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을 두동강 냈다는 이른바 1번어뢰의 유성매직 1번글씨가 거의 지워진 것을 촬영 보도한 YTN 뉴스와 관련해 어떻게 촬영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번어뢰에 대해 국방부는 최근까지 일반인 뿐 아니라 언론에도 사진과 영상 촬영을 불허해왔다. 

천안함을 공격한 어뢰추진체의 1번글씨가 지워졌다는 단독보도(지난 23일)를 내보낸 YTN의 뉴스를 보면 국방부 조사본부의 천안함 기념관에 있는 유리관 속 1번어뢰를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촬영했다. 1번 글씨가 써있는 어뢰 추진후부 디스크쪽을 촬영할 때는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촬영한 모습이 나타난다. YTN 뉴스영상 상에서 1번 글씨는 완전히 지워지지는 않았지만 하늘색 윤곽선이 거의 희미해져있다.

이 같은 촬영은 YTN 카메라기자가 아닌 취재기자(국방부 출입기자)가 했다고 YTN 카메라기자와 국방부 측은 밝혔다.

김준락 국방부 대변인실 총괄장교(중령)는 2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어떻게 촬영했는지에 대해 “(YTN) 출입기자인데, 다른 아이템 취재차 갔다가 보고서 (임의로) 찍은 것으로, 우리가 취재지원을 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뉴스 뒷부분 촬영기자 이름이 나온 이상엽 YTN 카메라기자는 2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내가 촬영한 것이 아니라) 출입기자가 촬영한 것으로, 휴대폰으로 촬영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지난 23일 방송된 YTN 뉴스.
 

이에 대해 리포트를 한 권민석 YTN 기자는 이날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취재를 하게 된 배경과 촬영 경위, 국방부의 제지 여부 등 여러 질의에 대해 답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국방부가 1번어뢰의 공개에 대해 그동안 촬영거부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는데 있다. 앞서 뉴스타파 취재팀은 지난 3월17일 국방부 조사본부를 방문해 어뢰추진체를 촬영하고자 했으나 촬영은 안된다고 해 취재기자만 들어가 보고 나왔을 뿐 촬영기자는 들어가지 못했으며, 이메일 등을 통해 촬영요청을 했으나 국방부는 이를 거부했다고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전했다.

황성훈 국방부 정책기획과장(대령)도 지난 4월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어뢰추진체 취재여부에 대해 “재판중이며 증거로 사용되기 때문에 촬영에 제한된다는 것이 국방부 조사본부와 법무실 등이 함께 논의해서 나온 결론”이라며 “어뢰추진체가 (법원에서) 증거로 채택되면 군이 이 증거물을 어떻게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재화 국방부 조사본부 과학수사연구소 감정지도평가과장도 같은 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어뢰추진체 취재여부에 대해 “어뢰추진체의 경우 재판이 진행중이라 증거물 훼손이나 변형을 해선 안된다고 해서 재판이 끝날 때까지 촬영은 안된다”며 “국방부 조사본부에 전시는 했으나 사진촬영을 해간 사람들이 포토샵을 통해 변형한 뒤 편집, 보도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과장은 “올해 8~9월 쯤으로 예상되는 1심 재판의 종결이 이뤄지면,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시 미디어오늘도 촬영 협조를 요청했으나 불가하다는 구두 답변을 받았다.

이 때문에 이번 YTN 기자의 촬영이 형평성에 맞지 않으며, 이제라도 다른 언론에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3일 방송된 YTN 뉴스 영상 갈무리.
 

당시 함께 촬영했던 최승호 뉴스타파 PD는 2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YTN이 어떤 경위로 촬영했든 간에 문제는 당시 우리보고 찍지 못하게 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 PD는 “1번어뢰가 많은 의혹을 안고 있기 때문에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인 만큼, 1번 어뢰에 대한 정밀조사를 하고, 결론을 내려야 한다”며 “부식전문학자가 정밀한 분석과 점검을 하면 의혹을 제거해나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는데, 정부가 하지 않으니 여러 논란을 부르고 의혹을 증폭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3월 취재할 때 부식관련 측정자료가 있는데도 제공을 거부하고, 사진찍고 촬영하는 것도 거부하는 등 불투명한 태도가 자꾸 문제를 만들었던 것”이라며 “그럴수록 천안함 사건이 더 잊혀지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도 이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당시 국방부가 촬영협조 안한 이유는 재판이 안끝났다는 이유인데, 여전히 재판은 끝나지 않았는데 특정언론만 촬영한 것은 말이 안된다”며 “천안함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없는지, 천안함 문제를 어떻게 해서든 끝내고 언급하고 싶어하지 않아하고, 재조사 가능성을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것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준락 국방부 장교는 미디어오늘을 포함한 국방부에 출입기자로 등록돼 있지 않은 매체에게도 1번어뢰 촬영을 공개할 것이냐는 질의에 “이미 출입기자가 등록돼 있는 매체 가운데 희망하는 매체는 어제(지난 23일) 취재지원을 해줬다”며 “추가적으로 (다른매체에 허용할지에 대해)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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