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출마를 위해 사의를 표명한 허원제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전히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허원제 위원은 본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총선 선거보도에 관한 안건표결에 참여할 계획으로 알려져 언론단체들이 반발했다.

허원제 위원은 지난 21일 입장문을 내고 총선출마를 선언했다. 문제는 사의표명 이후에도 허원제 위원이 방송통신분야 주요현안 의결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다음주 의결이 예정된 ‘방송평가 규칙 개정안’에 허원제 위원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정안에는 선거방송심의의 관한 특별규정을 위반한 방송사에 재승인 심사 때 반영하는 감정을 2배로 늘리는 내용이 있는데 출마예정자가 직접 선거방송심의 정책을 만든다는 점에서 문제라는 것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아직 사표가 수리되지 않아 허 위원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건 법적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허원제 위원은 인사혁신처에 사표를 제출했으나 청와대가 수리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법적문제를 떠나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할 때 허원제 위원의 행보는 문제”라며 “사의를 밝힌 이상 당연히 중요한 안건 의결에서는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해당 안건은 언론의 보도에 대한 평가제도를 개선하는 것으로 자신에게 적용될 수도 있는 내용을 의결하는 건 도덕적이지 못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 허원제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사진=이치열 기자.
 

방통위가 이 같은 ‘무리수’를 두는 배경에는 허원제 위원이 회의에 불참하면 여야 위원비율이 2:2가 돼 정부여당의 뜻대로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새롭게 보궐위원을 임명하려면 국회의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그동안 공백이 길다. 다음주 의결 예정인 방송평가 규칙 개정안은 방송통신 심의제재의 감점비율을 늘리고, 법원의 정정보도와 명예훼손 판결에도 벌점을 신설하는 등 언론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왔고, 야당위원들이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허원제 위원이 없으면 정부여당의 뜻대로 밀어붙이기 힘들게 되는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23일 오후 성명을 내고 허원제 위원의 행보가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상임위원의 정치활동 관여 금지조항에 위배된다고 지적하며 “현재 방송통신위원회가 스스로 본래의 설립 의도를 훼손하고 편향된 조직으로 운영됨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부산일보가 지난 7월 “허원제 전 의원 등이 내년 총선 출마를 선언하고 새누리당 공천 경쟁에 가세했다”고 보도하며 허원제 위원의 출마설이 불거진 바 있다. 당시 언론노조는 허원제 위원의 활동이 방통위원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실정법을 위반했다며 “출마 의사가 없다면 불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해 불필요한 보도가 나오거나 오해가 없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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