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에 삼성전자 LCD 사업부에 입사하여 천안·탕정사업장에서 7년 5개월 동안 화학물질을 다뤘던 이지혜(29)씨가 지난 27일 폐암으로 사망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LCD 사업장에서 발생한 폐암 피해자는 올해에만 여섯 명에 달한다. 지금까지 반올림에 제보된 반도체 피해 사망자 수는 이씨를 포함해 76명이 됐다. 

이씨는 2003년 12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삼성전자 LCD 사업부에 입사해 2011년 5월까지 7년 5개월 동안 근무했다. 이씨는 LCD 생산라인 내 ‘액정’ 공정을 주로 맡아 액정의 불량 여부를 확인하고 액정의 가장자리를 연마하는 업무 등을 했다. 퇴사한 다음해 2012년 말경 이씨는 폐에 이상을 느껴 병원에 다니다 2013년 2월 폐암 말기 진단을 받았고 숨지기 전까지 투병생활을 해왔다. 

반올림은 이씨의 근무환경에 대해 “어려서부터 7년 넘게 야간 교대근무를 수행했고, 업무 중 수시로 공업용 아세톤과 IPA(이소프로필알코올, 반도체 공정에서 세척제로 쓰이며 생식독성이 있는 것으로 분류되는 화학물질)를 취급하였다”며 “주변에서 설비 유지·보수를 할 때, 설비 변경을 위해 라인 내 설비를 해체할 때, 정전으로 인한 설비 셧다운이 일어날 때 등등의 상황에서 배출되는 각종 유해물질과 가스에 고스란히 노출되었다”고 밝혔다. 반올림은 “이씨가 상담 과정에서 근무 중 각종 유기용제 냄새와 뭔가 타는 듯한 정체불명의 냄새들을 계속 맡았다 주장했다”고 전했다. 

   
▲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 2013년 3월 서울 곳곳에서 전자산업 피해자 추모주간 행사를 하고 있다. 사진=반올림 제공
 

반올림은 이씨의 폐암에 대해 2013년 7월 산재신청을 했으나 산재불승인 처분이 내려졌다. 근로복지공단은 2015년 1월 “정확한 유해물질 노출정보가 없다” 등을 이유로 밝혔다. 반올림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현장조사가 이뤄질 무렵엔 고인이 근무했던 천안사업장 3~4라인이 철거돼 남아있지 않았고, 고인이 수동으로 했던 일은 모두 자동화됐다”고 말했다. 

반올림은 삼성에 대해 “삼성은 고인의 죽음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고 외부 독립기구가 참여하는 실효성있는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장했다. 

반올림은 지난 9월 삼성이 교섭 약속을 파기하고 자체 보상절차를 강행한 데 반발해 △진심어린 사과 △독단적 보상 철회 및 투명한 보상절차 마련 △독립기구 참여 보장된 예방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며 삼성본관 앞에서 83일째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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