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신문‧통신사 부문의 기사들 중 한해를 빛낸 ‘의미’있는 기사를 꼽았습니다. 기사부문과 단체부문으로 총 10개 부문입니다. 

[기사 부문]

   
 
 

- 올해의 헬조선人 상
수상작: 조선일보 '달관 세대'가 사는 법 "月100만원 벌어도 괜찮아"… 덜 쓰고 잘 논다

일본의 ‘사토리세대’를 현지화한 ‘달관세대’는 취업난과 저임금에도 달관하여 잘 먹고 잘살아야한다는 청년의 의무를 제시했다. 특히 조선일보 수상작 기사(2월24일자)는 100만원 벌어 월세 25만원, 저축 20만원을 하며 영화관은 못 가지만 IPTV와 인터넷 다운로드로 문화생활을 즐기며 생활비 55만원으로도 “풍족하게 산다”는 청년을 소개했다. 월세 25만원짜리 집이 대체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고, 보증금과 TV, 노트북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걸까?

한 청년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 기사를 일컬어 “아름다운 단편영화 한편 본 기분”이라고 평가했다. 헬조선을 지키기 위해 주변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청년들만 찾아낸 노력이 가상하다. 이 영화, 아니 이 기사에 상을 수여하는 이유다.

   
 
 

- 올해의 살려야한다 상
수상작: YTN, 한국일보 ''35번 의사 뇌사·사망'' 공동수상

살려야한다 부문에서는 두 편의 수상작이 나왔다. 한국일보 ‘메르스 감염 삼성서울병원 의사 뇌사’와 YTN ‘메르스 감염 삼성병원 의사 사망’(6월11일자)이 그 대상작이다. 이 두 보도는 메르스 확진을 받은 35번째 환자인 서울삼성병원 의사가 위독한 상황에 빠졌다가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이 환자가 사망은커녕 생명이 위독한 상황도 아니라고 밝혔다. 산 사람을 죽은 사람으로 만드는 이런 보도는 죽여야 한다. (관련기사: “'35번 의사 뇌사·사망', 한국일보·YTN 모두 오보”)

   
 
 

- 올해의 빨간펜선생님 상
수상: 조선일보 “‘돌아온 것은 공허함만 남았다’ 대통령의 국어 실력”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꼼꼼한 첨삭이 빛났던 조선일보의 “‘돌아온 것은 공허함만 남았다’ 대통령의 국어 실력”(6월26일자)에 ‘빨간펜선생님’상이 수여됐다. 대통령 문장을 조롱하는 이들이 ‘박근혜 번역기’ ‘박근혜 문학상’ 등의 ‘놀이’를 한다는 것에 아이들 유희로 내버려둘 일이라며 한계를 지으면서도 대통령이 언어 사용에서 품격을 지켜야 한다며 발언 하나하나의 비문을 지적하는 첨삭능력을 발휘했던 기사였다. 또한 대통령의 감정이 격앙될 때마다 비문과 어색한 문장이 나온다며 대통령의 심리까지 분석했던 섬세한 기사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 올해의 빠른귀가유발 상
수상작: 한겨레 “지존파 납치 생존자의 증언”

빠른귀가유발 부문에는 한겨레의 ‘지존파 납치 생존자의 증언’ 6편(9월11일부터)이 선정됐다. 1994년 9월8일 새벽 지존파로부터 납치당해 8일간 붙잡혀있다 탈출한 생존자 이정수씨(가명)의 증언을 기사화한 것이다. 해당 사건에서의 성폭행과 시신훼손 등 자극적 부분에 초점을 두고 기사를 풀 수도 있었으나 해당 기사에서는 선정성보다는 심리묘사에 치중해 호평이 내려졌다. 또한 이정수씨의 탈출을 묘사한 4편은 지하철에서 기사를 읽던 미디어오늘의 한 기자가 내리는 역을 두 역이나 지나칠 정도로 흡입력 있었다는 평이다. 모두를 경악하게 만든 사건을 현실감 있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읽는 이의 공포를 유발하며 빠른 귀가를 원하는 마음을 만든데 큰 기여를 해 이 상을 수여한다.

   
 
 

- 올해의 안티에이징 상
수상: 조선일보 “늙는다는 건 벌이 아니다”

어른 세대를 죄인 취급한다고 분노하며 젊은 세대에 “징징대지 마라”며 일침을 놓은 조선일보의 “늙는다는 건 벌이 아니다” 기사(9월22일자)가 올해의 안티에이징 상에 선정됐다. 지금 노동시장의 왜곡은 기성세대들의 잘못이 아니며 젊은 세대들에게 실력이 안 되면 벽돌도 나르고 리어카도 끌었던 과거 추억을 설명하며 젊은 세대의 ‘노오오오력’ 의지를 더욱 북돋아줬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많은 이들이 이렇게 나이 먹는 것을 극렬히 거부하게 만든 공로가 특별해 이 상을 수여한다.  

   
 
 

- 올해의 기승전北 상 
수상작: 문화일보 "北, 친북단체에 '국정화 반대 총궐기투쟁' 지령문"

기승전북한상에 선정된 문화일보 "北, 친북단체에 '국정화 반대 총궐기투쟁' 지령문"(10월28일자)은 사회 이슈마다 북한의 탓으로 돌리는 ‘기승전북한’기법을 역사교과서 반대 이슈까지 활용했다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꼽혔다. 또한 이 기사는 ‘정통한 대북소식통’이 지령문을 받았다고 하면서도 출처와 관련한 정보는 명확히 밝히지 않아 특히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는 점이 수상 이유로 거론됐다. 

간발의 차로 조선일보의 “국정원 "北, 지뢰포격 사건 청와대 날조로 여론 만들어라"(10월20일자)는 수상작에 오르지 못했다. 이 기사 역시 유력한 후보로 올랐으나 북한지령문이 국정원 비공개 국정감사 중 국회의원발 자료에 근거했다는 점에서 문화일보에 수상작 자리를 내줬다. 이런 보도는 누구의 지령이었을까?

   
 
 

- 올해의 맛집발굴 상 
수상작: 조선일보 “간장 두 종지

조선일보 “간장 두 종지”(11월28일자)칼럼은 여러 수상 부문 후보에 거론될 만큼 화제였다. 이 칼럼은 특히 조선일보 사옥 앞 중국집을 한순간에 맛집으로 등극시켰다는 점에서 맛집 발굴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칼럼이 나간 후 해당 식당에서 탕수육을 맛보고 식당에서 1인1종지를 줬다며 ‘성지순례’ 인증을 했다는 사진이 SNS에 연이어 올라오기도 했다는 점도 수상 이유로 꼽혔다. ‘네이티브 에드’, 조선일보 칼럼만큼만 하면 성공한다.

   
 
 

- 올해의 음란마귀 상
수상작: 아주경제 “혜리, 류준열과 한 이불 덮고 누워

음란마귀 부문에서 아주경제 “응답하라 1988 11회 예고: 혜리, 류준열과 한 이불 덮고 누워”(12월6일자)가 선정됐다. 이 기사는 "과연 덕선과 정환은 서로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성관계까지 맺게 되는 걸까?"로 끝난다. 과연 기자는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고 기사를 쓰는 걸까? 현재 이 기사는 문제의 부분을 ‘서로의 사랑을 받아들일지’라는 표현으로 수정돼 수상작으로 부적합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이불 덮고 누운 장면에서 '성관계'를 연상하는 상상력과, 이를 가감없이 기사로 노출하는 자신감으로 인해 독보적 추천을 받아 ‘음란마귀’ 기사로 선정됐다. 

   
 
 

- 올해의 넌씨눈(넌 XX 눈치도없냐) 상 
수상작: 뉴데일리, “강두리 교통사고로 사망, 과거 ‘새빨간 비키니’입고…워터 파크 광고 재조명”

뉴데일리는 지난 15일 사망한 故강두리씨의 사망 소식을 알리는 기사에 붉은색 비키니 사진을 포함하는 패기를 보였다. 사망한 여성 배우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자 어뷰징을 한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다음날 이 기사는 삭제됐다. 고인의 명예도 사회적 비난도 안중에 없이 어뷰징이라는 본능에만 충실한, 때와 장소를 살피는 눈치가 아쉬운 기사라는 점에서 의견이 일치했다. (관련기사: 고인에 비키니 사진 도배 “이게 기자냐”)

[단체부문]

   
 
 

- 올해의 푸시좀그만보내 상
수상: 연합뉴스

푸시좀그만보내 부문의 수상작에는 기사가 아닌 언론사 연합뉴스에 돌아갔다. 연합뉴스는 박근혜 대통령의 심경을 1분1초 단위로 국민들에게 전하면서 국민의 알권리를 지나치게 충족시켰다는 평이다. “국민 위해 진실한 사람들만 선택받도록 해야” “법안처리 지연, 국민 삶과 경제를 볼모잡는 것” “법안 통과 사정하는 것도 메아리 같아 통탄” 등 박 대통령의 한마디를 할 때마다 푸쉬가 한 번씩 울렸다. 새벽부터 울리는 푸쉬로 인해 기상알람 대용으로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 올해의 베츙이 상
수상: SBS

단체에게 수여하는 베츙이 부문은 지상파방송의 경합이 뜨거웠다. ‘베츙이’는 극우사이트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를 대표하는 캐릭터다. SBS는 일베 회원들이 교묘하게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일베 로고를 합성한 영화 ‘암살’포스터, 헌법재판소 로고 등을 쓴 것만 7번에 달한다는 점에서 올해의 베츙이 상에 꼽혔다. 지난 21일 SBS의 계열사인 CNBC도 미국인에게 인기를 얻은 캐릭터를 소개하는 기사를 내보내는 과정에서 ‘베츙이’가 어깨에 올려진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캐릭터인 엘사의 모습이 방송되기도 했다. (관련기사: SBS 또 '일베' 노무현 이미지, 벌써 7번째)

MBC 역시 올해 방송화면에서 일베 회원이 만든 전남대학교 로고를 사용했고, KBS 역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희화화하기 위해 만든 이미지를 사용한 점에서 뜨거운 경합을 벌였다. 하지만 SBS는 끊임없는 지적에도 7번째 일베 이미지를 사용했고 계열사에서도 일베 이미지를 사용하는 뚝심을 보였다는 점에서 수상에는 이견이 없었다. 한 일베 회원은 “2016년에도 많은 일베 이용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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