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사장 재임 당시 노조를 탄압했다고 비판 받는 배석규 전 YTN 사장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이 된다.

케이블협회는 6일 이사회를 열고 배석규 전 YTN사장을 케이블협회 신임 회장으로 선출했다. 배석규 회장 내정자는 오는 12일 케이블협회 총회에서 추인 받은 후 공식적으로 취임할 계획이다. 배 내정자는 KBS 기자 출신으로 YTN 뉴스총괄부장, 경제부장, 워싱턴지국장, 영상마케팅사업단장을 거쳐 2009년부터 6년 동안 YTN 사장 직무대행을 역임한 인사다. 

배석규 회장 내정자는 YTN 노사관계를 파탄내고 보도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는 사장 재임 당시 △단체협약에 규정된 보도국장 3배수 추천제 폐지 △간판 프로그램 ‘돌발영상’ 무력화 △조합원 징계 남발 △위법적 인사 △해직자 문제 1심 판결에 따르겠다는 노사합의 위반 등으로 구성원의 반발을 샀다. 2009년 작성된 국무총리실 YTN사찰문건에 따르면 “현 정부에 대한 충성심과 YTN의 개혁에 몸을 바칠 각오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 배석규 YTN사장. ⓒ이치열 기자
 

이 같은 YTN 사장 재임 당시의 행적이 YTN이 회원사로 소속된 케이블협회장으로서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배 내정자는 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아직 회장으로 추인되지 않았다. 협회장이 아니기 때문에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추인은 형식적인 절차라는 지적에 그는 “그래도 정식 회장은 아니다. 추후에 (회장이 되면)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케이블협회는 배석규 내정자가 “유료방송 산업의 오랜 경험이 있다”고 강조했지만 속내는 만족스럽지 못한 분위기다. 배 내정자는 일찌감치 케이블협회장 공모에 지원했지만 케이블협회는 이례적으로 공모기간을 연장해 다른 지원자를 추가로 받았다. 케이블협회가 이처럼 망설인 배경에는 ‘플랫폼’이 위기에 빠져 그 어느 때보다 ‘실세’가 급한 상황에서 전 정권 인물인 배 내정자는 부적합하다고 본 것으로 보인다.

유료방송 시장에서 IPTV에 밀리던 케이블업계는 최근 IPTV사업자인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게 되며 위기감이 커졌다. 다른 IPTV사업자들도 MSO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한 지상파를 상대로 재송신 수수료 법적 분쟁 중이며 VOD가격협상이 최종결렬되며 지상파 VOD서비스가 중단되기도 했다. 시장융합에 따라 제정될 통합방송법 논의 과정에서 케이블업계의 유리한 룰을 만드는 일도 시급하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케이블업계는 최대 위기상황에서 서비스 혁신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윤두현 전 청와대 수석에 이어 배석규 전 YTN 사장을 회장으로 선임하는 등 권력과 밀착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찬 사무처장은 “이 같은 행위는 케이블이 IPTV에 비해 스스로 강점으로 꼽는 공공성에도 전혀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케이블협회장 공모에는 배석규 전 YTN 대표 외에도 유재홍 채널A 상임고문, 최종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SO협의회장, 홍상표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남선현 JTBC 상임고문 등이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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