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뉴스의 생사여탈권을 쥔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계획과 달리 연내에 심사를 하지 못하게 됐다. 평가위는 ‘벌점제를 통한 단계별 제재’에는 합의했지만 세부적인 평가방식에서 위원들이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뷰징은 건수가 아닌 비율로 평가하는 방안이 유력한데 이는 전체 기사량이 많은 대형언론에 유리한 방식으로 군소언론이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평가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평가위는 지난 18일 뉴스제휴심사에 관한 최종 전체회의를 열고 네이버와 카카오의 입점과 퇴출기준을 확정할 계획이었으나 퇴출기준에 대해서는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아 논의를 1월로 미루게 됐다. 평가위 관계자는 “이날 회의는 입점소위원회와 퇴출소위원회에서 마련한 안을 갖고 모든 위원들이 함께 조문검토를 했는데 퇴출의 경우 평가방식의 기초적인 방식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있었지만 구체적인 방법, 부정행위 기준 등에서 이견이 있었고 회의시간이 촉박해 조율을 끝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평가위는 부정행위에 벌점을 부과하고 단계별 제재를 하는 방안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를 봤다. 예를 들어 특정 언론사가 어뷰징 등 부정행위를 반복적으로 한다면 벌점을 부과받는다. 이 벌점이 특정 한도를 넘게 되면 ‘경고’를 받고, 또 다시 반복되면 1개월 제휴중지를 하는 등의 제재를 두 차례에 걸쳐 받게 된다. 이후에도 부정행위가 반복되면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동시에 퇴출된다.

   
▲ 9월2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설립 규명 설명회’가 열렸다. 사진=이치열 기자
 

지난 18일 전체회의에서 ‘악의적인 기사’를 제휴심사 대상에 포함시킬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다른 평가위 관계자에 따르면 입점소위원회 소속의 한 교수가 “기업이나 특정인에게 악의적인 기사도 벌점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평가위 관계자는 “이 외에도 명예훼손 기사와 지나친 광고ㆍ홍보성 기사가 부정행위로 정해졌는데, 보도내용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자의적인 평가가 이뤄질 우려가 있어 구체적인 평가방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어뷰징 심사는 어뷰징 건수가 아닌 어뷰징 비율에 대한 심사가 유력해 군소언론이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신문업계에서 “어뷰징 건수대로 평가하는 건 가혹하다”고 주장했고 평가위가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어뷰징을 비율로 평가하면 전체 기사량이 많은 대형언론에 일방적으로 유리할 뿐 아니라 대형언론의 어뷰징이 근절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앞서 조중동이 주축인 신문협회의 위원은 포털의 입점과 퇴출 권한 뿐 아니라 포털의 뉴스배치까지 평가위가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퇴출소위가 초안으로 만든 부정행위는 △80% 이상 같은 내용의 기사를 중복전송(어뷰징) △추천검색어를 나열하는 등 검색어를 남용 △엎어치기(동일 URL기사 전면수정) △계약언론사가 미계약 언론사의 기사를 대신 전송 △저작권 침해 △특정 업체의 연락처를 기사에 기재하는 등 지나친 광고ㆍ홍보성 기사 전송 △선정적인 기사 전송 △명예훼손성 기사 전송 등으로 알려졌다.

   
▲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설립 발표 직후 청와대 개입설이 불거진 바 있다. 포털 진입장벽을 높이기 위한 대형보수언론의 이해관계와 비판적인 보도를 줄이기 위한 청와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러스트=권범철 만평작가.
 

반면 입점기준논의는 사실상 마무리 단계다. 평가위 관계자는 “입점은 별다른 이견없이 마무리되는 분위기”라며 “실제 언론사 2곳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도 거쳤다”고 말했다. 검색제휴 기준 입점기준은 △매체 등록 이후 1년이 지난 매체 △전체기사 생산량과 자체기사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는 매체 등이며 하나의 법인이 여러 매체를 등록하는 것도 가능하다. 단, 콘텐츠 제휴의 경우 1법인 1매체 등록원칙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위 관련 언론보도가 이어지면서 평가위 내부에서 입단속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평가위는 위원들에게 임기를 마친 후까지 회의내용과 소위구성 등에 관해 비밀을 엄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회의내용을 외부에 공개하면 위원직이 박탈되기도 한다. 평가위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평가위 내에서 언론에 정보를 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평가위 내부에서도 배제될 우려가 있어 최대한 말을 아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뉴스제휴심사를 독립적이고 공개적으로 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언론단체, 학계 및 전문가단체, 소비자단체 및 시민사회단체 15곳에서 각각 위원 2명씩 선임했으며 이들 위원은 단체별로 1명씩 퇴출소위와 입점소위에 소속됐다. 조선, 동아 등 어뷰징을 많이 하는 언론이 소속된 신문협회, 온라인신문협회가 심사에 나서 ‘고양이에게 생선맡기기’라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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