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을 두동강 냈다는 결정적 증거로 제시된 이른바 ‘1번어뢰’에 대해 ‘1번’ 글씨가 거의 지워지고 심하게 녹이 슬었다는 부실 관리를 문제삼는 YTN 보도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를 두고 1번어뢰 보존처리를 명분으로 결정적 증거물에 되레 손을 대라는 것 아니냐는 반박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YTN은 23일 새벽 5시에 송고된 ‘[단독] 천안함 어뢰 추진체 훼손...핵심 물증 1번 지워져’ 리포트에서 “YTN 취재 결과, 이 어뢰 추진체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부식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핵심 물증이라던 '1번' 글자도 거의 지워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YTN은 5년여가 흐른 지금, 국방부 조사본부에 있는 천안함 기념관의 유리관에 진열된 어뢰 추진체를 보여주면서 “심하게 녹이 슬어 있다”며 “프로펠러와 추진모터, 조종장치 모두 공기 접촉으로 인한 부식으로 시뻘겋게 변했다”고 묘사했다. YTN은 “군데군데 녹가루가 흩어져 있고, 추진체에 붙어있던 알루미늄 산화물도 떨어져 나가고 있다”며 “특히 천안함 피격의 상징이었던 추진부 안쪽 '1번'이란 글자가 산화로 거의 지워져 버렸다”고 보도했다. 

YTN은 “부식을 막으려면 녹을 제거하고 약품을 바른 뒤 질소를 채워 진공 상태로 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1번어뢰 상태. 23일 오전 YTN이 보도한 영상 갈무리.
 

YTN은 “국방부는 천안함 명예훼손 재판에서 변호인과 검찰이 증거물 훼손 우려를 제기하며 특수 처리에 반대해 손을 댈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며 “검찰은 그러나 국방부에 증거 보전을 공식 요청한 적이 없고, 지난 10월 현장 검증도 끝난 만큼 관리 책임은 국방부 소관이라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YTN은 “북한은 5년여가 흐른 지금도 천안함 피격을 부정하고 있는데, 이를 반박할 중요한 역사적 사료인 어뢰 추진체는 속절없이 훼손돼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국방부는 이날 오전 입장을 내어 “현재, 어뢰추진체는 국방부 조사본부 천안함 유리전시관에 보존되어 있으며 1번 글자가 퇴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어뢰추진체는 재판의 증거물로써 증거물특수처리(산화·글자퇴색방지)시 증거물 변형, 훼손, 조작 등 논란을 야기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어뢰추진체 증거물 보존과 관련해 서울중앙지방법원 공판에서 서울중앙지검 담당검사 및 변호인측의 증거물 훼손방지요구가 있었다”며 “향후, 서울중앙지검 담당검사와 증거물 특수처리(산화·글자퇴색방지)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오는 2016년 1월25일 천안함 명예훼손 1심재판 선고를 앞두고 있는 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서프라이즈 대표)과 변호인들은 어뢰추진체 보존을 명분삼아 녹과 흡착물질 등을 모두 제거해 핵심 증거를 훼손하려는 것 아니냐며 증거물에 손을 대선 안 된다고 반발했다.

   
최근 1번어뢰 상태. 23일 오전 YTN이 보도한 영상 갈무리.
 

신상철 대표는 2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보존처리를 명분으로 증거를 인멸하려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며 “백색물질이 붙어있는 분포 등 법정 증언과 증거조사에서 많은 의문점이 지적됐으며, 이 물질이 부식물질인지 여부를 밝히는 것이 향후 중대한 검증의 하나인데도, 1심 재판 선고를 앞두고 부식방지를 위해 손을 대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오히려 핵심증거를 훼손 또는 인멸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신 대표는 지난 10월 1번어뢰 추진체의 증거조사 때 흡착물질이 페인트층 하부에 위치했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차원의 정밀 감정이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재판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감정까지 할 것은 아니라며 수용하지 않았었다.

신 대표는 “만의 하나 약품처리하고 손을 댈 경우 흡착물질 자체를 없앨 우려가 있다”며 “손을 대려고 하면 증거인멸죄로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검찰과 상의하겠다는 것이지 손댄다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김준락 국방부 대변인실 총괄장교(중령)는 23일 낮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1번 글씨가 거의사라졌다는 언론보도 내용은) 사실”이라며 “재판을 위한 증거보전 차원에서 안 건드렸고, 해상에서 건진 것이라 부식이 심하다고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교는 “아주 중요한 증거자료이기 때문에 손을 못댔다고 검찰도 언급했는데, 증거조사도 마쳤기 때문에 어떻게 할지 검찰과 협의해서 결정할 것”이라며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신상철 대표의 재판부가 증거조사 때 촬영한 1번어뢰. 사진=신상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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