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부분의 언론은 민주주의의 기본인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확인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검찰이 ‘대통령 눈치보기’에 따라 명예훼손 혐의을 무리하게 적용해왔다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법원이 이에 제동을 걸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한미군이 2009년부터 15차례에 걸쳐 탄저균 실험을 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5월 주한미군은 “탄저균 표본 실험은 올해 오산기지에서 처음 진행된 것”이라 발표한 바 있어 주한미군의 거짓 해명이 확인됐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타국의 군대가 국민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는 일을 통보없이 진행할 수 있다는 기형적 군사협정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세계경제가 ‘제로금리의 시대’에서 ‘새로운 불확실성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는 17일 기준금리를 현재보다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경제회복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미국의 결정이라는 분석이 있는 한편, 제로금리 체제에 맞춰진 신흥국 경제엔 큰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국의 경우 가계부채 뇌관이 터지지 않을 지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다음은 18일자 아침종합신문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미국경제의 “자신감”…한국경제는 ‘불안감’>
국민일보 <주한미군 ‘탄저균 실험’ 은폐… 한·미 합동실무단 “16차례”>
동아일보 <‘미국의 부양’ 끝… 한국 구조개혁이 살길>
서울신문 <치매검진 건보 확대 가족 고통 덜어준다>
세계일보 <미군, 용산기지서 탄저균실험 15차례 더 했다>
조선일보 <돈줄 조이는 美… '각국도생' 접어든 세계>
중앙일보 <옐런의 ‘한 수’ 충격은 없었다>
한겨레 <미 제로금리 끝…새로운 불확실성 시대로
한국일보 <美 제로 금리 끝내자, 세계경제는 시계 제로>

“민주주의 기본 원칙의 승리”… 일부 보수언론 “국가원수에 대한 허위사실, 불편한 심기”

가토 다쓰야 산케이 전 지국장은 지난해 8월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누구와 만났을까’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박 대통령이 정윤회씨와 함께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며 두 사람을 긴밀한 남녀 관계인 것처럼 표현했다. 보수단체는 이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했고 검찰은 가토 전 지국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고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 경향신문 2면
 

법원은 가토 전 지국장 주장 대부분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허위 사실로 박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히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우리가 민주주의인 이상 존립과 발전을 위해 언론의 자유는 헌법으로 보장돼야 하고, 특히 고위 공직자에 대한 비판은 가능한 한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언론은 법원의 무죄 선고를 환영했다. 경향신문은 “아무리 대통령의 명예가 중요하더라도 언론과 표현의 자유보다 우선할 수 없음을 확인해준 판결”이라고 평가했고 한겨레는 “법원이 검찰의 ‘대통령 눈치 보기’에 따른 무리한 기소에 철퇴를 가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중앙일보 또한

명예훼손죄가 권력자에 대한 비판을 억압하는데 악용된다는 비판이 나날이 거세게 제기돼 온 가운데, 경향신문은 이 판결이 형법상 명예훼손 폐지 주장을 다시 조명한다고 분석했다. 박근용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엔자유권위원회의 권고처럼 최소한 공인에 대한 법 적용은 폐지하는 방향으로 국회가 힘써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

일부 언론은 법원이 가토 전 지국장의 주장 대부분을 받아들이지 않은 데 주목했다. 조선일보는 “피고인이 박 대통령을 조롱하고 한국을 희화화하는 내용의 기사를 작성하면서도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재판부의 말을 강조하며 가토 전 지국장이 명예훼손 혐의에서 전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지적했다.

   
▲ 동아일보 12면
 

특히 동아일보는 “재판부는 ‘법 원칙’과 ‘법 감정’ 사이에서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며 “법리적으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국가원수에 대해 허위 사실을 보도한 데 따른 불편한 심기는 감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동아는 사설에서 “언론자유가 무제한은 아니라는 재판부의 경고를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도 새겨야 한다” “산케이가 먼저 정중히 사과하고 인터넷에서 기사를 삭제했다면 가토가 재판을 받는 일 자체가 없었을 것” 등이라 지적하며 산케이신문에 사태의 책임을 묻는 평가를 내놓았다.

미군이 말하기전까진 정부는 ‘깜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 제대로 개선해야

‘한·미 합동실무단’은 17일 용산 미군기지에서 미 오산기지 탄저균 배달 사고를 조사한 결과 “주한미군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5차례 국내로 배송해 들여와 서울 용산기지에서 식별·탐지 체계장비의 성능시험과 교육훈련을 실시했다”면서 “미 에지우드화생연구소가 4월24일 탄저균 표본을 오산기지로 발송하면서 페스트균 표본(1㎖)을 함께 보냈다”고 밝혔다.

   
▲ 한겨레 사설
 

오산기지 탄저균 배달 사고는 지난 5월 뒤늦게 공론화돼 사회적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주한미군은 ‘탄저균 표본 실험 훈련은 올해 오산기지에서 처음 진행됐으며 독극물과 병원균 식별 능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 발표로 이 해명은 거짓임이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주한미군이 지난 4월 페스트균 검사용 표본도 함께 반입했던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언론은 주한미군 군사 훈련의 불투명성과 폐쇄성을 우려했다. 조선일보는 “미군이 우리 정부에 알리지도 않고 세균 실험·훈련을 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유출·감염 피해는 없었다고 하지만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면 국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도 “규정이나 법률 위반은 없었지만, 미국 측이 ‘실토’하기 전까지 한국은 깜깜이었다는 게 문제로 꼽히고 있다”고 비판했다.

합동실무단 조사 자체의 한계를 지적하는 언론도 있었다. 경향신문은 “미측이 제공한 자료에 의존한 데다 보안을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는 정보에 대해서는 사실상 접근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미군이 ‘주피터 프로그램’ 실험이 필요한 독성물질이 2가지로 밝혔지만 2가지 균 외에 다른 독성물질이 반입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심각한 문제때문에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탄저균 실험은 폐지하는 게 옳다”며 “우리나라에서 생물무기 실험을 계속하려면 우리 스스로 이 실험의 필요성과 안전성에 대해 확신하고 완전한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불투명성을 비판하면서도 “(우리군이) 생화학 무기 공격이 시작됐을 때 신속히 탐지·식별하려면 반드시 사전에 실험과 훈련을 해봐야 한다”며 “북한은 언제든 생화학 테러나 대규모 군사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금리 2% 오르면 154만7000가구 빚에 허덕일 수도, 가계부채 총량을 줄여나가야”

미 연준은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를 거쳐 미 기준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를 현재의 0.00∼0.25%에서 0.25∼0.50%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2008년부터 유지해 온 제로금리 시대가 막을 내린 것이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밝힌 금리 인상의 배경은 미국 경제회복으로 인한 자신감이다.

   
▲ 조선일보 1면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미국은 제로 금리 정책과 시장에서 채권을 사들여 돈을 푸는 양적 완화 정책으로 4조5000억달러(약 5300조원)를 풀었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도 뒤따라 금리를 인하해왔다. 경향신문은 이를 ‘제로금리의 후유증이 커진 세계경제’라 칭하며 “미국의 금리 인상이 새로운 위기의 방아쇠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신흥국의 경제가 어떤 영향을 받을 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동아일보는 “무엇보다 그동안 높은 수익률을 찾아 세계 각지로 흩어졌던 미국 자본이 속속 미국으로 환류(還流)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브라질,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신흥국들이 외화 유출 사태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앙일보도 저유가, 중국침체, 금리 인상에 주목했다. 금리 인상은 달러 값 강세를 부르면서 신흥국 통화가치를 절하한다. 신흥국들로선 달러로 갚아야 할 빚이 많아지는 셈이다. 또한 신흥국들은 이미 중국의 수요감소로 인한 원자재 가격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 지난 16일 국제유가가 5% 가까이 급락하는 등 유가도 하락하는 추세다. 유가와 원자재 가격은 신흥국 재정 적자를 초래한다. 중앙일보는 “신흥국이 디폴트에 빠지면 세계 금융시장으로 충격이 번지는 도미노 효과를 피할 수 없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한국의 경우 문제는 가계부채다. 경향신문은 “금리 인상과 주택가격 하락이 병행할 경우 12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가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장기 침체에 빠진 업종을 중심으로 기업부실이 확산될 경우 금융시스템으로도 위기가 전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리가 2% 오르고 집값이 10% 떨어진다면 빚을 제대로 갚지 못할 상황에 처하는 위험가구가 154만7000가구로 늘어난다. 경향은 사설을 통해 “며칠 전 금융위가 내놓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은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가계부채 해법은 대출규제 강화 등 부채 총량을 줄이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시급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 경향신문 3면
 

한편 노동계에선 ‘노동악법’으로 불리는 ‘구조개혁’을 대안으로 제시한 언론도 있다. 동아일보는 “과거 정부의 위기 대응책이 ‘발등의 불’을 끄는 데는 효과가 있었지만 생산가능인구 감소, 잠재성장률 저하 등 중장기적 문제를 푸는 데는 역부족이었다”며 “경제성장의 틀을 새로 짜고 과감한 구조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아는 새누리당이 “대외 악재들이 먹구름처럼 몰려오는 비상상황인 만큼 노동개혁 및 경제활성화 등 쟁점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말하며 각종 경제 법안 처리를 준비하고 있음을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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