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제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 총선 출마를 위한 사의표명 후에도 방송평가규칙 개정안을 밀어붙이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허원제 위원은 사임이후 의결권 행사가 선거법 위반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28일 전체회의에는 불참했다. 

김재홍 방통위 부위원장은 28일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허 위원은 총선 출마를 위한 사임 이후인 21일 상임위원 티타임과 23일 전체회의에 참석했다”면서 “21일에는 방송규칙 개정안을 다수의 의견인 본안대로 통과시키고 (야당 위원 2명을) 소수파로 지칭하며 소수의견을 단서로 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사임 이후에도 의사결정에 참여한 게 선거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재홍 상임위원은 “지위가 없는 분이 사임 후에도 중요한 정책 사안에 대한 지지발언을 한 것”이라며 “선거법 위반여부를 방통위가 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원제 위원의 이 같은 행보는 위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명시한 방통위설치법과 교원과 공무원 등 공직자가 선거에 출마할 때는 사직원이 접수된 때를 기준으로 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위반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허원제 위원은 논란을 의식한 듯 28일 전체회의에 불참했다. 

   
▲ 허원제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사진=이치열 기자.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은 28일 오전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4일 이후 허원제씨가 의결에 참여한 것은 모두 위법이다.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26일 허 위원의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방송평가규칙 개정안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하는 보도와 선거보도의 벌점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심의위가 정부여당 추천위원 다수로 구성돼 언론자유를 위축한다는 우려가 있으며 총선출마자가 본인과 연관이 있는 주요사안 의결에 참여하려는 게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선거법 위반 검토에 관해 최성준 위원장은 “방통위가 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는 건 부적절하다. 적절한 기관이 판단해야 한다”며 일축했다. 그는 “비공개 티타임 때 했던 본인의 발언을 다시 하는 건 문제 없지만, 다른 위원의 발언을 밝히는 건 부적절하다”면서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방송평가 규칙 개정안 논의는 보궐위원 선임되는 내년 2월 경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 관계자는 “위원장이 추후 논의를 보궐 위원 선임 이후로 하자고 요청해 야당 위원들이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원제 위원이 SBS출신인 만큼 후임으로는 지상파방송사 출신이 내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분명하지 않다. 방통위 관계자는 “허 위원의 사표가 아직 수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내년 국회가 열리고 나서야 후보들이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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