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을 겸영하는 신문들이 종편의 민원창구로 전락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 MMS(Multi-Mode Service, 지상파다채널서비스)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자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가 약속이라도 한 듯 28~29일 대동소이한 기사와 사설을 쏟아냈다. 이들 신문은 방통위가 지상파 편향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지만 정작 내용을 살펴보면 왜곡되고 과장된 면이 많다. 

이들 신문은 지상파에 유리한 정책에는 핏대를 세우면서도 정작 종편 특혜는 눈 감고 있다. 시청자와 방송산업의 독과점을 염려하지만 결국 종편이 손해를 보기 때문에 반발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 같은 자사이기주의 보도는 방통위가 지상파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반복돼왔다. 문제는 방통위가 저자세로 대응하면서 이들 신문의 압박이 매번 먹힌다는 사실이다.

‘사실무근’이라는데 쏟아지는 공세

MMS는 주파수 압축기술이 발달하면서 기존의 지상파 주파수 여유대역에 또 다른 채널을 추가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 EBS 주파수를 쪼개 EBS2가 출범한 게 대표적이다. 

최근 방통위가 방송 이해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EBS 본방송 도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지상파 MMS 확대’가 언급됐는데 27일 오후 매일경제가 기사화하면서 논란이 제기됐다. 매경은 ‘저소득층 무료방송 한다더니…지상파 영업수단 마련해준 방통위’기사에서 MMS 확대를 기정사실화한 뒤 “유료방송 시장이 황폐화될 것이라는 업계 반발을 무릅쓰고 ‘지상파만 바라보며’ 총대를 메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지상파 MMS 관련 조선일보와 매일경제의 28일 보도
 

기사가 나온 직후 방통위는 이례적으로 주말에 해명자료를 내고 ‘사실무근’이라며 “EBS외의 지상파방송사업자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MMS 도입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종편 겸영 신문들은 방통위의 해명을 들은 체 만 체 했다. 29일 조선일보는 “지상파 MMS가 실시되면 미디어 시장에서 지상파의 독과점과 광고 쏠림 현상이 한층 심화될 전망”이라며 “친지상파 정책을 또 추진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같은 날 TV조선에도 같은 내용의 보도가 나갔다. 29일에는 중앙과 동아가 가세했으며 앞서 기사를 내보낸 조선과 매경은 29일에는 사설에서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MMS는 지상파 특혜 아니다

이들 신문은 이구동성으로 MMS가 ‘지상파 특혜’라고 주장했다. 조선은 방통위가 지상파에 추가로 채널을 주는 일러스트까지 쓰며 ‘공짜채널’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MMS는 방통위가 지상파에 공짜채널을 주는 게 아니라 지상파가 자기 몫의 채널을 쪼개서 쓰는 것이다. 

지상파가 종편 등 유료방송과 달리 무료보편적서비스라는 점도 간과됐다. 지상파는 주파수라는 공공재를 통해 별도의 요금을 납부하지 않고 무료로 이용하는 서비스다. 따라서 특정 사업자의 유불리를 떠나 국민의 복리증진 차원에서 MMS는 필요한 정책이다. 애초에 ‘지상파 대 유료방송’ 대결구도가 무의미한 이유다.

물론 지상파가 무료보편적서비스로서 제 역할을 못 한다는 반론도 있다. 28일 TV조선은 “(지상파 방송을) 직접 받아봐야 하는 사업자(시청자)가 저소득층이라고 한다면 6%정도 밖에 안 된다”는 황근 선문대 교수의 말을 전했다. 대부분의 가구가 지상파를 직접 수신하지 않고 IPTV·케이블 등 유료방송을 통해 TV를 보는 게 현실이고, 이는 지상파가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지상파가 무료보편적 서비스로서 플팻폼이 붕괴됐다는 점은 MMS를 해선 안 될 이유가 아니라 오히려 MMS를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지상파 직접수신율이 4.2%에 불과했던 영국은 MMS를 도입해 지상파 채널을 40여개로 늘리면서 직접수신율을 40%대까지 끌어올린 사례도 있다.

방통위는 ‘지상파’보다 ‘종편’에 편향적

조선일보는 방통위를 ‘지상파방송 권익보호위원회’로, 매일경제는 ‘지상파 영업소’라고 지칭했다. 그만큼 방통위가 지상파 편향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는 주장이다. 이들 신문은 공통적으로 MMS외에 △광고총량제 △700MHz대역 주파수 지상파 배정 등을 지상파 편향정책으로 꼽았다. 그러나 꼼꼼히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표면적으로 보면 종편 겸영 신문의 주장대로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은 방통위가 지상파의 광고를 늘려준 것은 맞다. 공공재인 주파수를 쓰는 지상파가 상업성에 치중한다는 비판 역시 일리 있다. 그러나 지상파 편향정책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종편 등 유료방송은 기존에도 광고총량제를 실시하고 있다는 점을 이들 신문은 외면하고 있다. 이들 신문은 또 방통위가 지상파에 광고총량제를 도입하면서 종편 등 유료방송에 총량제 시간을 늘리는 등 추가적인 특혜를 줬다는 점도 언급하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700MHz주파수를 지상파 방송사에 사실상 공짜로 나눠 주기도 했다”고 보도했지만 해당 대역은 지상파가 독차지한 게 아니라 통신사와 지상파방송사가 나눠 가진 것이다. 통신용도 할당이 결정된 상태에서 계획을 엎고 지상파에도 할당하기로 한 점은 지상파 특혜로 볼 수 있지만 번지수가 틀렸다. 해당 대역의 지상파 배분을 요구한 이들은 방통위가 아닌 국회 여야 의원들이었다.

외려 방통위가 편애한 건 지상파가 아닌 종편이다. 올해 방통위는 종편의 방송통신발전기금 납부를 1년 더 유예했으며 징수율도 타 방송사업자보다 낮은 0.5%로 책정했다. 또 방통위는 MBN의 불법적 광고행태가 담긴 MBN 영업일지를 조사하면서 MBN에 고작 1000만 원을 부과하고 MBN의 광고대행사인 MBN미디어렙에 대해서만 과징금 2억4000만 원을 부과해 재승인을 위한 배려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외에도 △4개 종편채널 승인 △10번대 황금채널배정 △의무재송신△중간광고 허용 △1사1미디어렙 통한 광고영업 등 온갖 특혜로 다른 사업자들에게 광고손실을 가져다 준 당사자는 다름 아닌 종편이다. “(MMS가 확대되면) 지상파 독과점을 가속화해 미디어 시장질서가 훼손될 수 있다(중앙)” “케이블TV와 종합편성채널, 100여 개 중소방송채널은 물론, 인쇄매체 광고까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조선)”는 우려에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 종편 겸영 신문의 자사이기주의 보도.
 

방통위가 납작 엎드리는 게 문제

종편 겸영 신문의 자사이기주의 보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 광고총량제 도입, 주파수 할당 등 자사에 손해가 우려되는 사안마다 지상파를 비판하는 보도를 해왔다. 이 같은 보도가 반복되는 이유는 속칭 조지면 먹히기 때문이다. 추혜선 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장은 “이들 신문이 주요사안에 관한 입장을 쓰는 사설까지 동원하는 것도 문제지만 방통위가 종편의 압박보도에 영향을 받고 요구를 들어주기 때문에 벌어지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광고총량제 도입 국면에서 종편과 종편 겸영 신문의 비판 보도가 거세지자 방통위는 광고총량제 도입 일정을 연기하고 추가적인 의견수렴을 했다. 이 과정에서 종편 겸영 신문들은 지상파 ‘중간광고’를 도입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받아냈다. 이번에도 종편 겸영 신문들은 방통위가 2016년 사업을 발표하기 전에 MMS 추가도입을 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받아내는 수확을 얻었다. 추혜선 단장은 “근본적으로 방통위가 정책에 관한 확고한 철학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라며 “특히 MMS는 사업자 갈등으로 이해할 게 아니라 국민들의 시청복지를 위한 정책으로 보고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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