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다. 일본이 진실한 마음으로 사죄하고 당당하게 배상하는 것을 원한다. 아베 총리는 직접 기자들 앞에서 법적배상을 약속하고 진심에서 우러나는 사죄를 해야 한다.”

‘한일협상 폐지 촉구 토요시위의 시작은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90)할머니의 발언이었다. 김 할머니는 농성장에 담요를 반입 금지한 경찰들에게 “경찰들도 다 형제 자식이 있는 몸인데, 벌벌 떠는 얘들에게 담요를 덮어줄 생각을 하고, 소녀상 한번 두드려 줄 생각을 해 달라”며 “대학생 아이들도 몸 조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2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소녀비 앞에서 '이것은 해결이 아니다'한일협상 무효 토요시위에 참석한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2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비 소녀상 앞에서 열린 ‘이것은 해결이 아니다’한일협상 무효 토요시위에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을 비롯해 겨레하나, 청년하다, 청년독립군, 평화나비 네트워크 등 대학생단체와 시민 5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문화제에서는 소녀상의 이전을 반대하며 지난 30일부터 무기한 밤샘농성을 하고 있는 대학생들과 31일 일본대사관에서 기습시위를 벌이고 연행된 대학생 등 학생들의 발언이 주를 이뤘다.

소녀상 앞에서 나흘째 농성을 하고 있는 광운대학교 권순규씨는 “굴욕의 한일협정은 전쟁범죄에 대한 법정책임 인정하고 사과하고 배상하는 것이 아닌, 할머니들의 요구를 깡그리 무시하는 박근혜 정부와 아베 총리의 쇼”라며 “저번 민중총궐기 때 백남기 농민께서 쓰러지신 것을 보고, 내가 맨 앞에 서서 저 물대포를 맞고 툭툭 털고 일어놨어야 했다는 후회가 컸다, 이제는 말뿐이 아닌 몸으로 맨 앞에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31일 일본대사관에서 연행됐다 이틀의 구금 후 풀려난 대학생들 가운데 4명도 시위에 참석해 “계속해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31일에 연행되는 과정에서 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을 당한 이화여대 이예지 부총학생회장은 깁스를 한 팔을 시민에게 보이며 “연행과정의 경찰 폭력이 잔인했지만 끝까지 함께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연행된 서울과학기술대학교의 김혜빈씨는 “사실 유치장에서는 따듯하기도 하고 밥도 잘 나와서 편안했는데, 나와서 농성을 다시 하니 너무 춥고 유치장이 편하다고 생각한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청소년의 발언으로 시민들이 웃음짓기도 했다. 나수빈 이화여자고등학교 학생은 “이번 협정에서 정부는 중고나라에 물건 팔듯 우리 역사를 10억 엔에 판 것”이라며 “정부는 쓸데없는 소리로 할머니들을 추운 날 고생시키지 말고, 국정교과서에 이어 일본에 당한 역사까지 팔아먹지 말고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의 이선경 변호사는 이번 협상이 한국과 국민에 법적 구속력이 없는 협상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번 협상은 조약도 아니고, 신사협정도 아니고 그저 양국 대표의 의견 표명과 기자회견이었을 뿐”이라며 “민변은 이 협상이 무효인 것을 확인화하려는 작업을 하려고 하고 있고, 이러한 것들이 법률가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혀 박수를 받았다. 

   
▲ 2일 문화제에 참석한 배우 여효은씨가 '2015 시일야방성대곡'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 2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소녀비 앞에서 1시부터 진행된 위안부협상 무효 예술행동'에서 페인팅과 퍼포먼스 등을 진행했다. 사진=정민경 기자
 
   
▲ 2일 문화제에서 박인혜 소리꾼이 판소리를 공연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한편 이날 문화제에서는 발언과 함께 랩퍼 SV의 랩 공연, 배우 어효은의 ‘2015 시일야방성대곡’ 낭독, 박인혜 소리꾼의 판소리, ‘굴욕적인 한일협상을 온몸으로 거부하는 예술인들’의 고향의 봄 연주 합창 등 각종 공연이 이어졌다. 이날 1시부터 시작된 예술인행동에서 한복을 입고 연극 퍼포먼스를 펼친 작곡가 백 아무개 씨는 “굴욕적인 협상에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가진 것으로 이 협상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보여주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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