의되는 대안 중 하나는 야권연대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 5일 ‘20대 총선 기조 및 캐치프레이즈 시연회’에서 “1월 중순에 야권연대의 방향과 원칙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정의당이 야권성향의 유권자에게 책임있는 정당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밝힌 바 있다.

   
▲ 정의당 로고
 

한 대변인은 야권연대가 가능한 이유로 “선거제도, 노동현안, 환경, 경제민주화 등의 현안에서 세부적으로는 아니더라도 큰 틀의 합의는 이룰 수 있다”며 “야권이 분화돼 있더라도 원칙 아래 공동보조를 맞추면 민생 파괴와 민주주의 퇴행을 함께 막을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이어 그는 “새누리당은 ‘야합이다’, ‘그러려면 합당하지 왜 따로 나오냐’ 등 레토릭을 쓸 것이지만 국민들에겐 가치 지향을 명확히 한 좋은 후보들이 새누리당과 일대일로 붙는 선거구도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의당은 2015년 전략과제로 진보재편을 공언했으나 현재 시민사회 일각의 정치세력화 움직임과는 긴밀히 연관되지 않은 상태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11월 ‘노동진보 선거연합정당’ 추진에 공감을 표했고 권영국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시민혁명당 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켜 지지자를 규합하고 있다. 같은 날 김원웅 전 열린우리당 의원은 민주통일정치포럼을 발족해 “유신독재 부활에 맞서는 강한 정치세력”을 내세운 바 있다.

한 대변인은 “원내 진입한 진보 정당으로서 민주노총 정치위원회나 녹색당, 노동당 등에 함께 하자 요청을 했었지만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고 계속 주도하지 못했다”며 “통합진보당 해산 후 진보진영 지지율이 바닥을 친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연대의 모습을 가져갈 지 다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가짜 진보’라고 정의당에 선을 긋는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의회를 통해 세상의 변화를 이끈다고 했으면서도 의회의 속성이나 국민들 시선을 염두에 안 두면 우리는 항상 소수로 전락해 우리의 옳음만 주장하게 될 뿐”이라며 “신념보다 책임있는 정치가 우선이기 때문에 진보정치의 혁신이 약속된다면 누구와도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라 말했다.

정의당은 지난해 1월 심 대표가 서해 백령도 해병대 부대를 방문하고 천안함 위령탑에 참배한 데 대해 ‘종북논란과 선긋는 안보행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와 관련해서도 한 대변인은 “정의당이 천안함에 간 것은 장병들을 위해 간 것이지 이 자체를 단순히 북한 편이냐, 정부 편이냐 묻는 것은 극단적인 사고”라며 “진보는 실상 안보에 대해 무능했다. 정의당은 편견에서 벗어나 ‘진짜 안보’를 얘기할 것”이라 말했다.

정의당은 지난 5일 미래정치육성과 정권교체연대를 전략 기조로 발표하며 총선 태세에 돌입했다. 정의당은 1월 중 청년정당 비전 발표회와 수도권지역 총선 후보 발대식 등을 열며 본격적총선 대비를 해 나갈 예정이다. 현재 정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혁 무산에 반발해 국회의사당 내 로텐더홀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조애라 정의당 정치똑바로특별위원회 총괄간사는 “농성은 선거법 논의가 마무리 될 때까지 할 예정”이라며 “현행도 불공정한 선거제도인데 새누리당은 비례대표를 더 줄이는 개악을 시도하고 있다. 포기할 수가 없는 싸움”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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