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을 두동강 낸 결정적 증거로 제시된 이른바 ‘1번 어뢰’의 1번 글씨가 거의 사라진 상태가 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폭발로 인한 높은 화염과 두달간의 바닷물 속에서도 견딘 ‘1번’ 글씨가 5년 여 만에 사라졌다는 것을 납득하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한 지난 3월 현장 취재한 뉴스타파 취재진은 당시 1번 글씨가 사라지거나 지워졌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해 최근 직접적인 보관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28일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재판장 이흥권 부장판사)의 어뢰추진체 증거조사 및 천안함 선체 현장검증 조서(지난 10월 실시)를 보면, 재판부가 촬영한 어뢰 추진후부의 1번 글씨가 이미 희미해져 있는 것으로 나와있다. 피고인인 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의 변호인이 촬영한 사진에도 1번 글씨가 희미해져 있었다.

이미현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은 2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어뢰 외부의 페인트가 타버릴 정도였다면 그 안의 유성잉크로 된 1번 글씨도 타야 하는데도 살아남았다”며 “더구나 두달 넘게 바닷 속에 있었으며, 철이 부식되는 동안에도 살아남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3일 보도한 YTN 뉴스 영상 갈무리.
 

이 팀장은 “애초 1번이 살아남을 수 없는 조건이었음에도 살아남았다고 했으나 이제와서 사라져서 안보인다는 것은 더 신뢰하기 어렵게 했다”며 “합리적인 주장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1번글씨가 사라졌다는 것이야말로 1번 글씨의 의혹을 상기시킬 뿐 아니라 의혹 자체가 유효함을 역설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앞서 YTN이 첫 보도한 지난 23일 오후 논평을 내어 1번 글씨가 사라졌다는 것과 관련해 납득할 수 없다며 전면 재조사를 촉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시간이 지나 저절로 퇴색된 것이라 막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재화 국방부 조사본부 과학수사연구소 감정지도평가과장은 2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신상철씨 재판과 관련해 손을 댈 수가 없으니 약품처리나 보존처리 조치할 수 없었다”며 “하지만 5~6년이 다 돼가 잉크로된 글씨가 퇴색되는 것은 우리가 설명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과장은 “문서에 쓰이는 잉크 관련 전문가들한테 물어봐도 ‘퇴색을 막을 수가 없다, 자연적으로 시간이 지나면 퇴색된다’고 한다”며 “언제부터 지워졌는지 알 수는 없다. 6년이라는 세월이 흐르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지난 10월 천안함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가 촬영한 어뢰추진체의 1번글씨. 사진=현장검증조서
 

이 과장은 “유성매직이라는 부분이 휘발성이 있는 것”이라며 “전문가들이 수년 정도 지나면 발화, 퇴색돼 인식할 수 없게 된다고 하는데, 과학적 해석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뉴스타파 취재진이 지난 3월 국방부 조사본부에 현장취재했을 때 보여준 어뢰추진체의 1번글씨는 이 정도로 사라졌다고 보기 힘들다는 주장을 펴 의문을 사고 있다. 최승호 뉴스타파 PD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지난 3월에 가서 봤을 때는 1번글씨가 지워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지 못했다”며 “다만 과거보다는 뭔가 녹도 많이 슬긴 했다”고 말했다.

함께 취재한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는 “당시 촬영은 못했지만, 내 기억으로는 1번글씨가 지워지지 않았다”며 “유리상자와 같은 곳에 넣어둔 1번어뢰의 1번 글씨는 그 때는 안지워졌다. (분명히) 식별이 가능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손을 댄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김준락 국방부 대변인실 총괄장교(중령)는 2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인위적으로 지운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천안함 재판부와 동행한피고인측 변호인(이강훈 변호사)이 촬영한 어뢰추진체 1번글씨. 사진=이강훈 변호사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