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지하철 환승구간 중 환승시간이 가장 오래 걸리는 곳이 홍대입구역이란 보도가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기사 댓글을 보면 홍대입구역이 1위라는 보도에 선뜻 동의하지 않는 지하철 이용객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우선 언론보도의 근거가 된 서울시 자료를 보겠습니다. 홍대입구역 2호선과 공항철도 간 환승거리는 355m로 서울지하철 1~8호선 전체 환승역 100개 중 가장 길다고 나옵니다. 자료를 보면 성인 걸음으로 홍대입구역 2호선→공항철도 환승구간을 이동하는데 4분56초가 걸린다고 합니다. 

거리만으론 시간을 구할 수 없습니다. 시간을 구하려면 거리와 속도를 알아야 합니다. 자료에선 성인의 평균 보폭을 1초당 1.2m로 추정합니다. 여기서 현실과 연구결과의 괴리가 발생합니다. 자료에근거하면 성인은 1초당 1.2m로 일정하게 걸어야 하지만 지하철역에선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1초당 1m 이하의 속도로 걸어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환승구간에서의 ‘정체’ 때문입니다.

신도림역이나 고속터미널역처럼 승객이 많이 몰리는 지하철역에선 출·퇴근시간에 평균 보폭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넘치는 인파 때문이죠. 환승구간에선 앞사람을 밀고 뒷사람에 치이며 한 걸음을 겨우 떼기 일쑤입니다. 구조적으로 정체가 반복되는 지하철역에선 1초당 1.2m로 걷는다는 전제가 성립할 수 없습니다.

제가 출근길 애용하는 대림역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대림역은 얼마 전 에스컬레이터 공사로 7호선→2호선 방향 에스컬레이터 2대가 운행을 중단했습니다. 아예 환승통로 자체를 막아버려서 걸어서 지나갈 수도 없습니다. 이 때문에 2호선→7호선 방향 에스컬레이터 2대가 과거 4대 몫의 인원을 수용하게 됐습니다. 이번 공사는 2016년 6월30일까지 이어집니다. 

   
▲ 기자가 아이폰 스톱워치로 측정해본 대림역 환승시간.
 

출퇴근 시간 대림역에서 환승을 하려면 꼼짝없이 ‘개미지옥’을 맛봐야 합니다. 그 광경이 하도 충격적이어서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는 분들도 꽤 많습니다. 환승시간은 어떨까요. 12월14일 오후6시56분 경 측정한 2호선→7호선 환승시간은 7분41초로 홍대입구역 평균 환승시간 4분56초보다 길었습니다. 12월15일 오전9시37분 경 측정한 7호선→2호선 환승시간도 7분20초로 길었습니다. 12월15일 오후9시46분 경 측정한 2호선→7호선 환승시간은 5분31초였습니다. 

12월 22일 오전11시25분 경 측정한 7호선→2호선 측정시간은 5분55초, 같은 날 오후8시19분 경 측정한 2호선→7호선 환승시간은 7분21초로 나타났습니다. 다음날인 23일에는 늦은 밤 11시29분 경 측정해봤는데 2호선→7호선 환승시간이 5분58초로 역시 홍대입구역보다 길게 나왔습니다. 아마 대림역 이용객들은 홍대입구역이 환승시간 1위라는 보도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대림역과 같은 케이스는 신도림역에서도 일어날법한 일입니다. 대림역보다 환승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역도 있을 수 있습니다. 분명한 건 홍대입구역이 환승거리는 가장 길지만 환승시간이 가장 긴 곳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이건 교통정체를 고려하지 않고 평균속도를 일괄 측정해 평균시간을 낸 결과 발생하는 통계의 오류인 셈입니다. 별 것 아닌 통계처럼 보이지만 언론이 이런 부분에 민감하지 않다면 다른 중요한 통계에서도 현실과 괴리된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보도하기 쉽습니다.

마지막으로 매일매일 대림역을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의 건승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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